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연극 스테디레인 _ '끝나지 않는 비' 처럼 마음을 짓누르는 치열한 2인극

글 입력 2017.11.2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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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씨어터컴퍼니의 작품 <스테디레인>은 110분간 치열하게 이어지는 2인극이다. 조이와 대니라는 전혀 상반된 인물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그들의 인생은 가슴 한 켠을 답답하고 힘들게 만든다. 마치 작품 속에서 조이와 대니가 넌덜머리를 내는, 그 끝나지 않는 비 처럼 진을 쏙 빼놓는다.

작품 <스테디레인>은 특히나 대사량이 많고, 심플한 무대를 오롯이 두 배우가 말로 가득 채워야 하는 공연이다. 그래서 더욱이 관객들의 몰입을 확실히 끌어낼 정도의 연기력을 필요로 하며 배우들의 역량에 따라 그 평가가 좌우될 수 있는 부분이 다수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조이 역의 이명행 배우와 대니 역의 김수현 배우가 엄청난 연기를 보여줬다고 말하고 싶다. 다른 배우들의 페어 역시 느낌이 다를 것 같아 기대가 되고 특히 '조이'라는 캐릭터가 연기 방식에 따라 다르게 비춰질 요소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이뤄낸' 가정과 제일 친한 친구인 조이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끔찍이 위하는 대니. 그리고 그런 대니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가치관과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조이.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두 인물의 치열한 대담은 극의 초반부에서는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고 후반부로 갈수록 숨을 조여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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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와 대니의 성격차이는 개인의 가치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극명한 대립을 보인다. 대니는 자신을 비롯,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울타리가 가장 소중하기 때문에 어떠한 위법이나 불법도 '가족을 위해서' 라면 신경 쓰지 않는다. 반면 조이는 사회가 규정하고 있는 상식을 우선시하는 인물로 자기 자신에게 제일 소중한 것은 딱히 없다. 관객이라면 도무지 상식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대니보다는 상대적으로 조이가 합리적이고 덜 미친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기 마련. 하지만 엔딩으로 갈수록 그런 생각에는 균열이 생긴다.

극의 가장 큰 매력은 대니와 조이에게 일어난 한 사건을 관객에게 들려주는 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두 사람은 과거를 회상하는 모습과 사건을 겪는 당시의 모습을 번갈아 넘나들며 스토리텔링을 이어간다. 특히 대니가 홀로 자신이 겪은 참혹한 일들을 묘사하며 이야기를 들려줄 때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하게 된다. 조이와 대니의 극명한 성격 차이는 두 사람이 같은 사건을 어느 정도로 다르게 바라보고 있는가를 보여주며 흥미를 이끌어 낸다.

결말 역시 깔끔하다. 조이는 생애 처음으로 절실히 원하는 것을 얻었으나 그를 위해 인생에서 가장 큰 부분을 포기해야 했다. 마지막 엔딩 장면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체 스토리라인에서 보여주는 사회의 부조리함에 대한 고발. 그리고 상반된 두 사람의 입을 통해 어떤 것이 진실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심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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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 존재한다. (배우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지만) 스토리에서 드러나는 여성의 캐릭터. 즉 론다와 코니를 대하는 조이와 대니의 시선에서 신성시하는 느낌을 너무 많이 받게 된다는 것. 캐릭터를 풍자하는 하나의 방식인지. 아니면 그저 캐릭터의 일부로 그려낸 것인지 알기 어려우나 어느 쪽이든 터져 나오는 실소는 숨기기가 어렵다.

또 한편으로는 심플한 무대 구성 말고 세트나 음향효과를 좀 더 살려서 새롭게 연출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 물론 두 배우의 엄청난 포스와 연기력이 무대를 가득 메우기는 한다. 그러나 110분동안 쉬지 않고 몰입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어 별도의 환기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2009년에 브로드웨이에서 다니엘 크레이그와 휴 잭맨이 연극 <스테디레인>의 주역이었다는 신기한 사실을 마지막으로 리뷰를 마친다.



*이 글은 아트인사이트와 함께합니다*


[김민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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