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대림 미술관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展 [시각예술]

글 입력 2017.12.14 22:01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대림 미술관에서 12월 7일부터 열리고 있는 전시 ‘Paper, Present : 너를 위한 선물’展에 다녀왔다. 칼바람이 기승을 부리고 영하 10도 주변을 웃도는 추운 날씨임에도 미술관은 관객들로 붐볐다. 전시 제목과 간단한 사진 몇 장정도만 본 데다 ‘종이’를 주제로 한 전시는 처음이라 어떤 내용의 전시일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저 종이가 주는 왠지 모를 따뜻함과 안정감에 끌려 전시를 찾게 되었던 것 같다.

본 전시의 기획 의도는 관객들에게 종이에 감성을 입혀, 제목처럼 예술로 만나는 특별한 시간을 ‘선물’하고자 함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팀의 아티스트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종이의 본래적 속성에 집중하여 재료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7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있어 아티스트 별로 종이를 활용하고 표현하는 방법과 전해지는 분위기가 조금씩 다른 작품들을 감상하게 된다. 마지막 일곱 번째 파트에서는 국내 디자인 그룹 ‘마음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KakaoTalk_20171214_215724971.jpg

KakaoTalk_20171214_220734528.jpg
 

전시는 가장 먼저 ‘당신에게 종이는 어떤 의미인가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된다. 벽면에 적힌  질문 아래에는 큰 전지가 걸려있고, 관람객들은 구비된 연필로 종이에 메시지를 적을 수 있다. 이곳에서 재미있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애인에게 편지를 쓸 수 있게끔 해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과 같은 새하얀 사랑이다’, ‘생각의 시작’, ‘시작의 증표’ 등등 누군가가 종이를 어떻게 여기는지 손으로 쓴 문구들이 종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나에게 종이란 그 위에 글씨를 쓰는 물건으로 가장 크게 인식된다. 주로 편지나 책, 일기장과 같은 기록의 수단으로 말이다. 얼마 전 다녀온 지브리 대박람회에서 본 전시에서도 모든 지브리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의 시초인 아이디어 메모나 기획 회의, 컨셉 스케치는 모두 종이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었다.


KakaoTalk_20171214_215727017.jpg
 

이렇게 종이란 어떤 의미인지, 종이가 왜 중요한지 한 번 생각을 깨운 뒤에는 본격적으로 7개의 파트로 구성된 공간을 만나게 된다. 단순히 기록을 위한 수단이 아닌 종이를 직접 만지고 오리고 배치해서 어떤 오브제의 형태로 탄생한 작품이 차례로 전시되어 있다. 첫 번째 공간에는 페이퍼 아트계에서 굉장히 유명하다는 ‘리차드 스위니’라는 아티스트의 작품들이 모여 있었다. 다른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고 오직 종이를 이용해서 바람, 날개, 뼈 등을 표현했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종이가 작품의 주체가 되어 종이 자체로 작품이 설명되고 제목의 의미가 살아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연기 같기도 하고 용 같기도 한 커다란 오브제가 공중에 걸려 있기도 했다. 오브제는 전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었지만 종이의 곡선과 종이가 접히며 생겨난 무늬가 마치 바람에 날아가는 움직임을 갖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KakaoTalk_20171214_215729703.jpg

KakaoTalk_20171214_215730633.jpg


나머지 공간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섹션은 종이를 통해 자연물을 나타낸 여섯 번째와 마지막 일곱 번째 섹션이다. ‘꽃잎에 스며든 설렘’이라는 제목의 여섯 번째 섹션에서는 ‘완다 바르셀로나’라는 아티스트가 등나무 꽃에 영감을 받아 4,000여 개의 종이 꽃송이들과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로 하나의 정원을 구현해 낸 설치작업을 볼 수 있다. 천장에서부터 아래로 흐드러지게 늘어뜨려져 있는 꽃송이들은 종이로 만든 꽃이라는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아름답다. 정말 등나무 정원에 와 있는 기분까지 들었다. 마지막 마음 스튜디오의 공간에서도 종이를 활용하여 분홍빛으로 물든 갈대숲을 재현한 설치작업을 소개하고 있다. 이 공간에 발을 들여 놓자 마자 은은한 조명과 분홍빛의 갈대들이 시선을 사로잡고, 몽환적인 음악이 흘러나오며 잠시 갈대 숲속에서 산책을 즐기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받았다.


KakaoTalk_20171214_215736013.jpg


종이는 겉보기에 얇고 약하지만 이런 성질을 활용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았다. 회화나 조각처럼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한계가 없는 재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좋았던 점은 ‘오밤’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작가와 콜라보를 한 듯한 공간 연출이었다. 오밤 작가가 쓴 글귀를 섹션 별로 한 구절 씩 조명으로 바닥에 쏘아서 읽어볼 수 있게 되어있었다. 이 글귀들이 하나하나 너무 좋아서 섹션이 바뀔 때마다 읽고 음미하게 됐다. 음악과 오브제, 글귀가 잘 어우러져 몰입에도 도움이 되었다.


KakaoTalk_20171214_220733729.jpg


전체적인 전시의 공간 연출이 안정적이고 섹션에 따라 명확하게 달라지는 컨셉이 느껴졌다. 갈대 숲 설치작업물이 있는 곳에는 사방의 벽을 거울로 해서 공간을 더 넓어 보이게 한다거나 조명의 색이나 밝기를 달리하여 분위기를 바꾼 점도 눈에 띄었다. 크게 어려운 전시가 아닌 정말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전시였다. 부제목인 ‘너를 위한 선물’이라는 문구처럼 종이는 대단한 물건은 아니지만 선물의 포장이나 마음을 담은 편지로, 또는 이런 멋진 작품으로 특별한 날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추운 연말 한 해를 사느라 지친 내게 주는 선물처럼 오랜만에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전시를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전시는 내년 5월 27일까지 진행되며, 대림 미술관 온라인 회원이 되면 관람료를 할인 받을 수 있는 혜택도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티켓 부스에서는 뽑기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전시도 보고 선물 당첨의 기회도 얻을 수 있는 시간이니 날이 좀 풀리는 대로 서촌 나들이 겸 대림 미술관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최은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