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능을 치른, 그때의 나와 지금의 너에게. [영화]

-영화 세 얼간이
글 입력 2017.11.2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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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올 해 수능이 끝났다. 수능을 본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수능 날이 오면 괜히 복잡하고 씁쓸한 기분이 든다. 대다수의 학생이 그렇듯 나도 수능을 본 후 12년간의 학창시절이 이 시험 하나로 종지부를 찍었다고 생각하니 허탈하고 후련하기도 한, 정말 말 그대로 시원섭섭한 감정을 느꼈다. 처음 발표 난 대학에서 떨어져서 방 안에서 숨죽이며 울다가 아빠랑 처음으로 술을 마시기도 했고, 대학 합격발표를 보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부모님께 전화를 걸던 그 순간도 아직까지 생생하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듯, 대학은 인생의 전부도 아니고 실제로 대학을 다니면서 대학이 인생의 전부만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의 나를 비롯하여 세상의 많은 '고삼'들에게 대학이란 그 동안의 노력을 보상해주는 것이며 인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이뤄야 할 목표였다. 그리고 나는 대학은 그동안의 노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이며 이를 보여주지 못하면 실패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고등학생들도 대학입시에 대한 압박과 두려움 속에서 버텨오고 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위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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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고 유쾌한 스토리 속 담겨있는 진정한 배움


누군가 나에게 '인생영화'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세 얼간이'라고 답한다. 사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많이 없을 거라 생각한다. 러닝타임이 약 세시간 정도로, 꽤나 긴 편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는 않았더라도, 학교에서 틀어주는 영화 중 순위권에 드는 영화이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 정식 개봉하기도 전에 이미 유명했던 작품이기 때문이다. 영화 '세 얼간이'의 줄거리는 꽤나 흔한 내용이다.

천재들만 간다는 일류 명문대 ICE를 배경으로, 진정으로 공학이 좋아서 대학에 들어온 란초가 부모님이 정한 공학자라는 꿈을 위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포기하고 억지로 공부하는 파르한,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대기업 취직을 꿈꾸는 라주를 만나 친구들이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게 도와주고 경쟁으로 가득 찬 대학에 진정한 교육의 본질을 알려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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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가득찬, 우리들의 모습을 대변하는 인물 라주


"네 꿈을 찾아라! 너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아!" 라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나 책은 많다. 그리고 이젠 그런 메시지는 너무 흔해서 와 닿지도 않는 한 물간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를 열 번 넘게 보면서 항상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그리고 수능이 끝난 직후 다시 이 영화를 보았을 때, 기억에 많이 남는 인물은 라주였다.

라주는 두려움에 가득 차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겨우겨우 공부해서 들어온 ICE는 경쟁으로 가득하고 그 곳에서 좋은 성적을 받지 못하게 되니 취업은 점점 멀어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래서 공부 뿐만이 아니라 신께 의지하게 되고 계속 부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내가 고등학생 때 갖고 있던 모습과 닮아있었다. 나 또한 대학 입시를 하면서, 작은 실수 하나가 등급을 좌우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점점 부정적이고 실패를 견디지 못했다. 그러나 라주는 사고 이후 단순한 취업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 가치 있는 무언가를 위해 살고자 한다.

라주를 보면서 느낀 점은 라주는 참 '영화'같으면서도 현실을 잘 반영해주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죽음을 이겨내고 진정한 삶의 자세를 깨우치기도 했다는 점에서는 가장 영화적인 인물이지만, 끝없는 경쟁 속에서 자신의 가치를 잊은 채 두려워하는 모습은 현대인들의 삶을 잘 대변해준다. 그리고 우리들은 이런 라주의 변화된 모습을 통해 자신의 삶과 가치있는 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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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났다. 누군가는 원하는 대학을, 누군가는 원하지 않았던 대학을 갈 수도 있고 어쩌면 다시 도전할 수도 있다. 초조하게 대학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에게 잠시 쉬어가는 마음으로,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이 영화를 꼭 추천해주고 싶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심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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