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케빈에 대하여 [영화]

글 입력 2017.11.3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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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산후 우울증에 갓난아기를 살해한 30대 여성이 구속되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이 기사를 보고 떠오른 영화가 있었다. 바로 ‘케빈에 대하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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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너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 포스터에 나타나 있는 이 문구는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우리는 엄마라는 역할에 굉장히 신성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곧 모성애로 굳어져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감정 중 가장 고귀한 것으로 칭송된다. 그래서 사회는 ‘아이 낳으면 모성이 생겨’, ‘아기 얼굴만 봐도 힘든 게 싹 잊힌다니까’라는 무책임한 말로 이데올로기를 형성하며 여성을 옭아맨다. 하지만 우리 모두 이번 생은 처음이기 때문에 사회에서 부여하는 모든 역할이 낯설다. 왜 사회는 ‘엄마’라는 역할의 어두운 면을 알려주지 않았을까. 어쩌면 이 영화는 포장되지 않은 엄마의 삶을 우리에게 보여주려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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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theculturetrip.com)


 영화는 초반에 스페인의 토마토 축제로 서막을 열며 강렬한 빨강으로 스크린을 물들인다. 핏빛과도 같은 빨간색의 향연은 마치 지옥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영화의 여주인공 ‘에바’의 현재 삶처럼.

 에바는 인정받은 모험가이다. 자유분방하고 도전을 즐기는 에바의 인생은 예상치 못한 임신으로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에바’라는 개인에서 ‘누구의 엄마’가 되어버린 것이다. 남편인 프랭클린을 사랑하긴 하지만 ‘가족’이라는 것이 딱히 필요하지 않았던 에바는 임신으로 형성된 가족이 구속으로 다가온다. 임신 후 생기는 자신의 신체 변화부터 가족이라는 제도까지, 준비되지 않았던 모든 것은 에바를 힘들게 한다. 특히 육아에 서툰 에바는 이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울음을 그치지 않는 아기에게서 해방되기 위해 울음소리를 덮을 수 있는 공사장 한복판에 무의식적으로 서 있거나, 아이한테 네가 있기 전 자신은 더 행복했다며 이전에 살던 곳으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내뱉는다. 아기라도 그것을 아는 걸까, 케빈과 에바의 감정의 골은 깊어지고 케빈은 엄마에 대해 불신과 혐오의 감정을 가지고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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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준비되지 않았던 엄마, 에바는 케빈을 다루는데 서툴고 그에게 충분한 애정을 쏟지 못한다. 다가가려 해도 까칠한 케빈의 성격은 둘의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었다. 이에 대해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조언을 구해도 부부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다. 이상적인 가정을 추구하는 프랭클린은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가 엄살을 부린다고 생각한다. 또한, 그는 모든 환경을 아이 중심으로 놓으면서 그녀가 아이를 최우선으로 두길 바란다. 그는 가정에 충실한 아빠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표면적으로만 가족을 이을 뿐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은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가족의 갈등은 에바가 둘째 '셀리아'를 갖게 되면서 더욱 고조된다. 그녀는 케빈을 낳고 기를 때 찾지 못했던 행복감을 셀리아에게서 찾는다. 충분히 준비된 그녀는 케빈과 다르게 셀리아에게 충분한 사랑과 신뢰를 주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전과 다른 엄마의 모습에 케빈과 에바는 '셀리아'라는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낸다. 결국, 케빈의 표출되지 못한 모든 분노와 갈등은 교내 연쇄 살인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드러나며 모두에게 화살이 되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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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영화)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 영화의 원제목이다. 케빈이 저지른 끔찍한 사건이 흘러가고 2년 후, 비로소 에바는 "왜 그랬니?"라는 질문을 케빈에게 한다. 아마 이 질문은 에바가 줄곧 가지고 있었던 질문일 것이다. ‘왜 나를 미워했니?’, ‘왜 살인을 저질렀니?’, '도대체 왜 그랬니?' 드디어 그 진실을 마주할 용기가 생겼을 때 에바는 케빈에게 질문한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라는 알 수 없는 대답만 돌아온다. 하지만 에바는 고개를 끄덕이며 처음으로 케빈을 안아준다.

 어쩌면 이 둘은 모두가 피해자일지 모른다. 우리나라 산모들의 산후 우울증 수치는 증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은 마땅히 없다. 더 나아가 이에 대한 심각성이 많이 알려지지 않아 산후 우울증을 하나의 정신병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아이를 낳은 후 여성의 모든 삶은 뒤 바뀐다. 물론 가장의 책임이 커지는 남성의 삶도 많은 부분이 바뀌겠지만 여성은 일을 그만둠으로써 경력단절을 겪거나, 해방되지 않는 육아가 반복되면서 우울증을 키우게 된다. 사회가 바뀌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여성이 전반적인 가사 노동과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현실인 만큼 우리 사회도 이에 대한 개선의 필요성이 요구되지만, 아직 사회는 응답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케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눠봐야 한다. 물론 케빈 자체는 영리한 사이코패스에 지날지 모른다. 아니면 그저 가정 교육의 실패로 탄생한 괴물일 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사회적 아웃사이더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구조 문제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사회적인 관심과 변화로 이런 비극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우리는 이제 이 문제를 덮어놓기만 할 것이 아니라 꺼내어 얘기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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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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