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험기간과 와비사비 라이프 - 바쁘게 읽은 비포장의 삶 [도서]

초대, 관계, 음식, 와비사비 라이프
글 입력 2017.12.1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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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험기간. 여유로운 삶을 말하는 책을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시간이다. 마음이 급하다 보니 책을 후다닥 읽어버렸다. 많은 사진들이 있었지만 압박감은 사진을 음미할 시간 따위는 허락하지 않았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과 정반대로 읽어버렸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유가 없기는 마찬가지. 머릿속으로는 책의 내용에 동의를 한다고 당장 해야 할 일이 쌓여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실 이 글도 급한 마음으로 적어가고 있다. ‘와비사비 라이프’의 리뷰를 적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느낀 감상도, 급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여유도 리뷰 중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 감상들을 많은 생각을 하게 한 파트를 집어 적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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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하면 좋은것을 알면서도
시험은 항상 닥쳐서 하는 법

 
 혹시나 마음이 허락한다면 이 리뷰를 읽는 동안 통기타와 피아노 등 하나의 악기로 구성된 따뜻한 노래를 듣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곡들이 와비사비 라이프가 제시하는 모습에 딱 알맞다고 생각이 되어서이다. 목소리는 있어도 없어도 좋다. 필자의 경우 책일 읽다가 제이레빗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책과 너무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역시 예상대로 그랬다. 꼭 이곡이 아니더라도 각자 생각나는 곡을 들으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책 역시 그렇다.
 
 
 
초대
 
 프리뷰를 적을 때와 다르게 책을 다 읽고 난 뒤 개인적으로 느낀 중심 내용은 ‘관계’였다. 책에서 중심적으로 다루는 관계의 형태는 초대이다. 책은 사람들을 초대해 만나는 과정을 와비사비 라이프의 형식으로 새롭게 정의하고 풀어간다. 문득 생각해보면 지인에게 초대를 받은 기억은 거의 없다. 약속은 많지만 초대는 없었다. 보통 약속은 만나는 사람 모두와 연결되거나 그 누구와도 연결되지 않는 중립적인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초대는 대게 어느 한쪽에 속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는 초대가 대게 누군가의 주선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주선하는 쪽이 타인을 부르고 대접하는 과정이 대체적인 초대의 모습이다. 그러다보니 언젠가부터 초대를 거의 못 받은 것 같다. 아무래도 주선이라는 형태는 많은 부담을 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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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부터 막 다가갈 수 없는 것이,
한번 망설이는 것이 인간관계가 되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초대에 대해 말할 때마다 추억들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에는 친구의 초대를 많이 받았다. 생일 같은 큰 행사가 아니더라도 “우리 집에서 놀자”라는 한마디에 덜컥 찾아가 버리는 것들도 다 초대였다. 이렇게 찾아가다 보면 친구의 가족들과도 친해졌다. 친구네 형이 놀아주시거나, 친구네 여동생과 싸우거나 말이다. 학교 끝나고 친구 집에 찾아가 집에 부모님이 계시면 말없이 돌아가고 부모님이 안 계시면 집에서 논적도 많았다. 계단 3~4칸 정도 아래에 내려가 친구만 보다가 친구의 “다녀왔습니다.”라는 인사에 대답이 들리면 조용히 밖으로 나가곤 했다.

 하지만 고등학생 이후로는 친구의 집에 간 기억이 거의 없다. 몇 개의 기억들도 초대라기보다는 물건을 받는 등 철저히 용무가 있는 방문이었다. 심지어 같이 공부를 하거나 무엇을 준비할 때도 서로의 집을 찾아가지 않았다. 그 이유엔 앞서 말한 주선의 어려움도 있지만 방문자의 어려움도 있었다. 어쩌다 집에 찾아가게 된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고 혹시나 예의에 어긋나는 일을 할까 무서워했다. 밖에서는 계속 장난이 오가는 친구 사이인데도 집에 가면 싹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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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사진.
저자는 초대받은 사람과 함께 준비하는 것도
관계를 쌓는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와비사비 라이프가 제시하는 초대의 모습은 다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서로가 부담이 없는 초대라는 것이다. 책은 먼저 초대를 준비하는 사람의 부담감을 제거해준다. 그리고 주선이라는 형태에 이루어지는 화려한 대접들의 자리에 편안한 관계를 더해준다. 그렇게 방문자의 부담감까지 제거해주는 것이다. 어렸을 때 친구의 집에 찾아가는 것이 딱 이랬다. 친구의 집에 찾아가는 친구를 집으로 부르든 그 이유는 ‘같이 노는 것’이라는 단순하고 편안한 이유였고 대접은 목이 마르다고 하면 물을 찾아주고, 화장실이 가고 싶다면 화장실을 안내해주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양쪽 모두 이 초대가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았다.

 참 그리운 시간이고 마음가짐이다. 이런 초대로 돌아가기에는 약속에 너무 익숙해진 것 같다. 가까운 관계임에도 우리는 만남에서 양쪽 모두가 한걸음 뒤로 물러서려고 한다. 그래서 계속 서로의 의사를 구하고 동의를 얻어가면서 만남을 이어가려고 한다. 사실 와비사비 라이프가 이야기하는 초대는 약속과 거의 차이가 없다. 하지만 약속에 익숙해지면서 초대를 약속과 다른 무엇으로 이동시켜 버린 것이 아닐까. 이동한 만큼 관계를 거대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개인적으로는 그런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음식
 
 개인적으로 요리를 좋아한다. 물론 좋아하지 잘하지는 않는다. 해보고 싶은 요리를 한다는 것을 대학교 들어오면서 비로소 생각하기 시작했기에 요리를 시작한지 아직 오래되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친구들을 방에 불러서 요리를 해준다. 거창하지 않다. 룸메이트들과 먹으려고 했다가 친구에게 지나가는 말로 제안을 하고, 그게 받아들여지면 원래 준비한 것에서 1인분 더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3인분이 7인분이 된 적이 있는 게 함정이지만. 가끔은 친구들과 함께 마트를 둘러보면서 재료들을 사서 요리해 먹기도 한다.


덴마크 사과요리.jpg
- 책에 나온 덴마크의 사과요리들.
한번쯤 해먹어보고 싶어서 실어보았다.


 책에서는 여러 음식들이 소개되는데 대부분 초대를 위한 음식들이다. 소개되는 음식들은 간단하다. 각 국가별로 주로 먹는 음식들이 소개되는데 간단하게 집어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거나 여럿이 대화를 나누며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다. 또한 책은 음식에 부담을 가지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성대한 음식일 필요가 없고, 자신이 없다면 사 먹어도 괜찮고, 심지어 준비한 음식들이 다 땅에 떨어져 버려도 별 상관이 없다고 이야기한다.

 위 파트에서 초대의 어려움을 토로한 것에 비해 바로 초대를 논해버리는 이상한 필자가 되어버렸지만, 필자가 친구들을 초대해 요리를 해 주는 것도 분명한 초대이다. 하지만 필자의 초대에서 중심은 음식이다. 와비사비 라이프의 초대에서 음식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것은 중심이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음식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시간을 보내는데 부수적일 뿐이다. 하지만 필자의 초대는 그렇지 않다. 필자는 초대를 하면 음식에만 집중하고 혹여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까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필자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주방에서는 필자와 도와줄게 있는지 보려고 온 사람만이 존재할 뿐이다. 구분이 되어버린다. 그러다 보니 책에 나오는 음식들을 보면서 다음에는 이런 것들을 준비해보는 것은 어떨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면 구분되지 않은 초대를 만들 수 있을 테니까. 물론 나온 음식들이 대부분 해보지 못한 것들이기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와비사비 라이프의 마음가짐
 
 주로 초대에 대해서만 적어버렸지만 와비사비 라이프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말한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느낀 것은 포장을 제거하고 바라보는 시선이었다. 초대의 경우 와비사비 라이프는 대접이라는 포장이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초대를 이야기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속에 관계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일상에서 우리는 여러 포장들을 눈에 달고 산다. 목표, 성취에 대한 부담, 가만히 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관계에 대한 부담감, 가치 있는 휴식이라는 압박감 등등. 와비사비 라이프는 우리에게 이 포장들을 다 제거한 삶을 제시한다. 어쩌면 여행과도 닮은 마음가짐일지도 모르겠다. 필자는 책을 읽으면서 암스테르담이 생각났다. 암스테르담 중앙역 옆에서 자전거를 빌려 운하들을 따라가며 봤던 풍경들이, 순수하게 경치를 즐기는 시선과 여유가 책이 말하는 마음가짐과 왠지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여행의, 휴식의 마음가짐을 와비사비 라이프는 일상에도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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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스테르담.
물과 식물의 색은 여유를 주는 법


 쉽지는 않겠지만 분명 일상에서 더 많이 웃을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리뷰 때 적었던 ‘이 책이 제시하는 길이 행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표현에 대해 사과해야 할 것만 같다. 적어도 필자에게는 행복에 충분히 가까운 길로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한 법. 아직 남은 전공시험 2개와 교양시험2개는 여유를 앗아가고 있다. 생각해보니 와비사비 라이프는 절대 할 일을 무시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지금 당장은 시험을 준비하고 종강을 하면 다시 책을 들춰보아야 할 것 같다. 그때는 꼭 사진까지 꼭꼭 음미하고 싶다.
 

책입체 윌북 와비사비라이프.jpg

   



와비사비 라이프
- 없는 대로 잘 살아갑니다 -


원제: WABI-SABI WELCOME

저자 : 줄리 포인터 애덤스

옮긴이: 박여진

펴낸곳 : 도서출판 윌북

분야 : 에세이, 행복론

쪽 수 : 264쪽

발행일
2017년 11월 20일

정가 : 14,800원

ISBN
979-11-55811-34-4




문의
도서출판 윌북
031-955-3777





[김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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