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우아함’이라는 옷을 입은 사랑 – 백조의 호수 [공연]

글 입력 2017.11.2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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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다 : 고상하고 기품이 있으며 아름답다.

(출처 :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처음으로 발레 공연을 봤다.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소리 맞춰 커튼이 열렸을 때, 나는 사람의 몸이 저토록 아름다운 곡선을 그릴 수 있구나. 몇 번이고 감탄했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철저하게 계산하고, 생각하고, 연습한 결과물은 발레를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우아함’이라는 단어를 깨닫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히려 단어적 정의보다 발레리나의 몸 동작 하나가 ‘우아하다’는 말을 이해시키기에 더 적절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Swan Lake by G Shishkin Soloists -  세르게이 우마넥.jpg
 

 첫 번째로 보게 된 발레 공연이 ‘백조의 호수’라서 더 영광스러웠다. 특히, ‘오데트’(백조)와 ‘오딜’(흑조) 1인 2역의 백조의 호수는 이번에 공연한 마린스키 - 프리모스키 발레단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라고 한다.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는 익히 알려진 스토리다. 왕자는 성인식을 준비하다가 우연히 찾아간 호수에서 백조가 소녀로 변하는 것을 목격한다. 백조는 알고 보니 저주에 걸린 소녀 ‘오데트’. 애틋한 이별 후에 성인식에서 왕비가 뽑아준 여인들은 모두 왕자의 마음을 채우지 못한다. 그 때 자신의 사랑 오데트로 분장한 ‘오딜’이 등장하고, 왕자는 분장에 속아 ‘오딜’에게 사랑을 속삭인다. 이 광경을 본 오데트는 인간의 모습으로 호수에 몸을 던지려 하고, 왕자는 그녀를 다시 찾아가 사랑을 맹세한다. 둘의 진실한 사랑은 결국 악마를 물리치고 백조로 변하는 저주를 풀게 만든다.


마린스키 발레단6.jpg
 

 스토리를 요약하면 얼마 되지 않는 이 공연은 3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됐다. 말을 하지 않고, 저 스토리와 주제를 전달하기 위해 많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들은 움직였다 멈췄다를 반복한다. 움직이면 움직이는 곳에서, 멈추면 멈추는 곳에서 그들은 완성된 한 장면을 위해 온전히 노력하고 있었다. 이 부분 역시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그들의 작품을 위해 기꺼이 미동도 없이 불편한 자세를 유지하는 노력. 그 노력이야 말로 진정으로 우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의 전당은 우아함을 입은 사랑이야기를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거기서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는데, 앞에 앉은 꼬마 아이가 안 보이는 사람들 틈으로 고개를 움직이며,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은 작은 소리로 엄마에게 해석을 요청해가며 공연을 열심히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솔직히 3시간이라는 러닝 타임이 짧지 않은 시간이고, 음악과 춤으로만 구성된 공연이었기에 어린 아이에게는 더 지루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이는 나보다 더 열정적으로 백조의 호수의 장면 장면을 눈에, 가슴에 담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접하는 것 역시 교육의 일부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백조의호수 로비.jpg
 

 마린스키 - 프리모스키 발레단 내한공연 '백조의 호수'는 예술의 전당에서 11월 12일까지 공연됐다.


[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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