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색채의 황홀, 마리 로랑생 展 [전시]

글 입력 2017.12.11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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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展
-색채의 황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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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을 알게 되고 나서 보는 세상은 너무나 불편하다. 성평등 강의에서 강사님이 하신 말씀이 옳았다. 이걸 알게 되면 생활이 불편해질거라고 하셨다. 그때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지금에야 조금씩 느끼는 중이다. 하나가 보이기 시작하니 점점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 생활하는 게 불편하다. 하지만 뒤로 돌아갈 수는 없다. 역차별, 성차별, 성평등, 페미니즘 등이 불편한 건 당연한 거라고 하셨다. 그렇게 서로서로 불편해하면서 어떻게 하면 좋아질까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사소한 것에도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는 '젠더 감수성'이 필요하다. 불편하고 예민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하셨다.

생각해보니 서양미술사를 배울 때에도 여성 화가는 들어본 적이 별로 없다. 우리가 지내온 모든 생활 환경이, 배운 모든 역사가 '여자'는 빠져있었다. 내가 아는 여성 화가는 얼마나 될까. 지금 시대야 여자들이 사회 활동도 할 수 있는 시대고 인터넷과 SNS 발달로 더 많은 정보와 세계를 알수 있게 된 것이지만, 그 옛날에는 활동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예술' 분야에서는. 어마어마한 특수성이 전제가 되는 것이다.

그 역사 기록 속에서도 '마리 로랑생'은 살아남았다. 비록 '여성 화가'라는 타이틀은 벗어기는 힘들었어도 적어도 잊혀지지는 않았다. 사회적 배경인 세계 1,2차 전쟁과 야수파,입체파의 시대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어려운 시대적 환경과 주류, 대세의 화풍을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성별부터 주류가 아니였는걸. 하지만 마리 로랑생은 '예술가들의 예술가'로써 찬란하게 빛을 발했다.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 다리’의 주인공이며 브라크에게도 화가로써 인정을 받은 '몽마르트의 뮤즈'로. 이조차도 타자화되기 쉽지만 마리 로랑생은 자신만의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내어 '화가'로써 인정을 받았다.

마리 로랑생의 그림은 한 눈에 들어온다. 남성의 시각이 아닌 여성의 시각에서 여자를 그렸다. 동성이기에 남성 시점에서 보는 에로틱한 신체 표현이 없다. 그저 한없이 부드럽고 사랑스러울 뿐이다. 과하게 치장한 아름다움도 아니고, 성녀 아니면 창녀의 모습도 아니며 그저 그곳에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렸다. 타자화가 되지 않은, 객체가 되지 않은 모습의 여자를 그려서 보기가 편하다. 인위적이고 어색한 모습이 없다. 처음 그림을 보고 여성스럽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금세 고쳤다. '여성스럽다'는 말도 지양해야할 표현이다. '여성'은 무조건 '부드러워야 하는 것'도 편견이니까. 의식을 바꾸기란 참 어려운 것이다.

인생과 함께 간 그녀의 그림. 특유의 우울한 색채이지만 묘하게 사랑스럽다. 둥글둥글한 단순한 형태도 이 감성을 더해준다. 수 많은 그림을 동시에 놓아도 마리 로랑생 작품만은 한 번에 찾을 수 있다. 어디에도 휩쓸리지 않은 독자적인 단단한 화풍. 인생을 통틀어 놓고 정리한 대규모 회고전 <마리 로랑생展>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다. 그녀에 관해 공부한 내용들은 그림을 보기 전에는 얘기할 수 없다. 눈으로 보고 익히며 그녀의 세계를 탐하고 싶다. 그림을 보고서 이야기를 나눌 것이다. 회화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마리 로랑생의 그림을 만나보고 싶다. 살아남은 여성으로써, 그리고 성별을 떠나서도 독자적인 화풍을 만들어낸 화가로써 존경하는 바이다. 세상의 성별이 반인데, 우리가 배우고 기억하는 인물들은 왜 대부분 남자일까. 이를 시작으로 다른 여성 화가들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더 알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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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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