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기욤 뮈소의 '브루클린의 소녀'[문학]

-순식간에 몰입할 수 있는 작품
글 입력 2017.12.04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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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릴러 작품인 만큼 책을 읽을 예정이시라면
유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기욤 뮈소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라는 작품이 한국에서 영화화 되기도 한 만큼, 국내에서 매우 인기 있는 작가이며, 거의 1년에 한번 꼴로 장편소설을 출간하는 성실한 이야기꾼이기도 하다. 사실, 기욤 뮈소의 소설은 작년에 '종이 여자'로 처음 접했는데 장편소설인데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매끄러운 이야기 전개와 쉽게 읽히는 문체 덕분에 순식간에 읽을 수 있었다.

사실, 결말이 조금 허무한 감이 있었지만 기욤 뮈소의 문체와 그의 캐릭터는 나에게 깊이 남아있었다. 두 번째로 읽게 된 '브루클린의 소녀'는 '종이 여자'에 비해 훨씬 더 내 구미에 맞는 소설이었다. 판타지, 로맨스 요소가 다소 첨가되어있던 전 작품에 비해 이번 작품은 스릴러에 치중된 내용인데, 속도감 있는 사건 전개 속 밝혀지는 내막과 거듭되는 반전은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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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유명 작가 라파엘은 나탈리와 이혼 후, 홀로 아들 테오를 키우던 중, 소아과 의사 안나를 만나 재혼을 꿈꾼다. 그러나 결혼식을 앞두고 떠난 여행에서 부부간 신뢰를 위해 비밀을 털어놓으라고 압박하는 라파엘과 비밀을 숨기고 싶어하는 안나 사이에 갈등이 일게 되고 안나는 라파엘에게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되더라도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지 묻는다. 라파엘은 이에 자신 있게 긍정했지만 이내 안나가 불에 탄 세 구의 시체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자신이 저지른 일이라고 말하자 충격을 받고 도망치게 된다. 잠시 후 자신의 섣부른 대처를 후회하고 돌아가지만 이미 안나는 종적을 감췄다. 라파엘은 이웃인 전직 형사 마르크와 협력해 안나를 쫓으며 안나의 숨겨져 있던 과거와 그 속에 숨겨진 정치적 음모를 눈치 챈다. 결국 안나가 도망친 것이 아니라 납치당한 것을 깨닫고 그녀를 구하게 된다.



납치 사건의 피해자 안나


소설의 정의를 살펴보면, '소설은 작자가 자기의 보는 바 현실적 인생을 구성하여 서술한 창조적 이야기이다' (출처: 두산백과)라는 말이 있다. 물론 모든 소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소설은 어느 정도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독자는 더욱 소설 속 인물에게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다. 나 또한 '브루클린의 소녀'를 읽으며 점점 드러나는 안나의 과거를 알게 되면서 책에 더욱 몰입하고 안타까움을 느꼈다.

사이코패스 하인츠 키퍼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로서 끔찍한 과거와 자신이 도망쳤기 때문에 알지도 못했던 다른 소녀들이 죽고,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엄마의 죽음까지, 어린 나이에 겪은 끔찍한 사건 속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실제로 안나처럼 고통 받는 수많은 피해자와 그들의 가족이 있다는 것과 언론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특히 결말 부분 마르크와 안나의 대화를 읽으며 자신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죄책감을 갖고 속죄하며 살아왔던 안나의 아픔과 가족을 잃은 아버지의 무력감과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저를 죽이면서 정당한 단죄라느니, 억울하게 죽어간 소녀들에 대한 복수라느니 따위의 말로 저를 두 번 죽이지는 말아줘요. 이 사건에서 유일한 죄인은 하인츠 키퍼뿐이니까."

- p.145 클레어(안나)와 마르크의 대화 中




애매한 해피 엔딩


안나의 납치 사건은 단순히 안나와 하인츠 키퍼에게 유괴당한 소녀들만이 희생자가 아니었다. 정치계에 입문해 대통령 자리를 노리는 태드의 내연녀의 아이가 안나였고 안나의 어머니인 조이스는 안나를 찾기 위해 이를 밝히겠다고 태드를 협박한다. 그러나 태드는 내연녀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정치적 타격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를 알리지 않았고 격한 갈등 속 조이스를 죽이고 만다. 태드와 그의 수족 조라는 완전 범죄를 위해 조이스의 죽음의 전말을 알고 있는 기자 플로랑스 또한 살해한 후 안나 또한 납치하여 모든 증거를 인멸하고자 한다.

라파엘은 안나를 살리기 위해 태드의 범죄를 입증한 결정적인 증거를 조라에게 넘기고, 결국 태드의 범죄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다. 태드와 조라는 하인츠 키퍼 다음으로 끔찍한 악인이지만 결국 이들은 처벌받지 않고 권력을 쥐게 된다. 안나와 라파엘은 다시 재회하고 더 깊은 사랑을 쌓지만 완전한 해피 엔딩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바로 태드와 조라 때문이다. 예전부터 정치계의 권력 다툼으로 인한 희생자들과 숨겨진 음모는 소설과 영화의 단골소재였다. 그리고 '브루클린의 소녀' 또한 이런 정치적 이슈를 담고 있다. 완벽한 권선징악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렇기에 이 소설이 더욱 현실감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씁쓸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당신은 법의 공정성을 믿어요? 세상에서 통용되는 유일한 법이 있다면 바로 강자의 법이죠."
- p.376 라파엘과 조라의 대화 中



[심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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