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차피 미친게 미친거라면, '루나틱' [공연]

글 입력 2017.12.15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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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문화예술경영을 전공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 비하자면 조금 더 많은 문화활동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다른 이들과 완전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거나, 특별히 대단한 평론을 한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나는 문화예술계로 나아가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의 평가에 공감하면서도 조금 더 다양한 시선으로 문화예술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때문에 오히려 그 다양한 시선을 동경하고 있다고 하는 것이 맞을 터였다. 다시 말하자면 나는 특별히 남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루나틱>을 본 이후의 나는 조금 혼란을 접했다. 다른 이들의 찬사에 ‘그 정도까지인가…?’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 그 이유였다.





  연극과 다르게 소극장이라 해도 마이크를 착용한다. 하지만 마이크를 착용했다고 하더라도 배우들의 연기는 마치 매체연기를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 때에 더욱 실감나게 와 닿고 자연스럽다는 좋은 점도 있겠지만 배우들의 발음이나 발성은 무대연기의 그것이라고 하기에는 불안하게 느껴졌다. 아예 들리지 않는 것은 아니였으나 음향에 묻혀 알아듣기가 어려울 때가 많았다. 뮤지컬은 장르의 특성 상 노래의 가사에 어떠한 메시지나 극의 내용이 포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넘버가 알아듣기 어려워진다면 뮤지컬에서 넘버의 의미가 더욱 축소된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 작품은 관객에게 굉장히 직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어차피 우리 모두 환자인걸요’, ‘당신들은 정상입니까? 나만 미쳤어요?’ 나는 좋은 작품이란 관객에게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야! 너도 이거에 대해서 생각해봐!’할 것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각자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나름의 메세지를 스스로 얻게 하는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직접적인 메시지라는 요소 또한 사람에 따라서는 장점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이유들로 인하여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요소가 아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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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내가 프리뷰를 작성할 때부터 눈여겨 보았던 코스프레 뮤지컬의 진짜 본질에 대해서 볼 수있었다. 그는 바로 소통이다. 소극장에서 이루어지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고 여겨지기도 하는 것을 <루나틱>은 이전과 다른 형태로 보여준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서면서부터 배우들과 만나게 된다. 배우들은 극이 시작되기 전 무대 앞으로 나와 관객들과 사진을 찍기도 하고 이제 막 들어서는 관객들에게 ‘어서오라’며 반겨주기도 한다. 시작부터 배우들과 친밀감이 다르다. 또한 이후 등장하는 ‘정상인’이라는 인물은 관객 중 한 명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그가 하는 이야기란 지금까지의 방향과 동떨어진 이야기이기에 조금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인임을 주장하며 전혀 다른 미친 소리를 하는 그도 역시는 관객 중 한 명이었다는 점에서 정상인을 가장하는 우리들 관객 모두를 투영하는 역할을 한다.

  루나틱은 ‘조금 미치면 이 미친 세상이 즐겁다’고 이야기한다. 정상인이어야한다는 각박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진정 정상이느냐고 묻는다. 가벼워보이고 웃기기만 했던 내용 속에 진정 무거운 현대의 우리를 반추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비록 캐릭터별로 너무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그들의 연관성은 정신병원 내에 함께 있다는 것 외에 별 다른 것이 없어 하나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작은 이야기들의 옴니버스식 구성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었지만 지친 하루를 보내고 적당히 가벼우면서 적당히 의미가 있는 작품을 찾는다면 <루나틱>은 훌륭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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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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