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과거와 현재의 리얼리즘 예술 [시각예술]

리얼리즘 예술을 통해 예술의 또 다른 역할을 살펴보다
글 입력 2017.12.10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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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C 후반에는 예술에 대한 구식 사고방식을 대놓고 거부하는 미술가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들은 감정과 상상보다 사회 현실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아카데미 미술, 신고전주의, 낭만주의의 부자연성을 배격하는 대신 평범한 세계를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리얼리즘 화가들은 1842년 2월 혁명 이후 부각된 과학 기술의 발견과 개인적 권리의 가치를 믿었다. 이들은 일반인의 일상과 자연을 그리고자 애썼고, 흔한 소재와 주제를 그리면서 인권도 옹호하고 있었다.

바르비종파와 리얼리즘은 크게 관련이 있다. 실물을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묘사하길 고집하는 그들의 태도는 프랑스 미술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초기의 그런 미술가들이 바르비종파라고 할 수 있다. 1830년경부터 그들은 바르비종 마을 근처의 퐁텐블로 숲에서 작업을 했다. 바르비종파 화가들의 작품은 1860년대까지 널리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그들은 화실이 아닌 야외에서 작품을 완성함으로써 풍경을 새로운 그림 소재로 정착시켰다.

바르비종파의 사상을 받아들인 리얼리즘 화가들은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이 아카데미 화가들과는 달랐다. 그들은 대상을 보이는 그대로 정확히 그리고자 했다. 감지할 수 없는 붓 자국이나 미묘한 색조 차이처럼 지나치게 세련된 기교에 신경 쓰지 않고, 사실을 묘사하는데 집중했다. 리얼리즘은 색채에서부터 주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엄숙하고 절제된 것이며, 개개인이 체험할 수 있는 그 당시에 일어난 일만을 그리곤 했다. 민주적 사상가였던 그들의 주제는 일하는 소작농에서 풍경, 무리 지은 인물들, 일상생활 속 상황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전통주의자들에게는 충격적이었지만, 소작농 노동계급, 가난의 가혹한 현실을 그린 이미지는 근대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런 주제는 초상화나 신화적 역사적 주제와는 너무 달라서 많은 감상자들이 분노를 하였다. 현실과 직면하는 것은 감상자들이 미술에서 기대하는 바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 드러나는 추상적인 이상이 적나라한 현실로 대체됨에 따라 더 이상 미술품으로 현실을 도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사상들이 반영된 작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1. 귀스타브 쿠르베(Gustav Courb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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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낭의 매장>, 1849-1850


리얼리즘 운동의 대표작가로 귀스타브 쿠르베(Gustav Courbet)를 찾을 수 있다. 그는 실용주의를 원칙으로 삼았으며 역사나 시적인 주제를 다루는 보수적인 취향에 반대해 “회화란 근본적으로 구체적인 예술이며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에만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쿠르베는 <오르낭의 매장> 같이 그림의 소재들을 가까운 곳에서 찾았다. 이 작품은 6.7미터 길이의 대형캔버스에 황량한 잿빛 색조로 시골의 장례식을 그린 것이다. 이전에는 장려풍의 역사화에나 알맞은 이토록 큰 화폭 위에 평범한 농부들이 그려진 적이 없었다. 비평가들은 이 그림이 절망적일 정도로 비천하다고 악평했다.

이 작품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이는 17세기 네덜란드 민병대의 집단 초상화에서 영감을 받아 그려졌다. 작품에 드러난 인물들은 강한 명암 대조의 표현을 통하여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 등장하는 약 50명 정도의 인물들은 쿠르베가 모두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등장인물들은 초상화처럼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그려져서 오르낭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군지 다 알아볼 정도였다. 짙은 초록과 흐릿한 회색조는 무거운 느낌을 주고, 중량감과 엄중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또한 두텁고 강한 표현기법은 자연적인 요소를 느끼게 하며, 준엄성을 더해준다. 엄숙하게 진행되는 장례식의 상황이 전면에 병렬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크게 갈라진 무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인간의 죽음에 대한 숙고를 하게 한다.



2. 오노레 도미에(H. Daumi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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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강튀아>, 1831


프랑스의 화가이자 판화가인 ‘오노레 도미에(H. Daumier)’도 대표적인 리얼리즘 작가이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적 격변기였던 19세기 프랑스의 역사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을, 단순하고 생생한 이미지로 포착하여 기록한 시대의 증언자이자 ‘근대 생활의 화가’이다.

근대 생활의 화가라고 불릴 정도로 그의 작품은 사회적 현실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가르강튀아>를 찾아 볼 수 있다. 루이 필립의 핵심적인 지지 세력은 중산계급층들인데 왕이 그들에게 공식적인 명예의 상징으로 각종 레종도뇌르 훈장을 남발하는 것을 소재로 삼아 표현하였다. 가르강튀아는 대식가라는 뜻이다. 한 무리의 관료와 명사들이 공물이 되어 루이 필립의 커다란 뱃속을 채워주는 모습이다. 왕의 자세는 탐욕 그 자체를 의미하고, 허욕에 찬 왕족의 무리가 등 뒤에 모여 있다. 왕의 왕좌는 실내용 좌식 변기이고 그의 항문에서는 훈장이 쏟아진다. 지금 우리 시대에서도 그리기 힘들 정도로 함축적인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미술의 사회적 역할은 옳지 않은 사회적 현실을 표현하는 기능도 있어야 한다.





리얼리즘은 19세기 유럽의 회화에서부터 확실하게 나타난 예술사조였다. 리얼리즘은 실증주의의 영향과 이 무렵 유럽의 지도권을 쥐고 있던 중산계급층의 상식이나 실증정신이 이를 뒷받침 해주어서 근대에 와서도 중요한 예술사조의 하나로 부각되었다.

그러나 19세기 후반에 사진기의 등장으로 위상이 낮아지게 되었고, 20세기 초반에는 추상주의에 밀려났다. 20세기 후반부터 서서히 리얼리즘의 위상을 되찾게 되었다. 일상적 현실 속에 늘려진 대상물 자체를 그대로 전시장에 옮겨놓은 오브제 양상이나 리얼리즘의 위상을 낮춘 사진기의 눈을 빌린 극사실주의, 추상화된 대중적 이미지를 빌려다 쓰는 팝아트, 또는 사진기로부터 포착된 현실의 모습을 컴퓨터 그래픽 도구로 바꾸고 변화시키는 컴퓨터예술 등에 리얼리즘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렇게 오늘날의 리얼리즘은 상당히 변화되고 다양한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3.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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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다>, 2008


‘난다’ 라는 작가의 작품은 현대의 리얼리즘을 표현하고 있다. 실사와 디지털 이미지를 합성하여 현실과 가상의 모호한 관계를 드러낸다. 전통적인 사진재현의 개념을 넘어서 표현하곤 한다. 심각하고 어려운 현실의 문제도 쉽고 유쾌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것이 이 작가의 철칙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술은 어렵고 복잡하다는 개념을 벗어나 단순하고 쉽게 예술에 접근할 수 있다. 또한 재미있고 쉽기 때문에 의미 전달력이 크다는 장점이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촬리씨의 호객행위>를 찾아볼 수 있다. 현대의 모습이 많이 반영된 이 작품은 사실적이며 현실적이다. 또한 호객행위 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넘치는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4.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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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tch me if you can >, 2009


이은 작가의 < catch me if you can >이라는 작품은 현대의 소비사회에 대한 문명비판의 소재로 자판기를 주목하고 있다. 자판기는 인간이 직접 매개하지 않고도 직접 소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명의 이기이며 사행심을 은근히 자극하는 욕망의 생산기제이기도 하다. 이러한 소비와 욕망의 유통공간을 의인화된 물체와 장소로 바꾸어 다른 시각에서 이 일상적 공간을 볼 수 있게 한다. 현대문명의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하는 장을 만들어 낸다.





사회 비판과 풍자성을 드러내는 리얼리즘은 현대의 미술작품에서 까지 이어진다. 현대미술에서 작가들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생각 또는 철학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그것을 관람객과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내고 있다.  리얼리즘 이라는 소재는 사실적인 묘사와 현실을 그대로 그려냄으로써 단지 아름다움만이 예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이라는 것은 눈에 보기 좋고 감동만을 일으키는 요소가 되어서 만은 안 된다. 때로는 사회적 문제를 드러내는 담대함도 있어야 하고,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이나 일반 시민들에게도 각성을 일으킬 수 있는 가르침의 효과를 줄 수도 있어야 한다. 예술이라는 소재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요소이다. 소통의 요소인 만큼 현실적인 모습과 문제점을 담아 가르침과 각성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리얼리즘 미술. 그것이 바로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는 중요한 쟁점 이라고 말하고 싶다.


[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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