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금은 미쳐도 괜찮습니다. 뮤지컬 '루나틱' [공연]

이 미친 세상에서, 우리 모두 완전한 정상도 비정상도 아닙니다.
글 입력 2017.12.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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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은 조금은 미쳐야 살아갈만 한 것 같다.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 우리는 매일을 어렵고 복잡하게만 산 건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를 가리고, 속이는 일에 익숙해져 자신을 더 아프고 슬프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지치고 힘든 현실에 서로의 안부를 묻는 안녕의 인사가 반가우면서도 때론 조심스럽고, 미안해질 때가 이런 이유여서인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는 일이 참 흔한 인사 같지만, 우리는 그 흔한 인사가 어렵고, 불편할 때가 많으니 말이다.
 
 보통의 일상을 다들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것 같은데, 나만 어렵고 힘든 건 아닌지... 삶이 무력하게 느껴질 때면 우린 스스로를 탓하며, 자신에게 가혹해진다. 우리는 미친 세상에서 이렇듯 혹독하게 훈련되었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는데 익숙해져버렸다. 그리고는 세상의 탓으로 돌리기에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는 자신을 마주할 것 같아 우리는 그렇게 도망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누구도 정상이라 비정상이라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정상이 아닌 세상에서 정상의 여부를 판단하기에 우리는 수없이도 정상인척을 하며 오랜 시간을 버티고 살아왔다. 우리는 이제 자신을 숨기고, 속이는 삶에서 벗어나 스스로에게 조금은 솔직해지고, 너그러워지고 싶다. 우리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 지금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 자격이 있다. 어렵지 않다. 그저 지금의 현실을 즐기고, 웃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내 삶을 조금은 미치게 살아보는 것. 그것이 어쩌면 행복한 삶으로 가는 첫 걸음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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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서로의 사연들은 다르지만, 환자들은 모두 마음이 아닌 마음이 아파 루나틱 병동을 찾아오게 됐다. 주인 공 나제비, 고독해, 그리고 정상인은 겨우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이 너무 고통스럽고 힘들기만 하다. 먼저 첫 번째 주인공 나제비, 그는 사랑에 배신당한 슬픔에 빠져, 모든 것을 잃었다. 아픈 사랑에 힘들고 지친 제비는 외롭고 슬픈 현실이 힘들다.
 
 두 번째 주인공, 고독해. 독해는 시어머니의 구박과 시집살이로 한 평생 종갓집 며느리로서 궂은 일을 혼자 다 맡아 하며 힘든 나날들을 보냈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고,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까지 모시게 되면서 지난 날 살아온 자신의 삶이 너무 불쌍하게만 느껴진다. 그런 독해는 억울한 마음에 돈으로라도 힘들었던 삶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다.
 
 세 번째 주인공, 정상인. 정상인은 형수를 사랑했고, 돈이 필요해져 조카를 유괴했다. 유괴된 조카는 자살 시도를 하려했고, 정상인은 재판을 받게 된다. 정상인은 뜻대로 되지 않은 자신의 삶이 싫고, 이렇게 살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삶을 합리화하지만 어떤 것으로도 자신의 잘못을 설명할 수 없다. 뮤지컬 <루나틱>은 마음이 아픈 환자들이 정신병동에 입원하여, 환자들의 역할극을 통해 굿닥터가 따뜻한 포옹으로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위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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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미쳐도 괜찮습니다.

 
 뮤지컬 <루나틱>은 극의 후반부에서 약간의 반전으로 관객들을 놀랍게 했다. 정상인의 등장은 무대가 아닌 객석이었고, 그의 이야기는 다소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정상인은 자신이 살아온 삶을 괴롭고 힘들어하며, 이 모든 것은 자신을 이렇게 만든 세상의 탓이라고 말했다. 미친 세상에서 자신은 어쩔 수 없었던 것인데, 사람들은 세상의 탓이 아닌 왜 나의 탓으로만 말하는 것인지... 그는 자신이 정상인이라고 말한다. 정상인은 미친 세상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 끝없는 자기합리화로 지치고 힘들었던 자신의 삶을 부정한다.
 
 뮤지컬 <루나틱>에서 주인공들의 삶은 우리와 다를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특히 정상인은 미친 세상에서 현실을 부정하고, 자신이 살아온 삶과 마주하고 싶지 않아 괴로워하는 이의 모습을 잘 표현했다. 정상인은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도 너무 닮아있기에 그의 노래는 우리를 더 슬프고, 아프게 했다. 그리고 그런 정상인을 보며 우리는 지난 날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고, 생각하게 된다. 혹여 지금 정상인의 모습이 나의 모습은 아닌 지 생각하며 말이다.
 
 자신이 살아왔던 삶이 괴롭고, 마주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언제까지나 부정할 수는 없다.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들 수 있으나 우리는 앞으로의 삶을 또 살아가야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부정할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이 미친 세상을 조금 미쳐 살아도 괜찮을 것 같다. 괜찮은 척, 정상인 척 애써 미치지 않으려 우리는 그동안 너무 힘들고 아파왔다. 미친 세상을 탓하며, 우리는 자신이 살아왔던 삶을 너무 의심하고,, 괴로워하지 말자. 그리고 자신의 삶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미쳐 살아보며, 인생을 너무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뮤지컬 <루나틱>은 특별한 치료가 아닌 굿닥터의 따뜻한 포옹으로 환자들을 위로하고, 아픈 마음을 달래주었다. 이렇듯 우리에게도 꼭 특별한 말이나 행동이 아닌, 따뜻한 포옹이 때론 마음의 상처를 안아줄 수 있는 가장 큰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미친 세상에서 포옹과 같은 따뜻한 위로와 함께 조금은 미쳐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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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소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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