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이 미친 세상, 우리가 정상이다!" 뮤지컬 '루나틱'

글 입력 2017.12.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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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의 만남


그 동안 많은 뮤지컬을 본 것은 아니지만, 내가 느낀 뮤지컬은 가깝지만 멀었다. 눈 앞에서 연기하고 생생하게 노랫소리가 들리지만, 공연장이 크고 정해진 시나리오가 진행되기 때문에 나는 그저 관객으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연극 같은 경우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이 많고 관객 참여형 연극을 통해 관객에 따라 이야기가 조금씩 다르게 진행되는 등 보다 가깝고 소통할 수 있다. 뮤지컬 '루나틱'은 연극의 연극의 이런 요소도 함께 갖고 있기에 더욱 다채롭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 배우들이 미리 등장해 함께 떠들고 사진을 찍는다. 새로 들어온 관객에게 "어서와" 반겨주기도 한다. 아직 공연이 시작하기 전이지만 환자들은 제각기 그들의 '미친' 모습을 마음껏 보여준다. 나제비는 관객을 포옹하려 달려들고 고독해는 감정이 한껏 과잉된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을 통해, 정신병원이라는 독특한 컨셉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고 각 인물들에게 보다 깊게 이입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 속, 각 환자의 이야기를 담은 공연 속 공연이 시작된다. 그리고 관객들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며 배 아프게 웃기도 하고 극이 진행되면서 밝혀지는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기도 한다. 게다가 등장인물 중 한 명은 무려 관객들과 섞여 앉아있다가 등장한다. 사실, 이러한 점 때문에 뮤지컬이 아니라 그냥 노래가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이 공연을 보면서 연극의 친밀감과, 뮤지컬 넘버를 통한 감동을 함께 느낄 수 있었고 '소극장 뮤지컬'만의 매력에 빠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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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세상 속, 당신은 정상입니까?"


'루나틱'의 환자들은 각자 상처를 갖고 이상 행동을 보인다. 그리고 그들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 그저 정상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정신병원 속 환자일 뿐이다. 그러나 극이 진행되면서 그들의 사정을 알게 되고, 그들은 단지 상처받은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실, 갈수록 정신병원을 찾는 사람은 많아지고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가득 찬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아직 정신병원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갑기 그지없다. 이런 상황 속, 관객들은 처음엔 그저 과장된 행동을 하고, 우습기만 한 환자들에게 공감하고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환자 정상인이 나타난다. 관객 속에서 관객참여형 연극의 희생자(?)같았던 그는 알고 보니 무대 위 인물 중 한 명이었고, 일반 관객이라고 생각했던, 정상인이라고 생각했던 그 또한 살짝 미쳐 있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 '루나틱'은 관객을 향해 묻는다. 미쳐가는 세상 속에서 과연 당신도 정말 완벽한 정상인이냐고 말이다.

갈수록 사회는 경쟁이 심화되고 현대인들은 하루하루 바쁜 삶을 살아간다. 여유가 없어지고 스트레스 가득 찬 나날을 보낸다. 그리고 이런 현대인들에게 '루나틱'은 말한다. 이런 미친 세상 속, 세상이 미치기 전에 내가 먼저 미쳐보는 것은 어떤지, 조금 미치면 즐겁게 살 수 있다고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며, 나는 이 공연이 늘 남의 시선을 신경 쓰고, 인간 관계로 지쳐있는 나를 비롯한 수 많은 현대인들에게 유쾌한 위로를 건네는 듯 했다. 갈수록 갑갑하고, 미쳐가는 세상 속, 나도 조금 미쳐보면 더 여유를 가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아니면, 이미 우리는 살짝 미쳐있는데 애써 감추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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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가지 아쉬웠던 점


공연을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고,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서 일상 속 일탈을 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살짝 아쉬웠던 점이 있었다. 먼저,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 넘버가 몇 곡 있었고 개연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조금씩 있었다. 아무래도 에피소드 형식으로 환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겠지만, 중간중간 동떨어진 에피소드를 추가하는 것 보다는 좀 더 환자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 더 유쾌하고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극 중 내용에서 엄밀히 말하면 범죄를 저지른 부분인데도 불구하고 그의 아픔에만 집중해서 공감하고, 너그럽게 넘기는 듯한 부분이 있었는데 나는 오히려 이 부분을 보면서 극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물론 사람마다 느끼는 바는 각자 다르고 내가 너무 엄격하게 극을 바라본 것 일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 주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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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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