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라 메르 에 릴 제 11회 정기연주회(11.22)

라 메르 에 릴 (La Mer et L'Île : 바다와 섬)
글 입력 2017.11.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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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메르 에 릴
(La Mer et L'Île : 바다와 섬)



Program


Manuel de Falla(1876-1946)
Deux Danses de “El Amor Brujo”
I. Danse de la Frayeur
II. Danse Rituelle du Feu
Vn. 최연우, 박준영 Va. 에르완 리샤 Vc. 김대준

우미현(1980-)
빛, 그림자 그리고 독도
해금 고수영 Fl. 박지나 Cl. 황수희 Vn. 박준영 Vc. 김대준

김대성(1967-)
독도랩소디
I. 상처받은 독도
II. 파도 그리고 기상
대금 박경민 Fl. 박지나 Vn. 최연우 Vc. 김대준

Intermission

Johannes Brahms(1833-1897)
String Quintet No. 2 in G Major, Op. 111
I. Allegro non troppo, ma con brio
II. Adagio
III. Un poco Allegretto
IV. Vivace ma non troppo presto
Vn. 최연우, 박준영 Va. 에르완 리샤, 이희영 Vc. 김대준





지난 11월 22일 수요일, 저녁 7시 30분에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린 라 메르 에 릴 정기연주회를 관람했다. 연주회에는 큰 관심이 없었고 음악 취향에도 맞지 않아 연주회의 목적에 집중하고 자주 접하지 않았던 문화예술을 새로이 만나는 것에 의의를 두었다.

클래식음악이라고 하면 사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조금은 지루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그러나 1부와 2부의 옹골찬 구성과 강민선 아나운서의 이해하기 쉬운 설명 덕에 생각보다 깊게 연주회에 몰입하게 되었다. 연주회를 들으면서 처음 듣는 노래임에도 박자를 타게 되고, 연주가 끝나면 나도 모르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강민선 아나운서가 1부 설명에서 독도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에게도 이상하게 향수를 느끼게 한다며 한국인이라면 모두 독도를 마음의 고향처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나 또한 독도를 한번도 가본 적이 없지만 이상하게 독도에 애정이 있고 '우리의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연주회가 처음 들었지만 친숙하게 느껴진 것 또한 같은 맥락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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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첫곡인 Deux Danses de “El Amor Brujo”를 들었을 때, '나쁜 세력, 악'을 물리치는 주제에 걸맞게 긴박감 넘치는 도입부와 멜로디에 첫 곡부터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다. 비올라와 바이올린, 첼로의 연주로 구성된 곡이었는데, 빠른 템포의 곡이어서 현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나는 그것을 보고 마치 적과 싸우는 칼 같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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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미현 "빛, 그림자 그리고 독도"를 듣기 전에는 강민선 아나운서가 곡을 작곡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셨는데, 독도에 연주회를 위해 방문했다가 3일간 머무르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이 마치 독도가 라 메르 에 릴 연주회 팀의 발을 붙잡는 것 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곡이어서 그런지 도입부가 마치 뱃고동소리를 연상시켰다. 뱃고동 소리같기도 하고 파도 소리같기도 하게 시작하며 바닷가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장은 스타카토로 한 음이 짧았다면 2장은 길게 늘어지는 느낌으로 연주되었다. 아마도 독도가 나를 붙잡는 것인지 내가 독도를 놓지 못하는 것인지 왠지 모를 아쉬움과 미련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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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정선아리랑"은 국악기가 아닌 첼로와 클라리넷으로 시작하는데, 아리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들었다면 아리랑인지 몰랐을 정도로 참신한 편곡이었다. 첼로와 클라리넷으로 시작해서 현대적인 느낌이 강했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해금과 대금 연주가 시작되자 익숙하고 친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고 가장 인상적인 것은 바이올린의 현을 튕기는 것이 가야금 소리와 비슷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악기를 응용해 외국의 악기로 국악기같은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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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마지막 곡인 김대성 "독도랩소디"는 대금의 소리에 유의해 들어보라는 강민선 아나운서의 설명과 함께 시작되었다. 주제가 상처받은 독도, 파도 그리고 기상이었기 때문에 주제에 맞게 조금은 위기감이 느껴지고 어두운 음악이었던 것 같다. 찢어지는 듯한 높은 고음으로 쫓기는 듯한 느낌과 상처를 표현한 것이 아닐까. 노래가 전체적으로 거친 바람같은 느낌, 거센 파도같은 느낌이 강했다. 절벽 앞에 서있는듯 위태로운 전개가 기억에 남는다. 만약 연주를 영상으로 표현한다면, 거센 바람, 거센 파도, 쫓기는 누군가를 Zoom in 했다가 갑자기 Zoom out 되며 아득해지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연주의 완급 조절에 감탄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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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는 시간을 가진 후 2부가 시작되었다. 이 곡은 Johannes Brahms가 은퇴를 선언하며 작곡한 노래라고 한다. 그 이후에도 많은 곡을 남기긴 했으나, 은퇴를 선언하며 작곡한 노래인 만큼 마지막이라는 심경이 드러나는 곡이다. 그러나 우수에 젖은 회고록같은 느낌이 아니라 쾌활하고 아름다운 선율로 구성되어 있었다. 떨어지는 낙엽이 슬픈 것이 아니라 눈 내리는 듯 아름답게 연상되는 느낌이었다. 포근하고 따뜻한 선율로 피날레를 장식하는 연주였다. 추운 날씨에 마음 가득 따스함이 퍼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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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곡으로는 헝가리 풍의 익숙한 노래가 연주되었는데, 함께 보러간 친구와 계속 그 멜로디를 흥얼거려서 서로를 보며 웃었던 기억이 난다.

연주자들끼리 연주 중에 서로 눈을 맞추며 박자를 맞추는데, 얼마나 많은 연습과 노력이 있었는지 느껴졌다. 또 연주자들의 표정이 멜로디가 어두울 땐 어두운 표정으로, 밝은 노래일 땐 옅은 미소를 띄며 연주를 하셨는데 하나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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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은 지루하고 따분하다는 약간의 편견이 있었는데, 그냥 노래만 듣는 것이 아니라 연주회를 보러 간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와 함께 연주자들과 나도 교감하는 듯 했고 주제를 알고 들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노래를 들으며 독도를 연상하니 한 편의 영상을 보는 듯 생생했다.

"독도 새우"문제로 논란을 빚고, 우리 땅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견제와 부당함을 견뎌야 하는 현 시국에서 라 메르 에 릴의 연주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다시금 마음에 새기며 한 편의 영화같은 연주회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았을 라 메르 에 릴 팀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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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의 초대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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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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