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마리 로랑생, 알 수 없는 그 무엇

마리 로랑생_색채의 황홀
글 입력 2017.12.0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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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날, 그 먼 옛날 프랑스에.

세기로 치면 17세기 그 즈음, 왕정 시절에.

그곳에 새로운 유행어가 탄생했다.

'알 수 없는 그 무엇'

자자, 이 말이 어느 상황에 쓰였는고 하면,
아름다움을 칭찬하기 위한 미사여구였다.

아름다운 예술품,
그리고 주로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

이 것들이 미사여구의 주인공이 되었다.

당신은 너무나도 아름다우며,

그 속엔 표현할 수 없고
측정할 수조차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지금부터 이야기해 볼, 마리로랑생은 17세기가 아니라 20세기를 살다간 인물이지만, 그녀의 그림에는 17세기의 유행어 '알 수 없는 그 무엇'으로 표현될 무언가가 있다. 피카소의 것처럼 강렬한 구조와 눈에 띄는 원색은 없지만, 그녀의 그림엔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 무엇이 있다. 대단하게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


CHAPTER 1.
마리 로랑생은 누구인가


33세무렵, 마드리드에서, 1916.jpg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미라보다리' 중에서)


 로랑생은 먼저, 프랑스의 대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미라보다리'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다. 5년간 사랑을 나누었던 화가 마리 로랑생과의 이별을 아쉬워하는 마음에서 쓰여진 이 노래로 말할 것 같으면, 세계적인 샹송 가수 이베뜨 지로와 음유시인 레오 페레가 불러 불후의 명곡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노래 중 하나라 할 수 있겠다. 그 유명한 노래의 주인공이, 바로 이 전시의 화가라는 것.

 또 마리 로랑생은, '몽마르트의 뮤즈'이자 '세탁선의 뮤즈'였다. 피카소, 장 콕토, 아폴리네르, 앙드레지드. 이 모든 이들이 그녀와 교류하며 영감을 주고 받던 인물들이었다. 또 그녀는 그 유명한 코코 샤넬의 초상화를 그리기도 했다. 바로 그, 코코 샤넬말이 맞다.

 마리 로랑생에 대해 알아보며 즐거웠던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틀린 말도 아니다. 영화 주인공이 여행하던 시기가 마리 로랑생의 그것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파리 곳곳을 다녔듯이, 마리 로랑생의 인생을 자근자근 걸어다니면 교과서와 위인전 속의 누군가가 계속 눈에 띈다. 마리 로랑생은 그만큼 대단한 인물이었나보다.



CHAPTER 2.
마리 로랑생의 인생


 그녀는 처음부터 유명한 화가는 아니었다. 무명을 겪었고, 그러던 중 피카소에게 죽는 날까지 그리워했던 기욤 아폴리네르를 소개받았으며, 야수파와 입체파의 그림을 접하고 그리다가, 자신만의 색채를 만들어 낸다.

 사랑 이야기는 더 나온다. 마리 로랑생의 인생에서, '사랑'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였으니. (물론 모든 이의 삶이 그러하지만)


세명의 젊은 여인들, 1953년경, 캔버스에 유채, 97.3x131, Musee Marie Laurencin.jpg
 

 그녀의 5년의 연애는, 갑작스레 기욤이 모나리자 도난범으로 몰리며 종료되었다. 그녀는 반 강제적으로, 독일의 한 장군과 결혼을 하게 된다. 그 이후 그녀의 삶은 꽤 어두운 빛을 띄었다. 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고고, 그녀의 남편은 알코올 중독에 빠졌으며, 그녀는 문학과 그림을 통해 상처를 치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73세, 삶을 마무리할 때까지 그녀는 붓을 놓지 않았다.

 마리 로랑생의 인생에 대해, 알 필요가 있는 것은, 그녀의 작품과 인생이 끈끈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열애를 하던 시기의 그림은, 더 핑크빛이고 더 사랑스럽고 더 몽글거린다. 그리고 삶의 위기 속에서, 그녀의 그림도 어두운 빛을 띈다.

 또 재미있는 점은, 그녀의 삶의 위기가 우리가 배우고 아주 이 지구의 역사에서 큰 일이었던 세계대전 속에 존재하였다는 것. 그녀의 작품 속 어두운 빛은, 개인적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결국엔 우리 모두의 것이었다.

 누군가의 역사를 보고 아는 것은 즐겁다. 또 그 역사가 그림이라는 아름다운 세계에 담겨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이를 알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즐거움을 당신에게 선사할지도 모른다.



CHAPTER 3.
알 수 없는 그 무엇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jpg


 앞선 장에서, 이것 저것 많은 이야기를 풀어 놓았지만 마리 로랑생의 그림이 가치있는 것은, 결국 그녀가 이 세상에 놓고 간 선과 색채들에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이전의 것들과 다르고, 당시 주류를 이루던 남성 화가들, 그리고 야수파와 입체파와 유의미하게 구별되는 독자적인 무언가를 만들어 낸 것도 물론 대단하지만, 그런 것들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그녀의 작품엔 알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아름다운 것은 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추운 겨울이지만 따뜻한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와 예술의 전당으로, 오랜만에 걸음해야할 것 같다.





상세1124-01.jpg

 
 2017 . 12 . 09 ~ 2018 . 03 . 11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1층


[손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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