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내의 서랍

명 연극의 감동
글 입력 2017.12.13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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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서랍
- 명 연극의 감동


어두운 극장속에 어슴푸레하긴 조명안에 방이 보이고, 그 안을 남자가 터덜터덜 걸어오며 비디오 카메라를 맞춘다. 누군가에게 영상편지를 보내는 듯 하다. 극은 그렇게, 시작한다는 별다른 표시 없이 시작하고,

관객들은 '시작한거야?' 같은 소리를 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남자는 어느새 관객 앞에 있었다. 남자가 영상 편지를 쓰며 과거를 더듬더듬 더듬어 나가면서 아내는 무게감있는 연기로 관객에게 목소리로 처음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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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역을 맡은 김순이 배우의 목소리는 처음에 성우의 목소리를 들은건가? 싶을 정도로 무게감있게 귀에 훅 하고 들어왔다. 극 중반부에서는 김순이 배우가 딸 역활까지 맡으며 열연을 펼치는데 딸과 엄마를 동시에 연기하지만 전혀 이질감이 없게 두 역활 모두에서 완벽한 몰입감을 보여준다.

극속의 주호성 배우가 맡은 남자는 마치 우리 아버지를 보는것 같았다. 아니, 사실 모든 한국 아버지들이 대체로 그러하리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줄 모르고, 모진말을 해대는 그런 아버지. 아내가 사라진뒤 주호성 배우가 맡은 채만식은 어느날 아내가 돌아오지 않자 들어가 본적없는 아내의 서랍속에서 아내와의 시간들을 곱씹게 된다.

사실 이 연극을 그렇게 큰 기대를 갖고 가지 않았지만, 연극의 연출과 섬세한 대사들에 어느새 연극에 푹 빠져들게 되었다. 간단한 조명효과들로 최대한의 효과를 내는 연출과, 무엇보다 그 연출을 200% 살리는 배우들의 연기는 오랜만에 본 정말 명작 연극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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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내의 서랍

<아내의 서랍>은 남녀 2인극으로서 격동기를 거치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건설한 60대 중후반의 은퇴한 중산층 부부가 겪어낼 만한 사랑과 믿음에 관한 격정과 파란, 그리고 감동을 시대상에 맞추어 김태수 작가 특유의 언어미학적인 대화술과 능란한 극작술로 극화한 작품이다. 



synopsis

시청 기획조정실의 5급 사무관으로 정년퇴직한 채만식은 은퇴 후의 인생을 다채롭게 꾸미기 위해 활발히 친구들도 만들고 사회참여에도 적극적인 반면에, 아내 유영실은 원래 조용한 품성답게 집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소소하게 인생 후반기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라 누가 봐도 대조적인 면이 많은 부부이다. 그럼에도 누가 봐도 견실한 모습으로 비치며 남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고 있기도 하다. 어릴 때부터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라온 채만식은 결혼 후 당연히 자기 아버지가 그랬듯이 온갖 집안의 책임을 고단하게 떠맡은 채 40여년을 가정과 가족을 지켜왔으므로 남편으로서의 자부심은 남과 달리 드높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대형 곰솥에 뼛국을 가득 끓여놓은 채 아내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채만식은 시장에 갔으려니 생각하며 태연히 시간을 보내지만 웬일인지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던 아내가 밤늦도록 돌아오지 않자 갑작스레 불안감에 휩싸이고 만다. 만식은 평소 아내가 만날만한 친구나, 갈 만한 곳을 알아보려 하지만 대체 친구가 누구인지, 갈만한 곳이 어디인지를 전혀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는다. 거기에다가 당장 처리해야 할 집안일은 왜 이렇게 많은지, 아내가 없는 사이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해결하느라 만식의 진이 다 빠져나간다.

결국 그날 아내는 돌아오지 않고 만식은 뜬눈으로 밤을 지샌다. 그러자 만식은 혹시나 단서가 있을까 하여 아내의 서랍을 뒤지기 시작한다. 서랍에서 나오는 많은 비밀스런 사연들. 채만식은 일일이 그것들을 살펴보며 그 안에 녹아있는 아내와의 여러 과거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가 아내에게 저지른 많은 오류의 역사였다는 사실을 처절히 깨닫는다. 많은 걱정 끝에 아내는 사흘 만에 집으로 돌아오지만 이미 요양원에 갈 생각을 하고 그곳의 실태조사를 마친 후이다. 이미 몸속에 자리 잡은 병이 깊어져 남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스스로 치료하기 위한 고육지책의 결과이다. 만식은 아내의 병이 자기로부터 기인한 것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결심한다. 이제 아픈 아내를 위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인생을 살겠노라고. 곁에서 정성을 다해 남은 인생 끝까지 아내의 치료에 전념하기로. 그것이 아내에게 일생 빚을 지고 살아온 남편이란 자가 반드시 해내야 할 책임이자 남은 생의 최대한 목표가 될 것이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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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서랍
- 新부부학개론 -


일자 : 2017.11.22(수) ~ 2018.01.14(일)

시간
평일 8시
토 4시 / 일 3시

장소 : 명작극장

티켓가격
전석 30,000원

주최 : 극단 시민극장

제작 : 극단 고향

후원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람연령
만 15세이상

공연시간 : 100분




문의
(주)후플러스
0505-894-0202





[김철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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