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청소년 문학극장 '소설을 보다 - 이태준 편

글 입력 2017.12.0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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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복덕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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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깔끔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공연 팸플릿
 


그저 ‘잘’ 살고 싶은 평범한 노인들
  
  사람은 누구나 잘 살고 싶어 한다. ‘잘’의 기준은 제각기 다를 수 있지만, 어쨌거나 모두 행복한 삶을 꿈꾼다. 복덕방의 세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현실은 초라하지만 나름대로 잘 나갔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그런 서로의 모습을 괜히 비꼬며, 좋았던 그 시절이 다시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세 노인은 하루가 멀다 하고 티격태격 싸우지만, 누구 하나 복덕방을 떠나지 않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는 서로밖에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안 초시의 죽음이 가지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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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시작 전, 텅 빈 무대


  안 초시는 무용수로 출세한 딸을 두었지만, 세 노인들 중 행색이 가장 초라하다. 그래서인지 안 초시는 버릇처럼 ‘젠장’거리면서 자신의 처지를 못마땅해 한다. 한 쪽 다리가 부러져 흰 반창고가 감겨 있는 안경은 그의 처지와 닮아있다.
 
  안 초시는 우연히 좋은 투자정보를 알게 되지만 부러진 안경다리 하나 고치지 못하는 그에게 투자 할 목돈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는 딸 경화에게 투자 정보를 알려주고, 열 배 이상의 이익을 볼 것이라는 말에 경화는 자신이 운영하는 무용센터를 담보로 목돈을 마련해서 투자한다. 투자정보는 사기꾼이 흘린 거짓정보였고, 안경화는 투자한 돈을 몽땅 날린다. 친구들의 위로에도 충격을 견디지 못한 안 초시는 음독자살을 하고 만다.

  안 초시의 죽음은 비극이다. 한 번 잘 살아보려고 했는데, 가혹하게도 그 시도는 죽음으로 돌아왔다. 투자해서 번 돈으로 잘 살고 싶었지만, 돈은 결국 그의 삶을 앗아갔다. 큰 돈 자체를 염두에 둔 것 말고도, 자신이 알려준 정보로 딸이 큰돈을 벌게 되면 돈을 타서 쓰는 것도 눈치가 안 보이고, 또 그것을 통해 딸에게 아버지로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안 초시에게는 조금이라도 있었을 것이다. 자식 앞에 당당해지고 싶었던 아버지 안 초시는 딸의 원망 섞인 비명을 듣고 큰 자책감에 빠졌다.

  안 초시의 죽음은 사기꾼이 판을 치고, 서양문물이 들어오는 등 빠르게 변하는 복잡한 세상 속에서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자식에게마저도 외면당하는 기성세대의 비참한 모습을 잘 보여준다.
 
  안 초시의 딸 경화는 무용수로서의 자신의 명예에 누가 될까, 아버지가 음독자살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안경화에게 ‘명예’는 곧 ‘돈’으로 이어진다. 음독자살을 할 정도로 아버지를 방치한 무용수를 아무도 불러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는 두려웠던 것이다. 결국, 음독자살은 비밀로 한 채 장례를 치르고, 장례식장은 무용수 안경화를 보러 온 손님들로 바글바글하다.
 
  안 초시는 삶 아닌 ‘죽음’마저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가질 수 없었다.
  안 초시의 삶과 죽음, 돈은 그 모든 것을 빼앗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후,

  연극을 다 관람하고 난 뒤에는 배우들과 관객들이 직접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배우들은 작가 이태준의 생애, <복덕방>의 시대적 배경 등 연극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려주고, 관객들은 연극을 보면서 생긴 궁금증을 질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예전에 다른 연극을 보고 이해하지 못한 대사나 행동에 혼자 끙끙거리며 집에 간 경험이 몇 번 있어서인지, 다른 관객들과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이 즐겁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또한, 배역을 맡아 연기한 배우들이 직접 설명을 하니, 그 분들 스스로가 작품과 인물을 어떻게 이해했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가 느껴져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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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과 질의응답 시간이 모두 끝난 후에,
배우분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아무리 생생하게 전달하려 해도, 백 마디의 관람 후기는 한 번의 관람만 못한 법이다. 정말 감사한 티켓 가격에 잘 짜인 구성과 노련한 연기를 즐길 수 있다. 12월 16일이 마지막 공연이 끝나기 전에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함께 <복덕방>을 통해 좋은 추억 남기시길 간절히 바래본다.
 




소설을 보다 - 이태준 편
- 복덕방 -


일자
2017.11.20(월) ~ 12.16(토)

*
매주 일요일 휴연

시간
월~금 오후 7시
토요일 오후 2시

장소 : 공간222

티켓가격
청소년 3,000원
성인 5,000원

주최/주관
극단 목수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민체육진흥공단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 70분




문의
극단 목수
02-2039-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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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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