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왕이 될 남자의 운명은 주어진 것인가, 스스로 만든 것인가?-연극 맥베스 King's Choice

한시간이 30분같은 몰입감-연극 맥베스 King's Choice
글 입력 2017.11.26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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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이 30분같은 몰입감
-연극 맥베스 King's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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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맥베스-King's Choice는 창작집단 몬스터의 실험적인 음악극이다. 연극에서 활용되는 음향효과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들은 뒤 바로 공연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초반에 연극에 바로 몰입하는 데 어려움이 조금 있었다. 루프스테이션, 음성변조 등의 음향효과는 일반인들도 거의 다 아는 부분이기 때문에 설명을 생략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음성변조와 함께 소리가 중첩되어 울리다 보니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맥락을 보고 내용을 유추해야 했다. 하지만 비일상적인 존재의 분위기를 확실히 만들었고, 인물들의 심리에 몰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무대는 귀족이 사는 성의 느낌이 아닌 현대적인 인상을 주었다. 극 중 대사와 상황은 1040년 즈음 스코틀랜드이지만, 등장인물들이 입은 의상과 사용하는 소품은 모두 현대적이었다. 독특한 설정이 특유의 매력을 만들었다. 가장 인상에 남은 장면은 던컨 왕이 죽고 난 뒤 여론의 반응을 태블릿 pc로 보는 부분이었다. 현대성을 부각하면서도 무대 외부의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장치였다.
 

맥베스_컨셉사진 2.jpg
 

 극에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은 맥베스와 레이디 맥베스다. 맥베스는 기묘한 목소리로부터 문장 세 개를 듣게 된다. 한 개는 이미 사실이고, 다른 한 개는 곧바로 이루어 졌다. 마지막 문장은 맥베스를 왕이 될 분이라며 찬양하는 말이었다. 맥베스는 왕의 자리가 자신의 자리일 것이라고 확신하며 레이디 맥베스와 즐거움에 취한다. 왕의 자리를 탐욕스럽게 욕망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던컨 왕을 살해하게 되는데, 혹시 일이 잘못되지는 않을까 몹시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와 반대로 레이디 맥베스는 흔들리지 않고 맥베스를 다그치며 대관식까지 일관된 태도를 보인다. 새빨간 드레스와 어울리는 팽팽한 긴장감과 우아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맥베스는 기묘한 예언을 듣고 왕의 자리가 자신의 자리라고 확신하고 살해를 하지만, 이후 사실 왕이 될 운명은 다른 이에게 있었음을 알게 된다. 음악으로 표현되는 폭풍 같은 심적 고뇌를 한 뒤 맥베스는 왕을 낳을 분이라고 예언을 받은 동료와 그의 자식을 살해할 것을 지시한다. 처음 살인을 하게 된 계기가 예언과 아내, 그리고 자신의 숨겨진 욕망이었다면, 두 번째 살인은 전적으로 그의 결정이었다. 연극 초반 기묘한 목소리가, 나는 배를 폭풍으로 흔들리게 할 순 있어도 완전히 뒤집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외부의 영향은 그저 영향일 뿐이며 선택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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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은 큰 액자 안에서 대관식의 사진을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대관식을 담은 명화가 연상되는 연출, 웅장한 음악, 그리고 무게 있는 연기가 맥베스-King's Choice의 무게감을 전달했다. 

 공연장을 나와 추운 거리를 걸으면서 친구와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에서 내가 맥베스의 입장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아마 예언의 출처를 신뢰할 수 없어 그냥 무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밥을 먹다가 가끔 혹시 정말 그 자리가 내 자리일까 하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예술이 선사하는 몰입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극이 진행될수록 음향과 조명, 연기가 서로 시너지효과를 주면서 연극에 깊이 몰입하게 됐다. 지루할 틈 없이 한시간이 30분처럼 느껴지는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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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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