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쳐도 괜찮은 세상, 루나틱 [공연]

연극 루나틱
글 입력 2017.12.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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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루나틱’은 미친,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영어 단어이다. 제목부터가 ‘미친’이라는 뜻을 갖고 있어 이 공연을 보는 관객들이 미치기를 바란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세상이 미쳤다고 말하는 그들이기에, 그들은 오히려 이 미친 세상에서 정상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한다. 공연을 보고 나온나도 그들처럼 미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정말 그렇게 되는 것도 괜찮은 걸까.

 
 
미친 세상이에요, 여러분


공연 시작 전부터 배우들이 나와서 자신이 미쳤음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점점 관객들을 일상에서 루나틱 정신병원으로 이끌어간다. 관객들도 함께 미쳐야만 공연을 같이 즐길 수 있기에 그들은 계속해서 세상이 미친 것이라고, 그러니 같이 미치자고 말한다. 이번 공연에서 미쳤다는 것은 ‘좋은 일에 빠지다, 열중하다’라는 의미보다는 정상이 아닌, 부정적인 의미를 띤다.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 일들은 정상적인 이라면 받아들이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어떤 이들이 미치지 않고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랑했던 이와의 일이 모두 거짓이었음을 깨닫고 상처를 입은 ‘나제비’,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불행한 삶을 살다 그가 죽고서 소중함을 깨달은 ‘고독해’. 사실 정신병원의 환자들이 들려준 자신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와는 조금 다른 세상의 일이어서 공감이 부족했던 탓인지, 정신병원에 입원할 만큼의 더 큰 상처에 대한 극적인 이야기를 예상했던 이상한 기대 탓이었을지 모르겠지만 ‘루나틱’이 말하는 미친 이들이 유쾌하게 상처를 극복해가는 이야기는 즐거웠다. 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로부터 내가 미쳤다고 스스로를 탓하기보다-가끔은 내가 살고 있는 요즘의 세상이 이상하다고 탓하고 미워하고 싶었던 생각들을 그들이 기꺼이 이야기와 연기로 풀어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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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도 괜찮아요, 여러분


결론은 미쳐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내가 무언가 결심한 일이나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할 때, 스스로 사람들이 나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으니 내가 미쳐도 아무도 모를 것이라 말하던 평소의 나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다. 사람에게서 상처를 받고 동굴로 들어가 미쳐서 나오더라도 아무도 정상이 아니니 상관이 없다.

그렇다고 남에게 피해를 줄 만큼 자유분방한 삶을 살라는 것은 아니다. 내가 조금씩 엇나가고 돌아가서 스스로 ‘미쳤다’ 생각하더라도 괜찮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상처를 주고, 세상에서 소외되는 기분이 들어도 나를 제외한 다른 것들을 향해 미쳤다고 외쳐보는 것이 괜찮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정상인은 매우 건조하고 단조로운 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정상인이 미친 이들의 눈에는 정상인이 아닌 것을 보일 수도 있겠다. 서로가 서로를 이렇게 미쳤다고 하니-극에서 말한대로 내가 먼저 미치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이다.
 
무언가를 미친 듯이 좋아해 열중하고 빠져드는 미친 이, 어떤 일에 상처를 입어서 현실을 부정하고 스스로 미치기를 선택한 이, 이들을 바라보며 자신은 정상이라 말하는 미친 이-모두가 저마다 어떤 사연이 있든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니 세상도 미쳐버렸다. 그러니, 나 하나쯤 미쳐도 아무도 모를 것이다. 어쩌면 자신마저도 말이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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