[Opinion] 한 해의 ‘나’를 되돌아 보게 하는 플레이리스트 [음악]

글 입력 2017.12.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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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갈수록 느끼게 되는 사소한 진리들 중 하나는, 시간에 점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다. 내가 시간을 자각하는 빠르기보다, 시간이 내딛는 발걸음이 훨씬 빨라진 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 까닭에 나는 이따금씩 시간에게 조금만 천천히 갈 수는 없느냐고 숨이 찬 목소리로 불러보기도 하지만, 시간은 여태까지 나에게 한 번도 귀 기울여 준 적이 없었다. 그저 앞서면 앞서는 대로 묵묵히 앞을 보고 달려가기만 했을 뿐.

 스물을 맞이한 이후, 나에게 있어서 한 해와 이별하는 순간을 맞는다는 것은 이전보다 조금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내 삶이, 곧 주어진 것을 충실히 행하는 과정의 연속들이었다면 스물 이후의 내 삶은 스스로 어떤 것을 고민하고 선택하는 과정들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능 이전의 삶이 객관식이었다면, 스물 이후의 삶은 곧 논술 답안을 쓰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겠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우리 사회의 많은 ‘스물 몇 살’들이 겪는 일련의 과정 중 하나다.

 올 한 해도 어김없이 시간은 숨가쁘게 달려왔고, 또 다시 우리는 이 일년의 시간을 정리해야 할 때가 왔다. 시간 속에 들어찬 순간들은 빼곡한 필름들로 남아 우리의 삶을 채웠고 그것이 스스로에게 어떤 감정의 기억이었든 간에, 그건 곧 올해의 기억이 아닌 지나버린 해의 ‘과거’로 남겨질 테다. 필연적으로 이제는 기억을 정리해야 할 시간. 문득 그런 오늘은, ‘나이’, 그리고 ‘그 때’에 대해 이야기하는 노래들을 다시 한 번 들으며 스스로의 시간을 되돌아볼까 한다.







1. 김예림- Goodbye 20

 앞자리 숫자가 바뀐다는 것을 훨씬 넘어선 의미를 가지는 나이를 인생을 통틀어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이들이 바로 주저 없이 스무 살을 꼽을 것이다. 교복을 벗고 어른(비록 명목상의 어른이긴 하지만)이 된다는 것, 열아홉의 눈에는 마치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것만 같이 느껴질 수 있다. 모든 것이 요동치고 신선하고 상쾌한 것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스무 살의 세계.

 하지만 정작 새로운 문 안으로 발을 들인 스무 살은 마냥 환상적이고 상쾌하지만은 않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만큼 고민이 늘어간다는 것. 그리고 그 어른의 세계 속에서도 막 발을 디딘 스물은 그 세계의 맨 끝단, 어리고 서툰 막내의 명찰을 암묵적으로 달고 있다는 것. 이 곡은 그렇게 막상 별반 다를 것이 없었던 스무 살을 부딪히고 난 후의 감정을 잘 풀어내고 있다. 그렇게 아직도 떠올리면 시원섭섭한 스무 살의 기억, 아직 거기에 잘 머무르고 있을까?





2. Toy- 안녕 스무살(Vocal. 김민규)

 아직 감사하게도 나는 젊다, 라고 느끼는 순간들이 요즘 들어 부쩍 많아졌다. 아직은 용기를 더 ‘용기 있게’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 나이가 오면 두려워져 시도도 할 수 없는 것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부모님이 그 시절에는 하지 못했던 것들을 감사하게도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다는 걸 더 많이 알았기 때문이다. 물론 나에게도 곧 많은 것을 두려워하고 겁내야만 하는 순간들이 머지 않았지만, 요즘은 그저 훗날 후회하지 않을 지금을 만드는 일에 아주 조금만 더 매진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느끼고 있다.

 이 노래는 사랑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었던 스무 살 언저리를 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결국 사랑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것 또한 용기의 한 부류이기에, 그래서 스무 살의 사랑은 곧 용기였고 지금은 그 모든 용기를 뒤로 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어쩌면 이 곡의 본질적인 내용일지도 모른다. 올해의 ‘나’는 과연 얼마만큼의 용기를 냈을까. 더 낼 수 있었던 용기를 미처 덜 냈던 것은 아닌지, 지금 이 순간에도 힘껏 사랑하고 힘껏 슬퍼하고 최선을 다해 울거나 웃고 있는지 차분하게 들여다 볼 시간이다.





3. NELL- 청춘연가

 올해는 유독 무엇인가 새로운 일에 부딪히는 순간이 많아졌다. 새로운 일, 새로운 사람, 새로운 순간. 언덕을 넘는 듯한 해는 줄곧 있어 왔지만 유독 올해의 고비는 끊임없이 오르막의 연속이었다. 다행인 것은, 앞선 언덕들을 걸으면서 조금씩 단단해진 마음이 지금의 나에게 있다는 것이었고 쉽사리 우는 일은 예전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새로운 무언가를 받아들인다는 건 때로는 즐거운 일이기도 했지만 나도 모르게 나의 내면에 생채기를 나게 하는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올해의 끝자락에 이렇게 서서 단 한 가지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모든 것이 결국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으리라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그랬듯이, 생채기는 아물어 아름다운 자국으로 남을 것이다. 그 모든 결과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여전히 순간을 어려워하고 힘들어하고 있지만 말이다.

 ‘청춘연가’의 가사는 ‘안녕 스무살’의 내용처럼 그 시절의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정작 곡을 들으면 이상하게도 지금의 청춘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로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나는 건네 본다. 당신의 청춘은 올 한 해도 온 힘을 다해 흔들리느라 수고했다고, 그리고 결국 나의 청춘 또한 그러했다고. 구구절절한 말 몇 마디 대신, 이 노래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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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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