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학교특집 2 : 전시회 "Wonderland" - 연세대학교 중앙순수미술동아리 '아트렌' [전시]

글 입력 2017.12.12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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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학중인 학교 동아리들이 펼쳐주는 문화예술을 주제로 글 몇개를 적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감히 제목에 특집이라는 단어를 적어보았습니다. 두 번째 글은 제가 연세대학교 중앙순수미술동아리 '아트렌'의 전시회입니다. 항상 감사한 동아리 여러분께 감사함을 담아 글을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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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뭘 준비해야 동화라는 주제에, Wonderland라는 주제에 알맞을 수 있을까? 동아리 전시회의 주제가 동화로 정해지고 나서 고민하는 그 시점에서 이미 동화는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인가를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자신의 생각을 생각 이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표현이 이루어져야 한다. 표현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가장 대중적인 것은 ‘말’일 것이다. 소통의 기본인 대화는 우리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말의 발전형으로는 글이 있을 것이다. 글은 말처럼 획일화되어있지 않다. 말처럼 간단한 의사전달일수도 있지만 창작일 수도 있고, 설득을 위해 정리한 논변일 수도 있으며, 기획의 PR 일수도 있다. 언어라는 틀에서 벗어나면 표현은 훨씬 더 다양해진다. 시각에서는 미술, 청각에서는 음악, 동작에서는 춤 등등. 그리고 이것들은 자유롭게 조합된다. 다양한 방식. 다양한 축복이다.
 
 하지만 표현이 항상 축복인 것은 아니다. 표현은 항상 관객을 기초해 이루어진다. 이것은 표현이 관객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도, 관객에게 거부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표현들의 실패를 우린 경계한다. 그래서 우린 쉬운 표현에 더 가까운 걸지도 모른다. 미술이나 음악, 문학같이 ‘예술’이라는 호칭을 가지고 있는 표현들은 쉽지 않다. 각각의 기술들이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필요한 기술들이나 요소들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면 실패라는 타이틀을 가지기 쉬워진다. 표현을 향한 욕구는 누구든지 어느 정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표현의 실패에서 오는 두려움이 우리가 다양한 표현을 도전하는 것을 막는 것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표현을 하는 것을 동경해왔다. 특히 창작이라는 표현을 동경해왔다. 하지만 창작을 마주할 때 자신이 요구하는 정도를 맞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창작은 고통이었다. 그 고통은 그것은 새로운 것을 만들 때 마주하는 그런 고통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을 표현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바라보는 고통이었다. 떠오르는 것을 문장으로 옮기고 싶었지만 아무리 적어도 문장은 그것을 담아내지 못함을 알게 되는 그 고통. 매 문장을 적을 때마다 그 고통을 맞이하면서 표현에 대한, 창작에 대한 욕심이 없어져 오로지 동경만이 남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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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는 표현이, 창작이 동화라고 생각했다. 일상에서 나만의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가는 것. 그 동화 속 세계를 표현이라는 과정을 통해 구성해가는 것. 만약 탑과 마녀, 머리가 긴 예쁜 소녀만 있다면 그것은 동화가 아니다. 그들 사이의 관계가 구축되고, 이야기가 전개되고, 왕자님이 등장할 때 비로소 동화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왕자가 등장해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과정이 표현이라고, 창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맞이한 것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나에게 표현, 창작은 고통이었다. 해피엔딩이 아니다. 그래서 표현은, 창작은 동화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땐 중요한 것을 몰랐다. 동화는 엔딩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과정이 곧 동화이다. 만약 오즈의 마법사가 진짜 마법사여서 그냥 마법으로 다 해결해 버렸다면 동화였을까? 에메랄드 시티를 찾아가는 길이 평범했다면, 그리고 마법사의 마법으로 한 번에 해결이 되어버렸다면 그것은 동화였을까? 아닐 것이다. 오즈의 마법사를 찾아가기 위해 양철나무꾼, 허수아비, 겁쟁이 사자와 난관을 헤쳐갔기에 동화이고, 오즈의 마법사가 마법사는 아니었지만 그 과정을 통해서 마법을 일으킨 셈이 되었기에 동화이다.

 표현도, 창작도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만약 엔딩만 생각한다면, 그래서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다 표현 못한다는 결론만 생각한다면 절대 동화가 될 수 없다. 하지만 그 과정 자체가 동화란 것을 알게 될 때 처음에 했던 표현이, 창작이 동화라는 생각의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닐까.
   



 동아리라는 장소. 즉 취미를 공유하기 위해 모인 장소는 함께 동화를 적어내는 장소가 아닐까. 함께 동화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로맨틱하다고도, 환상적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다. 감히 말하면 아트렌은 그런 장소다. 그림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함께 동화를 그려나가는 곳. 때때로 부족함에 직면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함께 동화를 적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 지금부터는 11월 말에 학교에서 진행된 동아리 전시회에 전시되었던 몇몇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마침 전시회의 주제 역시 ‘동화’였다. ‘동화’라는 이름에 담긴 동화를 펼쳐본다.

(전시 종료 이후 그림을 받아서 전시되지 않은 상태의 사진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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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푼젤"
- 디자인예술학부 정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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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 '물을 함부로 그리면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 생명과학기술학부 박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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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기술학부 박연정 외 2인
(스케치 박연정 / 색칠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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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기술학부 전인기



 

 전시회의 앞뒤로 동아리의 풍경은 그리 변하지 않았다. 동아리 방도 비슷했고, 전시가 이루어졌던 공간은 다시 썰렁해지고, 학생들은 시험기간이라는 일상을 맞이해야 했다. 동화처럼 사라져버린 동화였다. 어쩌면 이래서 더 동화인 것은 아닐까. 전시회뿐만 아니라 연주도, 연극도 다 한순간에 끝나버린다. 여운만이 남아 있지 본체는 유지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여운이 우리가 계속 동화 속 세계로 들어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아닐까.

 감히 말하자면 일상 속에서 자유롭게 표현하기를 추천한다. 만약 한 번쯤 소설이나 시를 쓰고 싶었다면 속된 말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번 써보는 것을 추천한다. 그림이나 악기도 그렇다. 만약 작곡을 해보고 싶었다면 일단 아무렇게나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 그 과정은 모두 동화가 되어 다시 찾아올 것이다. 만약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함께 만드는 동화는 항상 더 특별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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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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