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이야기의 힘을 믿는다면, 뮤지컬 판

“살아가며 만나게 될 사람들이 내게 또 한 권의 책이 되겠지.”
글 입력 2017.12.13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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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극장_뮤지컬_판

지난 3월, 대학로서
춘풍을 몰아내던 조동아리 달수와 호태!
올 12월, 정동길서 한풍을 몰아내려 다시 출격했다.
뮤지컬 판, 올 겨울 또 한 “판” 놀아 봅세!

2017년 12월 7일 - 12월 31일
정동극장



판.jpg

 

#시놉시스

말 많은 놈 호태와
입구녕 터진 도련님 달수!
조선 최고 전설의 조동아리들의
빵 터지는 입담!

함 들어 보시겄소~Q

19세기 말 조선. 춘섬의 매설방(이야기방). 잽이들의 장단이 들려오자, 달수는 부채를 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때는 양반가의 도련님이었던 자신이 어떻게 유명한 이야기꾼이 되었는지.

몇 년 전. 서민들 사이에서 흉흉한 세상을 풍자하는 패관소설들이 퍼지자, 세책가를 중심으로 소설들을 모두 거둬 불태우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과거 시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철부지 도련님 달수는, 어느 날 세책가 앞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덕에게 반한다. 무작정 그녀를 따라가게 된 달수는, 한 매설방 앞에 당도하게 된다.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이야기꾼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여인들의 들뜬 호흡소리... 그는 전국 팔도 매설방을 돌아다니며 특별한 기술로 여인들에게 사랑 받았던 희대의 이야기꾼 호태였던 것. 그날 이후 달수는 호태로 인해 금지된 이야기의 맛에 빠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호태를 따라다니며 ‘낭독의 기술’까지 전수받는다. 낮엔 양반가의 도련님으로, 밤엔 야담을 읽는 이야기꾼으로 달수는 이중생활을 하게 되는데...




#또_한_‘판’_놀아_봅세


뮤지컬 <판>은 전문가 멘토링, 2016년 리딩공연, 2017년 본 공연으로 작품개발 단계를 거쳐 완성된 웰-메이드 창작뮤지컬이다. 이번에는 정동극장과 만나 새로운 모습을 덧입게 되었다. 장면과 장면으로 이루어진 서사 속에서도 섬세한 연출로 설득력 있는 진행, 배우들의 디테일한 액팅부터 격렬한 몸짓, 넘버의 가사와 시각적 연출의 조화, 현대 복식 속에 구현된 전통적인 디테일, 입체적인 캐릭터 등 팔색조 매력을 지닌 뮤지컬 <판>. 또 한 번 놀기 좋은 판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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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_진짜_‘판’이다!


뮤지컬 <판>은 ‘판’이라는 이름을 가져온 것에 걸맞게, 전통 연희에서의 ‘판’ 형식을 갖추고 있다. 배우들은 자신들의 등장 순서가 될 때까지 ‘판’으로 설정된 곳 외의 무대에서 앉아 대기한다. 이는 마치 마당놀이에서 배우들이 관객들 사이에 섞여서 자신의 등장을 기다리는 것과 흡사하다. <판>의 무대디자이너 남경식은 뮤지컬 <판>의 공간을 ‘광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광장에는 사람들이 있고, 소리가 있고, 사건과 이야기가 있다. 사람과 소리, 사건 이야기에 따라 ‘광장’은 무한한 공간이 된다. ‘사람, 풍자, 이야기, 해학, 놀이, 말’이 광장을 채우며, <판>의 무대가 된다.” 이처럼 배우들은 앉아서 대기하다가도 애드리브를 던지거나, “얼쑤!”와 같은 추임새를 던진다.

무대뿐만이 아니다. <판>의 ‘판’은 관객석까지 확장된다. 전기수 패거리들은 “지금부터 이야기판을 벌릴 터이니 추임새를 넣어 달라”고 관객들에게 요구한다. 더불어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냐”며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신청 받는다. 즉석에서 관객들이 부탁한 이야기를 재밌는 만담으로 풀어내며 웃음을 유발한다. 이러한 관객 참여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판에 관객까지 끌어들임으로써 우리나라 전통 연희 특유의 ‘가까운 무대’를 실현한다.

한편, 달수와 호태를 제외한 배우들, 특히 이조와 사또 역을 맡은 윤진영 배우와 분이 역을 맡은 임소라 배우는 1인 다역을 맡는데, 이러한 1인 다역도 다른 분장 없이 ‘탈’ 혹은 ‘인형’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전통 연희를 더 가깝게 구현한다. 오른쪽 무대 끝자락에 앉은 산받이는 판 속 인물들과 대화를 주고 받고 장단을 넣는데, 이 역시도 전통 연희를 잘 구현한 부분이다.



#기존_장르들의_색다른_만남


전통 연희를 닮은 뮤지컬 속에서 오페라와 국악, 재즈 등 기존 장르들이 대열을 맞춰 자연스럽게 새로운 ‘판’을 이룬다. 국악은 지난 봄 대학로서의 공연보다 더 진해져서 돌아왔다. 국악기 아쟁과 대금이 추가되었고, 산받이의 장구 장단은 더 화려해졌다. 스윙음악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넘버 ‘이야기꾼’은 자진모리 장단 위에서 국악의 미를 물씬 풍긴다. 편곡을 맡은 이나리메 감독은 “기존 음악에 전통의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스윙음악 위 국악이라니? 오페라라니? 말로만 들으면 어색할 것만 같은 장단들이 뮤지컬 <판> 속에서는 빈틈없이 대열을 맞춰 조화를 이룬다. 여기에 ‘얼쑤!’ ‘지화자 좋다!’와 같은 배우들과 산받이의 추임새는 넘버들을 더 신명나게 만든다. 그간 뮤지컬을 서양음악을 바탕으로 하는 음악극으로만 받아들였다면, <판>은 뮤지컬 속 전통 연희와 국악의 맛을 더해 뮤지컬의 장점은 물론이요, 옛것의 맛까지 곁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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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자와_진하게_놀자!


뮤지컬 <판>은 흉흉한 세태 속, 패관소설을 읽는 전기수들과, 그러한 소설을 금지하던 권력층의 대립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전기수란, 조선 후기에 등장한 직업 낭독가를 말한다. 지금으로 치자면 문화예술인이다. 이러한 전기수와 권력층의 대립은, 최근, 권력층이 자신들에 반하는 문화인들을 블랙리스트로 지정했던 사건과 제법 닮아있다. 구조만 닮은 것이 아니다. 전기수 패거리들은 ‘이야기 좀 해달라’는 산받이의 요구에 ‘검정색 장부(현재의 블랙리스트)에 적힌다’라는 말을 하는데, 이는 완벽한 세태 풍자다. 조선시대를 넘어 현재의 이야기와 닿아있는 풍자인 것이다.

<판>에는 이렇듯 현 세태를 풍자하는 모습이 적극적으로 담겨있는데, 이러한 풍자는 극중극 형식에서 더 도드라진다. <판>은 전통 연희인 인형극, 탈놀이 등을 사용하며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하는 동시에, 시대를 아우르는 해학과 풍자를 보여준다. 탑쌓기에 대한 인형극이 특히 그러하다. 하나의 재미 요소로 작용한 듯한 ‘내시의 아내’나 이덕의 소설 역시 당시의 여성상을 깨며 하나의 풍자로 작용한다. 마지막에는 전기수들과 백성들이 관아를 장악하며 사또를 몰아내는데, 이러한 승리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커다란 통쾌함을 안겨준다. <판>의 작가 정은영은 전기수를 바탕으로 이런 이야기를 담은 것에 대해 “사회적 금기를 ‘이야기’로 넘어선 전기수의 모습을 통해, 어두운 시대적 상황에서도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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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_힘을_믿는다면?

<판> 속 백성들이, 조선 후기 백성들이 이야기를 이토록 사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이야기에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온종일 갑갑한 규방에 갇혀
자수 놓고 논어 읽을 때
부채를 들고 선 이야기꾼 한 마디에
이런 상상 저런 상상 다했었지

이 다음에 만날 사람들이
내게 한 권의 책이 되어주겠지
살아가며 만나게 될 사람들이
내게 또 한 권의 책이 되겠지

이야기는 공감과 위로의 힘을 가지고 있다. <판>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패관소설’은 중국의 패관이 저잣거리의 이야기들을 모아 만든 문학을 말한다. 한마디로 저잣거리의 이야기란 뜻이다. 백성들은 패관소설을 읽으며(정확히는 전기수를 통해 들으며) 우리가 살아가는 일생, 백성 자신들의 이야기를 접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공감과 위로를 받는다. “사는 게 모두 이야기 아니겠나!” “살아가며 만나게 될 사람들이 내게 또 한 권의 책이 되겠지.”라는 대사와 가사는 이러한 이야기의 원천을 직접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다보니 백성들은 드러내지 못했던 본인들의 진심을 대신 말해주는 이야기에 더 열광하게 된다. 손님들이 열광하는 호태의 이야기에는 여인들의 숨겨진 욕망이 있다. 호태가 달수에게 전수해준 전기수의 기술 중 ‘탈주하라’는 말은 이런 백성들의 진심과 본능을 건드리라는 의미다. 백성들의 가슴 깊은 곳을 건드리는 이야기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또한 불합리한 제도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도 이야기 속에서는 이뤄질 수 있다는 것 역시 백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힘은 <판>의 주인공들의 사연을 통해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춘섬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슬픔에 젖어 책에 대한 애정도 잃고 만다. 하지만 호태를 만난 뒤, 이야기의 뒷부분을 새롭게 각색하며 슬픔을 이겨낸다. 이덕 역시 “여자애가 무슨 광대냐”는 편견을 깨는 소설을 쓰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를 통해 위로받는다. 뮤지컬 <판>은 이렇듯 강력한 이야기의 힘을 어필하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의 힘은 조선시대를 뛰어넘어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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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정보

공 연 명
2017 정동극장 창작ing 뮤지컬 <판>

공연일정
2017년 12월 7일(목) - 12월 31일(일)

공연시간
평일 저녁 8시 / 토요일 오후 3시,7시 /일요일 3시
(월 공연없음)

공연장소
정동극장

관 람 료
 R석 50,000원 / S석 30,000원
학생할인 15,000원 (만24세미만,S석한정)

관람등급
만 13세 이상 (중학생이상 관람)

기획
정동극장 & CJ문화재단 공동기획

스태프
작_정은영, 작곡_박윤솔
연출_변정주, 음악감독_김길려, 안무_이현정
편곡_이나리메, 무대_남경식
조명_이동진, 의상_박소영, 분장_양혜조
인형제작․인형 움직임 지도_문재희

출연
김지철, 김지훈, 최은실, 유주혜, 윤진영, 임소라, 최영석

제작
정동극장

공연문의
정동극장 02-751-1500
인터파크 1544-1555
ticket.inp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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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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