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축복이 아닌 짐이 되어버린 탄생에 관한 이야기, 경남 창녕군 길곡면

글 입력 2017.12.20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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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축복이 아닌 짐이 되어버린 
탄생에 관한 이야기

경남 창녕군 길곡면



결혼,
나는 좋은 사람하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데.
그냥 아이는 낳기 싫어.
나는 걔를 책임지지 못할 것 같아.



여대에 다니는 나는 많은 여자 사람들을 접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사랑에 대해서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결혼 이후에 대해서는 얼굴을 조금 굳히고 이야기했다. 우리 모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한집에 사는 것'에 대해서는 각자 나름대로 꿈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가족 생활'에 대한 것은 말도 꺼내지 않았다. 전자는 연애소설의 플롯처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데 비해, 후자는 불편한 다큐멘터리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이야기 하기엔 우리가 보고 자란 부모님 세대의 얼굴이 고통스러웠고, 여성으로서 이 시대에 아이를 낳는다는 것 자체가 큰 손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한 불안을 조금씩 나누다가 허겁지겁 마무리 짓고 주제를 옮기곤 했다. 항상 다음 주제는 학점, 스펙, 직장이었다. 그리고 늘 이 대화의 끝은 "그러니까 열심히 노력해서 돈 벌어야지" 였다. 몇 년 전부터 N포세대라는 말이 괜히 유행했겠는가? 내 친구 중 사랑에 대한 희망을 버린 사람들은 정말 적지만, 가족을 버린 사람은 너무나 많았다. 이런 뻔한 전개가 우리에게 지루할 새도 없이 몇십 번이고 반복될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라는 것이 어느새 행복이 아닌 미래의 고통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당장 내가 아동학과에서 육아지원과 교육체계에 관해서 공부하면서 가장 먼저 느낀 것 중 하나가 '아이를 낳기엔 아직 어려운 세상이다' 니, 나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있는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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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길곡면>은 20대의 내 친구들이 어렴풋이 이야기한 '그냥 아이는 낳기 싫어'를 무대로 끌어와 현실성 있게 풀어놓은 이야기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이 인상 깊다. 서울이 아닌 경남 창녕군 길곡면이라는 제목은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그들의 얼굴을 생생히 드러내는 것 같다. 그들이 살아가는 곳이 경남 창녕군 길곡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들이 서울이 아닌 지방 변두리에 사는 것처럼 어떤 '중심'이 아니라는 것은 확인할 수 있다.

연극의 두 주인공인 젊은 부부는 같은 직장에서 만나 결혼한 사이다. 남편은 비정규직 배달 운전수고, 아내는 판매직원에서 일한다. 아직 아이가 없는 이들은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영화를 보는 등 소소한 행복을 영위하지만, 아내의 임신소식으로 그런 소소한 일상이 위협을 받기 시작한다.

이들은 현대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낸 구조계급 속에서 약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강자도 아닌 소시민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이야기는 대부분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이처럼 방향성이 뚜렷한 연극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불안을 과장해서 드러내지는 않는다. 연극은 우리가 늘 공유하고 있는 불안을 드러낼 뿐이다. 그럼에도 이 연극이 2007년 이후로 수많은 재공연을 하고, '2017 공연예술 창작상실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된 것은, 그 뻔하디뻔한 우리의 고민이 연극에서도 적절하게 닿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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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의 고민과 발견은 이런 사회 속에서도 인간이 어떤 것을 추구할 수 있는가로 이어진다. 이 두 평범한 부부를 통해 연극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왜곡된 출산 제도 하나뿐만은 아니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서 산다. 개인의 과정과 소망은 다를 수 있어도, 우리 모두의 나침반 바늘의 끝은 이 삶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희망을 가리키고 있다. 돈과 구조는 인간의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 '이었다'. 젊은 세대가 생존하기 위해서 하나씩 포기하고 버리고 있는 것들은 추구해야 하는 것이지, 선택지가 아니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무서운 점은 어느새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것이 돈이라는 계급으로 고정되었기 때문이다.

문득 많은 것을 버리고 더 늦기 전에 돌아선 이들에게 연극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당신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볼 수 있을까? 경남의 그들을 만나보자.





경남 창녕군 길곡면
- 극단 산수유 제11회 정기공연 -


일자 : 2017.12.15(금) ~ 2018.01.21(일)

시간
평일 8시
토, 일 4시
월 쉼

*
12월 25일(월) 오후 4시
12월 26일(화) 공연 없음
1월 1일(월) 공연 없음

장소 :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주관
극단 산수유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연령
만 15세이상

공연시간 : 90분




문의
극단 산수유
010-3309-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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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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