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마리 로랑생, 색채의 연금술사를 만나다

글 입력 2017.12.08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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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아직 여성 화가가 익숙하지 않다. 나 또한 알고 있는 여성 화가의 이름이 손에 꼽을 만큼 적다.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몇 여성 화가들의 삶이 영화, 소설 등과 같은 콘텐츠로 하나, 둘씩 나오고 있지만 전시로 이들을 만나기 아직 힘들다. 전시가 열린다 하더라도, 그들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열리는 전시는 많지 않다. 그들은 다른 남성 예술가들의 뮤즈로 전락하거나 남성의 도움을 빼고서는 자기 삶을 설명할 수 없게 기록된 경우가 다분하다.

황홀한 핑크와 옅은 블루, 청록색, 우수가 감도는 회색 등의 색깔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색채의 연금술사 마리 로랑생도 이 시선에서 피해가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여성 화가보다 성공적인 작품 활동을 하였고, 인정을 받은 그녀이지만 그녀는 천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뮤즈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맞다. 마리 로랑생은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로 시작되는 천재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명시(名詩) '미라보 다리'의 실제 주인공이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센 강은 흐르고
우리의 사랑도 흘러내린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늘 고통 뒤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가고 나는 남는다.

('미라보다리' 중에서)


하지만 우리는 그녀가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화가 임을 더욱 주목해야 한다. 그녀는 화가인 동시에 시인이며 북 일러스트 작가이기도 했고 무대 및 의상 디자이너로도 활약했다. 또한 세계 미술사에서 마크 샤갈과 더불어 색채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낸 작가로 손꼽힌다.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jpg
▲ 키스, 1927년경, 캔버스에 유채
81.2x65.1, Musee Marie Laurencin 


책읽는 여인, 1913년경, 캔버스에 유채, 91.5x72, Musee Marie Laurencin.jpg
▲ 책읽는 여인, 1913년경, 캔버스에 유채
91.5x72, Musee Marie Laurencin 


오는 9일부터 예술의 전당에서 열리는 ‘마리 로랑생 展’은 우리가 그녀를 화가로서 바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국내 최초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160점에 달하는 작가의 유화, 수채화, 삽화, 사진 등을 통해 마리 로랑생의 작품 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총 5개 섹션으로 구분된 이번 전시는 입체파와 야수파의 영향을 받았던 1900년대 초반부터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1950년대까지 작가의 전 시기를 망라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아울러 이번 전시는 마리 로랑생의 예술세계가 패션, 상업 디자인, 미술사 전반에 걸쳐 미친 영향을 다양한 각도와 오브제를 통해 재조명한다. 20대 무명작가이던 시절부터 대가로서 73세의 나이까지, 그녀의 전 시기 작품을 통해 우리는 작가의 인생을 따라 추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리 로랑생의 색채에 대한 자신만의 매혹적인 감각은 우리로 하여금 그녀의 작품을 한 번만 봐도 뇌리에 박히게 해준다. 그녀는 야수파와 입체파의 틈바구니와 남성 위주의 화단에서 자신의 여성성을 감추거나 왜곡하는 대신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 여성 작가로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했던 마리 로랑생. 우리는 그녀를 기욤 아폴리네르가 쓴 한국인의 애송시 '미라보다리'의 주인공을 넘어 독립적이고 위대한 예술가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그녀의 전시가 여성 화가를 바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Marie Laurencin
(1883-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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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세 무렵, 마드리드에서, 1916


마리 로랑생은 작품에 대해 지적인 관념을 대입하는 것을 격렬하게 거부했다. 그녀는 오롯이 본능과 직관에 따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였다. 아름답고 젋은 여성들과 형체가 모호한 동물들이 풀밭에 들어찬 몽환적인 세계에 대한 자신의 시선을 끊임없이 담아냈다. 만약 그녀가 자신만의 환상과 직관을 갖지 못했다면, 마리 로랑생은 입체파나 다다이즘의 추종자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파블로 피카소, 조지스 블라크, 앙리 루소 등 야수파와 큐비즘을 대표하는 작가들과 교류하며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이들과는 전혀 다른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해낸 여성 화가라는 점에서 마리 로랑생이 서양 미술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적지 않다. 마리 로랑생은 남성의 관점에서 여성을 바라봤던 서양미술사의 흐름에서 탈피해 여자의 눈으로 응시한 그들의 모습과 여성성을 포착해낸 최초의 여성 화가라고도 할 수 있다.




색채황홀
마리 로랑생 展


일자 : 2017.12.09(토) ~ 2018.03.11(일)

*
1월 29일(월), 2월 26일(월) 휴관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입장마감 오후 6시 30분)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티켓가격
성인 13,000원
청소년 10,000원
어린이 8,000원

주최
예술의전당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

주관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KBS미디어

관람연령
전체관람가




문의
㈜가우디움어소시에이츠
02-396-3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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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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