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평가와 극작가의 입장 차이, 연극 '비평가' (2017/11/10~11/19)

글 입력 2017.11.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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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이 어디인지 잘 몰라서 헤맸는데 알고보니, 5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 작품, <비평가> 연극은 비평가인 볼로디아와 극작가인 스카르파가 등장한다. 성공을 거둔 극작가가 비평가를 찾아와 자신의 작품에 대한 평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평가는 냉정한 자신의 평가를 유지하려 하고, 작가는 비평가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면서 둘은 계속해서 충돌한다. 비평가와 극작가는 서로가 생각하는 연극에 대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이중적인 모습을 취하게 된다. '비평가'와 '극작가'의 입장을 대변하는 연극이기 때문에, 다소 무겁고 진지하며 심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을 들어보면 절대 간과할 수 없었다. 비평가는 글의 재미를 위해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비판만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만 비로소 '비평가'의 역할을 소명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가는 항상 번뇌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하다. 또한 극작가는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자신의 공연에 대한 평가를 비평가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그의 짧은 평가에 마음에 들지 않아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표현과 묘사를 갈구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자신의 '성공'을 인정받고 싶어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영화관에서 관객은 티켓만 사주면 관객수가 채워지지만, 극장에서 관객은 관객이 없으면 불황될 수 밖에 없다. 관객의 입소문으로 퍼져나가는 마케팅 방식이기도 하며, 관객이 없으면 소통이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극장에서는 관객이 왕이 될 수 밖에 없는 효과인 듯 하다. 또한 연극들을 관람하다보면, 간혹 이것은 누구를 위해 만든 연극인가하고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물론 연출 및 배우 분들이 심사숙고하여 열심히 만드신 연극이겠지만, 관객의 입장으로서는 그 공연을 관람하고 나서 마음이 헛헛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소문난 연극이라기에 가봤더니, 시나리오 방면에서 꽤나 부실해서 웃음밖에 남지 않았던, 티켓 값이 아까웠던 그런 연극도 있었다. 이젠 연극 시나리오도 관객이 보고 여운이 남을 수 있도록 스토리 구조가 좀 탄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형식은 바로 이러한 내용의 2인극이라는 점이다. 장면 전환 없이 2시간이라는 시간을 이끌어나간다는 점이 색다롭기도 하였고, 우선 배우들의 체력이 대단했다. 어떻게 그 방대한 양의 대사들을 외웠을까. 배우분들의 노력에 극찬하면서 관람했다. 나에게 이 연극은 110분이라는 시간을 버텨내기가 사실 힘들었다. 뮤지컬은 노래라도 삽입되어 흥이라도 있지만, 연극은 오롯이 대사와 행위로 꿋꿋이 나아가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용까지 꽤 심오해서 중간 중간에 이해가 안 된 부분들도 많았다. 행위들을 줄이고, 오롯이 대사로 소화해내는 장면들이 많다보니 몰입도가 좀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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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극은 신기한 게, 극장 대기실에 명대사들을 하나하나 부착하여 이 공연의 장면들을 미리 감상하고 가는 느낌을 들게 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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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 명대사


"좋은 공연은 배고픔을 잊게 만들고, 나쁜 극은 입맛을 잃게 만들지요."

"당신의 글을 보는 것은 성적표를 받아보는 학생들과 같은 마음이에요."

"영화관에서 관객은 아무것도 아니죠. 그러나 극장에서 관객은 왕이에요."

"돈과 명예를 보고 쓴 것은 아니지요. 물론 돈과 명예 둘다 가져다주겠지만요. 누가 내 비평을 읽어나 주겠어요? 나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짖어대는 개에 지나지 않소."

"연극을 극으로 만드는 것은 연극을 하는 사람들한테만 재미있어요."

"내가 이 직업에 대해서 확신이 적었다면, 그 비평 때문에 난 직업을 바꾸었을 겁니다."

"당신은 날 모욕하고 있는 겁니다."

"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위해, 아니면 기쁨을 주기 위해 글을 쓰지 않아요."

"날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난 배우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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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와 작가에 대한 이야기이다보니, 무대 위에 책이 정말 많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비평가가 자주 앉을 책상 하나와 오른쪽엔 와인한잔 마실 컵들과 탁자 하나가 놓여 있다. 무대로서만 봐도, 얼마나 고뇌에 빠져사는 인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극장이라고 하였는데, 무대가 꽤 넓었다. 문득 들었던 생각은 이 넓은 무대를 장식하기 위해 과연 몇 권의 책들을 쌓아놓았을까, 그리고 비평가는 저 많은 책을 정말 다 읽었을까하는 그런 엉뚱한 상상도 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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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정장을 갖춘 극작가인 스카르파와 다소 편한 복장인 비평가 볼로디아의 커튼콜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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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 개요 >


□ 공연기간 : 2017년 11월 10일(금) ~ 2017년 11월 19일(일)

□ 공연장소 :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

□ 공연시간 : 평일 20시 / 토 15시, 19시 / 일 15시 (월 공연없음)

□ 관람료 : 30,000원 (청년할인 30%, 청소년할인 50%)

□ 관람연령 : 13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10분

□ 제작 : 극단 신작로

□ 기획 : K아트플래닛

□ 출연 : 김승언, 이종무

□ 제작진
후안 마요르가
연출 이영석 / 번역 김재선 / 드라마터그 임승태 / 무대 박상봉 / 조명 김성구 / 영상 강경호 / 음악감독 박소연 / 의상 심형석 / 분장 김근영 / 사진 김두영 / 포스터디자인 김솔 / 그래픽 전진아 / 조연출 신주훈

문의 : 02-742-7563

예매 : 인터파크, 대학로티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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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설명


김승언, 이종무 배우의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이는 2인극

이 작품은 성공을 거둔 작가가 비평가를 찾아와 자신의 작품에 대한 그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비평가는 냉정한 자신의 평가를 유지하려 하고, 작가는 비평가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면서 둘은 날카롭게 충돌한다. 비평가와 작가는 밀도 높은 논쟁 속에서 연극에 대한 입장 차이를 견지하고, 여기에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그 존재감과 영향력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이중적인 태도로 인해 둘 사이의 대화는 긴장도 높은 심리적, 논쟁적 드라마를 형성한다.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형식은 바로 이러한 내용의 2인극이라는 점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 사회에 대한 연극의 역할, 연극이 다루는 진실의 성격, 그리고 연극과 현실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비평가와 작가는 매 순간 부딪히며 대결한다. 이들의 논쟁은 연극과 현실이 평면적인 대응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면서, 과연 “우리는 현실과 연극에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의 문제를 깊게 파고든다.
   

권투사범과 권투선수, 비평가와 작가 - 인생을 건 두 대결이 극중극 형식으로 만나다

<비평가>의 또 하나의 특징은 극중극의 구조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평가와 작가는 최근 성공을 거둔 작가의 작품에 대해 토론한다. 이 토론이 각자 작품 속의 인물을 맡아 함께 대사를 읽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면서 극중극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평가> 속 등장인물인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이 권투사범과 권투선수라는 점이다. 이들은 사각의 링 위에서 자신의 인생을 걸고 대결을 벌이게 된다. 이 대결이 곧 비평가와 작가의 대결에 겹쳐지면서, 권투의 링은 연극의 진실을 놓고 싸우는 연극의 링에 대응한다. 그리고 이 두 개의 링은 모두가 자신의 일에 인생을 걸었다는 점에서 서로를 반영한다.
   

연극창작의 본질을 묻는 메타 연극

이 작품의 특징은 비평가를 통해 연극 창작의 본질적 성격을 묻는 메타연극이라는 점이다. 그간의 메타연극이 연극 제작 과정을 다루는 극중극을 통해 작가, 연출가, 배우 등 주로 창작자의 입장에서 연극의 사명과 가치를 주장했다면, 이와는 반대로 이 작품은 이미 작가의 작품이 공연된 이후의 시점에서 평가자인 비평가를 통해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연극의 소명과 역할을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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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소개


방금 성공적으로 첫 공연을 마친 희곡작가 스카르파가 볼로디아의 집을 방문한다. 볼로디아는 10년 전, 스카르파의 첫 작품에 혹평을 가한 비평가. 오늘 공연의 작품평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스카르파 앞에서 볼로디아는 짧은 비평문을 쓰지만 스카르파는 그의 평이 맘에 들지 않는다. 작품에 관한 이견으로 논쟁은 시작되고, 그 논쟁은 작품 속 여성인물의 현실성을 놓고 정점에 이른다. 비평가는 그 인물을 ‘가짜’라 단언하고 작가는 그 인물이야말로 현실 속 인물임을 역설한다. 둘의 논쟁이 계속되면서 작품 속 여성의 모델이 밝혀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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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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