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백석, 시인, 인간

연극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프리뷰
글 입력 2017.12.14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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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된 시인, 백석



방언, 향토적 정서
모더니즘, 교과서 단골 손님

  
  '백석'이라는 이름은 때로 사람의 이름이 아닌 특정 이미지로 읽힌다. 어떤 이름이 특정 이미지를 상징한다는 건 그만큼 그 인물이 유명하다는 의미이다. 그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우리나라에는 백석을 좋아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 나 역시 그 중 하나였다. 하지만 백석을 향한 나의 애정은 어디까지나 '국수', '바다' 등 누구나 알 법한 그의 시 몇 편을 좋아하는 정도였고 그에 대해 알고 있는 건 '1930년대 향토적 정서를 바탕으로 한 모더니즘 시를 쓴 잘생긴 젊은 시인' 정도로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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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출처)


  그러던 어느 날 백석이 1990년대까지 북한에서 살아있었다는 걸 알았을 때 충격을 받았다. 백석과 같은 시기에 활동했던 윤동주와 이육사가 독립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자연스레 백석도 비슷한 시기 죽었을 것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나와 완전히 다른 세상을 살았을 것만 같은 그가 짧게나마 나와 같은 세상을 공유하고 있었다니 기분이 묘했다. 내 마음 속에서 '옛 시인'으로만 자리하던 이가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가까이 다가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백석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고향인 북으로 돌아가 말년까지 북한에서 살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서의 그의 삶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고 세상에 알려진 바도 많지 않다. 우리에게 남겨진 건 젊은 시절의 백석 뿐. 그 후로도 길게 이어졌던 그의 삶은 실종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희단거리패의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


  베일에 싸여 있는 백석의 삶을 그린 연극이 바로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이다. 해당 작품은 2015년 연희단거리패가 대전예술의전당과 함께 제작한 작품으로 초연 이후 언론과 평단, 관객에게 모두 좋은 평을 받고 2016년, 2017년에 앵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연극은 백석의 단편적인 이미지가 아닌 그의 삶 전체를 되짚는다.


<시놉시스>

1장 백석의 시 읽기
2장 나타샤는 누구인가?
3장 경계인
4장 포화 속에서 <고요한 돈강>을 번역하다
5장 백석이 쓰는 동화 시
6장 삼수갑산
7장 관평의 양
8장 눈길의 혁명의 요람에서
9장 붓을 총, 창으로!
10장 백석의 이솝우화
11장 마가리에 살자


  무려 11장으로 이루어진 연극은 서사적 기록극의 형식으로 100분 동안 관객에게 격동기를 살아온 백석의 고단한 삶과 사그러들지 않았던 예술혼을 보여준다. 총 11장 중 3장 이후부터는 북으로 간 후 백석의 이야기다. 번역을 하고 동화시를 썼던 백석, 사회주의 사상에 투절하지 못한 부르주아로 몰려 삼수갑산 집단 농장으로 유폐된 백석 등 우리에게는 다소 낯선 백석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백석 이야기를 하며 시를 빼놓을 수는 없다. <백석우화>에서는 백석의 유명한 시 뿐만이 아니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백석의 시, 수필, 동화시 등 다양한 작품이 등장한다. 독특한 점은 시들이 판소리, 정가, 발라드 등 음악으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작창 이자람, 작·편곡 권선욱, 서도소리 강효주, 정가 박진희, 판소리 작창협력은 이지숙이 맡아 백석의 글을 입체적으로 무대에 살려낸다.



한 시인의 삶, 한 인간의 삶

 
  누군가의 삶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건 썩 유쾌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한 사람의 밝은 면과 어두운 면 모두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백석의 삶 구석구석을 알게 된다면 내 안의 백석은 어쩌면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교과서에 실릴만큼 아름다운 시를 쓴 천재시인'이 아닌, '남쪽에서는 읽기을, 북쪽에서는 쓰기를 거부당한 천재 시인'으로 말이다. 시대에 휘말려 힘들게 살아야 했던 예술가를 볼 때면 늘 마음이 아프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 미래를 알 수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한 명의 인간으로서, 먼저 살다 간 다른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일은 때로 큰 위안이 된다.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 시봉방>은 천재 시인이기 이전에 혼란스러운 시대를 살아가야 했던 한 인간의 삶에 대한 이야기다. 백석을 다룬 작품은 많지만 그의 알려지지 않은 삶까지 다룬 작품은 드물기에 기대가 된다. 특정 시대에 고정된 이미지의 백석이 아닌 정말 한 때 나와 같은 세상을 공유했던 백석의 이야기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무언가 생각할 거리를 던질 것이다.





<공연 정보>

공연명: 백석우화-남 신의주 유동 박 시봉방

일시: 2017.12.22(금)-2018.1.14(일)
평일 오후 8시, 주말 오후 3시

월요일은 공연이 없으나
12월 25일은 오후 3시에 공연

공연시간: 100분

장소: 30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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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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