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진짜를 만들다 가짜가 된 삶

우리는 과연 ‘진짜’의 삶을 살고 있는가?
글 입력 2017.12.13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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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를 만들다
가짜가 된 삶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포스터_미인도-최종.jpg
 

# 우리는 과연 ‘진짜’의 삶을 살고 있는가?

우리는 우리나라를 ‘민주주의 국가’라고 설명한다. 실제 법으로도 그러하다. 우스개 소리로 비리 얘기가 나오면, “옛날에는 학연 지연 혈연이 당연한 세상이었지만 요즘에 그러면 잡혀 간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나는 그 답변을 오랜 시간 믿어왔으며, ‘가짜’가 세상에 아무리 범람한 들 그래도 진실 된 것이 더 많을 것이라, 적어도 내가 알고들은 모든 것들은 진실 될 거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2014년 4월 16일 이후 그러한 생각은 무너졌다.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우리는, 미디어를 접할 수 있는 기기가 없는 관계로 일의 경과를 선생님의 입을 통해서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다행히 전원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우리는 안심하며 몇 교시를 보냈다. 보충 수업이 시작되었고, 선생님이 들어와 전원 구조라는 보도가 전부 오보였다고 말해주었다. 우리는 그 후 몇 주, 몇 개월 간, 그리고 지금까지 그때의 진상에 대해서 계속 얘기했다. 작년, 결국 민주주의 대통령이 가짜로 밝혀졌다. 독재 정권이 끝나며, 우린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고 굳게 믿어왔다. 하지만 결국에는 과거 독재 정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권력층 아래, 심지어 진짜를 가장한 가짜 아래 살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가짜가 너무 많아 이제는 놀랍지도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 곳 저 곳에서 ‘가짜’가 쏟아진다. 권력과 이익이 만들어낸 ‘가짜’는 ‘진짜’로 가장하고 우리를 속이려든다. 심지어 나 자신도, ‘가짜’가 ‘진짜’이기를 바라며 동조한다. 대한민국에서는 ‘가짜’가 ‘진짜’보다 ‘좋은’ 선택인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선택이란 결국 ‘가짜’의 삶을 따라가는 꼴이다. 누구는 ‘가짜’의 삶에 편입하며 ‘진짜’에게 손가락질을 한다. 못났다고, 어리석다고, 예민하다고, ‘가짜’라는 것만 눈을 감으면 온 세상이 ‘진짜’로 위장되는데 그 것을 못 참는다고. 다소 추상적일 수도 있는 말들이지만, 이것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한 탐구이자 정리다. 세상에는 ‘가짜’가 너무 많다.

우리는 과연 ‘진짜’만을 보고, 듣는 ‘진짜’의 삶을 살고 있는가? 만약 우리가 ‘가짜’를 ‘진짜’로 가장하는 삶을 살게 될 기로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가짜’를 거부할 수 있겠는가? 만약 우리가 ‘진짜’라 믿고 있는 지금의 삶 역시 ‘가짜’라면? 그 때는 어떻게 ‘진짜’로 돌아가야 하는가? 돌아갈 수 있을까?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미인도’ 위작 논란과 강기훈의 유서 대필 사건을 통해, 이러한 질문들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시놉시스

1991년, 과천의 국립현대미술관(이하 국현) 제 2 학예실. 국현의 새로운 사업인 <움직이는 미술관>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제 2 학예실의 학예사들은 다음 전시를 준비하는 중이다.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를 공개하며 사업 성공에 큰 역할을 한 신입 학예사 예나는 여유가 넘치는 다른 학예사들과 달리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모습이다. 예나는 유일한 비서울대 출신이자 국현에서 최초로 공개 채용 과정을 통해 선발된 학예사다. 제 2 학예실 식구들이 <찾아가는 미술관>의 성공을 자축하는 와중, 천경자 화백이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제2학예실에서는 즉시 긴급대책위원회가 소집되고, 학예실장은 예나에게 ‘미인도’는 진품이어야 한다며 압박을 가한다. 예나는 이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인도’를 진품으로 만들어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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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간 이어져 온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논란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 2 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국립현대미술관과 천경자 화백 사이에 벌어졌던 '미인도' 위작 논란을 다룬 작품이다. 작가가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국립현대미술관이 진작으로 판정한 한국 미술계 최대의 스캔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미인도’를 진작으로 판정하고 국립현대미술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이후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를 과천관에서 열리는 '소장품 특별전:균열'에 포함시켜 전시하고 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확대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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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는 진짜가 되었지만 그들의 삶은 가짜가 되었다”


이번 작품은 위작을 진작으로 만들어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였던 사람들이 ‘가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의 감각으로 좋은 시절을 추억하고, 변절을 변호하는 ‘후일담’을 술회한 것이 아니라, 청년세대가 기성세대에 포섭되어 가는 과정 혹은 관료제의 일그러진 모습을 정면으로 주시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미인도’ 위작 논란이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현재형 사건이라는 점에 주목하여, 91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찾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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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하여


이 작품은 91년도에 일어난 두 사건을 다루고 있다.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과 강기훈의 유서 대필 사건이다. 하나는 작가가 가짜라고 주장하는 작품을 국가가 진짜로 만든 사건이고, 다른 하나는 가장 진실된 마음으로 쓴 유서를 국가가 가짜로 둔갑시킨 사건이다. 국가가 진위여부를 판단하는 세상에서 광주학살을 자행한 장군은 자기를 보통사람이라고 주장하더니 한순간 민주정부의 대통령이 되었고, 정의로운 대학생들은 한순간에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가로 26cm, 세로 29cm, 4호 크기 그림의 진위여부에 대해 26년 간 갑론을박을 벌여오는 동안 정작 우리의 삶이 거짓이 되었다.
 
이 작품은 어쩌면 ‘미인도’가 아닌 우리 삶의 위작논란에 대한 이야기다. 1987년, 우리는 광장에 모여 국가를 비판할 수 있는 자유를 얻고 안심했다. 그리고 작년 겨울 우리의 대통령이 가짜였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고, 87년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광장에는 지금까지 속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의 탄식으로 가득했다. 작품은 그간의 과거와 작별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가짜의 삶을 청산하고
진짜로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편, 故 천경자 화백의 차녀인 김정희 교수는 ‘<미인도> 사건은 미술관과 화상들이 결탁해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려 했던 불행한 사건이며, 그 과정에서 작가의 인권은 무참히 유린되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아직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고 전했으며, ‘이 극은 <미인도> 사건을 소재로 삼았지만, 권력과 실리 앞에 왜소해지는 인간의 본성을 탐구한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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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공연명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기간
2017년 12월 22일(금) – 2017년 12월 31일(일)

시간
화~금8시 / 토요일 3시 , 7시 / 일요일 3시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제작
극단 위대한모험

관람연령
만 15세 이상

러닝타임
100분

관람료
30,000원

예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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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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