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인 분야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나에게는 정말 생소한,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전시 제목 뒤에 '디자이너의 세계'라는 말이 붙지 않았으면 그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조차 가늠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술가는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한다고 했던가? 처음 들어보는 그의 이름과는 달리,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의 작품을 여러번 접했고 '귀여운 디자인',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 등 나름대로의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위의 작품을 길거리를 걸어가던 누군가의 에코백에서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저 참신한 무늬, 센스있는 그림이라고만 생각했지, 이렇게 유명하고 오늘날의 디자인 분야에 많은 영향을 준 디자이너의 작품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순수예술과 응용미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는 것. 실생활 속에서도 위화감 없이 주변 환경에 녹아드는 것. 그것이 지라드의 작품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알렉산더 지라드'라는 사람에 대한 이해, 그가 가진 생각과 가치관, 기업체와의 협력, 지인들과의 관계 등의 전반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그의 작품을 더욱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렉산더 지라드는 20세기 모더니즘 디자인을 대표하는 예술가로, 폭넓은 디자인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상업디자이너다. 그는 디자이너이자 건축가로서 일했으며, 큐레이터, 전시디자이너, 디자인 스튜디오 기획자, 포크아트 수집가로 다방면에서 활약했다.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지라드가 가진 다재다능한 능력을 종합적으로 담아낸다.

  1부는 인테리어 디자인 테마로, 그가 고안해 낸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인테리어 소품들을 만날수 있다. 2부에서는 그가 허만 밀러사에서 텍스타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던 시절, 허만 밀러와 협력하여 만든 다채로운 컬러의 패턴들을 만나볼 수 있다. 3부에서는 브래니프 항공사로부터 의뢰받은 획기적인 토탈디자인과 워싱턴 거리 디자인을 통해 공간에 대한 이해와, 그 공간을 구성하는 그의 탁월한 감각을, 마지막 4부에서는 생전 그가 수집했던 포크아트 작품들을 통해서 그의 미적 취향과 포크아트 수집가로서의 안목을 느껴볼 수 있다.

  추운 연말, 알렉산더 지라드의 따뜻한 생각이 담긴 작품들로 마음이라도 따뜻하게 데우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