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쩌면 인간이라서, 우리 모두를 비추는 거울 : 맥베스 [공연]

글 입력 2017.11.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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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후회를 한다. 그리고 보통 그 후회는 자신이 과거에 한 선택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인생에서 다양한 선택을 할 기회가 주어지지만 무엇을 선택하든, 그 선택에 대한 결과는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남겨진 선택지에 대해 미련과 환상을 갖는다. 때로는 자신이 선택한 선택지가 타인에 의한, 신에 의한 운명이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원망하기도 한다. 맥베스-King’s Choice는 이러한 인간의 약점을 다룬다. 특히 선택에 대한 후회로 요동치는 그의 심리 변화에 집중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그 순간 온전히 맥베스가 되어 그의 죄책감, 후회의 감정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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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상상하며 만들어가는 연극


 '대학로 나온씨어터’는 매우 작은 공간을 가지고 있는 소극장이다. 하지만 배우들의 연기는 자칫 연극의 단점으로만 남을 수 있는 ‘한정된 공간’이라는 부분을 장점으로 승화시킨다. 무대 전환이 다양하게 이루어질 수 없는 약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은 자신의 연기로 관객들이 충분히 공간을 상상할 수 있게 도와준다. 관객들이 무대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닌, 배우와 나를 동일시하며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배우들의 훌륭한 감정선과 무대 장악력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연극은 관객을 곧 맥베스로 만드는 것을 통해 배우들의 내공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레이디 맥베스를 연기한 정성희 배우는 레이디 맥베스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캐릭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내놓는다. 맥베스를 파멸로 이끈 레이디 맥베스는 악처였는가? 모든 선택은 맥베스 자신이 한 것이지만 그 선택의 결정인 역할을 한 것은 이를 부추긴 레이디 맥베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연극에서는 맥베스의 환상 속 연약한 레이디 맥베스를 보여주며 그녀의 원초적 순수함을 보여준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해석은 이 연극을 조금 더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음악극'이라는 색다른 시도


 맥베스의 또 다른 특이점은 음악극이라는 것이었다. 특히 루프 스테이션과 피치 시프트를 이용해 입체감을 주는 동시에 현장에서 직접 녹음한 은원을 재생하여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한다. 이 새로운 형식의 음악극은 매우 신선하였다. 피치 시프트를 통해 표출되는 변조된 목소리는 기괴함을 극대화하고 상상이 진실일지 모른다는 환상을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심어주며 루프스테이션은 배우들의 노래, 목소리를 중첩하며 극의 신선함을 끝까지 끌고 간다. 하지만 음악극이라는 색다른 장르를 가지고 가기에는 음악의 비중이 적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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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중 맥베스는 마녀의 예언이 하나씩 실현되자 자신의 마음속 깊이 자리한 욕망을 운명에 대입시켜 살인을 저지른다. 하지만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심해지면서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정신적 파멸을 겪는다. 하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맥베스가 이런 감정에 대한 해소를 자기 최면을 통해 해결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는 고통에서 탈피하기 위해 살인행위가 자신의 의지가 아닌 운명에 의한 것이라 믿으며 자기 합리화를 한다. 결국 상상에 불과한 자기 최면적 행위는 믿음이 되고, 거짓된 진실을 하나의 현실로 만든다. 그리고 그 현실들은 더 후회할 선택들을 남기며 파멸에 익숙해지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연극은 맥베스가 대관식에 참석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대관식 이후, 거짓들이 곧 현실이 된 맥베스 일가의 삶이 행복했는지는 잘 판단이 되지 않는다. 맥베스-King’s Choice는 인간의 선택과 후회의 과정을 극대화 시켜서 보여주고 있을 뿐, 우리의 인생과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현실 속 우리도 선택에 대한 후회로 괴로워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해 자기최면을 계속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선택과 후회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다면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극 중 맥베스가 언급한 이 대사는 우리가 인간이라서 안고 가야 할 후회를 함축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이를 통해 성장하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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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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