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당연한 것들에 대한 생각 환기, 출판저널 501호

글 입력 2017.12.1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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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의 장점 중 하나는 여러 글을 한 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양한 작은 주제가 강줄기처럼 이어져 결국 하나의 큰 주제인 바다로 이어지는 그 지점들 또한 흥미롭다. 작은 주제들 사이에서 권태로움을 느끼기도 전에 다른 주제로 넘어가게 되어 우리는 이 강줄기에서 길을 잃지 않게 된다. 책 축제와 도서관, 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출판저널 501호에 담겨있는 글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지금, 도서관에 대하여

<출판저널>은 저번 500호에 이어서 도서관의 미래에 대한 특집좌담을 정리해서 연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도서관의 문제들과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에서 나눈 대화들인데, 우리 동네 도서관은 어떠한가,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글이었다.


‘도서관 사서직의 유형을 보면 좀 더 심각하다. 공익근무요원들이 사서 직원 역할을 하고 도서관 인력의 대부분이 자원봉사자이다.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훌륭한 사서 없는 훌륭한 도서관은 없다.’


우리 동네 도서관만 해도 책을 빌리러 갈 적이면 도서관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자원봉사자였다. 자원봉사자를 뭐라 하는 건 아니지만 도서관의 전문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 사서가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문헌정보학과를 나와도 사서를 뽑지 않으니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는 현실은 우리에게 쓴 웃음을 짓게 한다. 또한 도서관의 미적인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국민의 행복지수를 높여줄 좀 더 매력적인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도서관은 지역문화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도서관 내부의 연결에서 나아가 학교, 문화원, 다양한 지역 센터에 이르는 횡적 연결로 확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것들이 있은 후에야 비로소 지속적인 책 문화 생태계가 가능할 것이다.

도서관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이 좌담은 당장이라도 도서관에 가고 싶게 만들었다.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주제였지만 좌담을 그래도 잘 정리한 덕에 마치 내가 그 현장에서 듣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롭게 술술 읽혔다. 이번 주말에는 동네 도서관에 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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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책이 범람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글쓰기 교실이 흥하고 있다. 독립서적이 늘어나고 그에 따라 독립서점 또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요즘, 글로 수입을 내는 전문 작가 이외에도 자신의 글을 써서 독립출판의 형식으로 책을 만드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나도 이러한 책 쓰기의 욕구를 지니고 있는 사람 중 하나인데, 이것이 의외의 부작용을 불러일으킨다는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마치 내 얘기 같아 숨죽이고 읽어 내려갔다. 문제는 이것이다. 이러한 글쓰기 교실을 통해서나 개인적으로나 그들의 원고가 출판사 사이에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범람하여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확인과 검토에 애를 먹고(그 사이 정말 좋은 글들을 놓칠 우려 또한 존재한다), 필자는 필자대로 답답한 것이다. 또한 해당 출판사의 성격을 파악하지 않고 무조건 원고를 투고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를 위해서 글쓰기 교실에 일종의 연결자를 투입시켜서 책의 컨셉을 의논하고 어느 출판사에 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이끌어주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글과 책이 범람하는 시대에 불가피한 문제가 아닌가 싶다. 이 글의 말대로 연결자를 맡을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감한다. 그리고 덧붙여서 이렇게 글과 책이 범람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정말 좋은 글과 책이 그 사이에서 유령처럼 떠돌아다닐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아찔하다. 글쓰기 교실은 한권의 책을 강조하기보다 그 책 속의 내용에 대한 질적 강조 또한 필요할 것이다.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

‘<출판저널>이 선정한 이달의 책‘은 간단한 책 소개를 해주는 코너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쓸모있는 착각이 쓸모없는 진실보다 낫다‘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는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소개해주고 있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이 책으로부터 무엇을 얻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 노예제도에 대해서 배우면 10분 뒤 에이브러햄 링컨이 나오고 끝이다. 20세기 인종차별에 대해 배울라치면, 마틴 루터 킹이 나오고 곧 다음 주제로 넘어간다. (중략) 이러한 책을 통해 노예들만이 아니라 다른 이들이 겪는 고난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이 책은 노예제도를 넘어 억압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도 이처럼 우리의 여러 역사들을 인물들 몇 명을 통해서로만 겉핥기식으로 다루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노예제도를 넘어 억압 자체를 다룬다니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대한 글만 언급을 했지만 다른 책들에 대한 소개도 책을 너무나 읽고 싶고 궁금하게 만든다. 많은 이들이 이달의 책을 통해 다양한 서적을 알게되고 접했으면 한다.





<출판저널> 501호는 우리로 하여금 책 축제나 도서관과 같이 가까이에 있는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우리에게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질 지도 모르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환기시켜준다. 의미 있는 일이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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