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ring Heart] 밑그림

글 입력 2017.12.1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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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그림


Illust. by 정현빈


내가 처음 미술을 배웠을 때,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노란 크레파스로 밑그림을 먼저 그리고 색칠을 하기를 권하셨다. 선생님의 말씀을 따르니 확실히 밑그림이 완성된 이후로는 따라 그리기만 하면 예쁜 그림이 나와서 마음이 편했다. 지금 내 상태는 무엇을 그릴 지 모르는 도화지와도 같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 마음이 복잡하다. 내 삶에도 밑그림이 그려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새는 늘 시간과 마음이 촉박했는데, 동시에 이상하게도 시간이 널널하게 남기도 했다. 해야 할 것은 많은데 과연 무엇부터 하는 것이 제일 좋을지를 고민하느라 시간이 비었기 때문이다. 여러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것에 집중하기로 하면 그 선택지 외의 다른 기회들을 내려놓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내가 놓아야만 하는 기회들이 너무 아까웠다. ‘혹시라도 그게 더 괜찮은 길이었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계속 떠올랐다.

삶의 밑그림에 대해 생각해보다 떠오른 건데, 밑그림은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었다. 무엇을 그릴지 정했던 사람도, 밑그림을 차근차근히 그려나간 사람도 나였다. 물론 8절짜리 스케치북과 80년은 더 남은 인생은 규모 자체가 다르기는 하다. 아이디어든 기술이든 정말 막힌 것만 같을 때 미술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조언을 주셨듯, 지금의 나 또한 막막할 때 기대고 의견을 구할 멘토들이 있다.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삶의 스케치북을 채워나가야겠다.


[정현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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