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노장의 에너지는 더욱 강렬하다!

걷잡을 수 없는 힘의 향연,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글 입력 2017.11.1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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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가브릴로프(Andrei Gavrilov)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로, 그 역사를 함께하며 자신의 철학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인물이다. 음악에 대한 오랜 연구와 사색으로 연주에 자신만의 색을 칠하는 그가 지난 9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그의 공연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걷잡을 수 없는 힘의 향연이라고 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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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에너지, 에너지!


가브릴로프는 곡을 대하는 데 있어 거침이 없었다. 첫 번째 곡인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은 사전에 들은 원곡에 비해 상당한 힘이 느껴졌다. 원곡의 약한 부분까지 전부 어느 정도 세기를 올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피아노를 있는 힘껏 내리치며 건반 하나하나에 힘을 싣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자신이 정해놓은 길을 정신없이 질주하는 것 같았다. 그가 한국전쟁 직후에 태어난 예순이 넘은 인물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였다. 필자로서는 그만큼 폭발적인 피아노 연주를 들어본 적이 없어서일까, 그야말로 노장 투혼의 현장에 매료되는 순간이었다.

연주하는 내내 가브릴로프는 자신의 느낌과 해석을 고스란히 곡에 담았다. 그는 연신 어깨를 들썩이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등 매 순간 곡과 교감하며, 그가 느끼는 감정 또한 가감 없이 표출했다. 다리를 쩍 벌리고는 그야말로 음악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아마 모두가 그는 형식보다 표현에 비중을 둔다는 것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는 누구보다도 곡에 ‘자신’을 담아내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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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와 협연의 동시 진행


이번 무대는 가브릴로프가 피아노를 연주함과 동시에 지휘도 함께하는 공연이었다. 그는 그가 곡을 연주하는 방식을 협연에도 적용하였다. 피아노를 연주하다가 벌떡 일어나 양팔과 손을 내세우며 마치 이를 던지듯이 지휘하는 모습은, 그가 선두에 서서 돌격하는 부대를 상상케 했다. 힘있게 오케스트라를 이끌어나가는 그의 카리스마는 무대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협연이라고 보기엔 그가 너무나 돋보였고, 달리 말하자면 지나치게 ‘튀었다.’ 나는 협주를 보고 있는 건데, 마치 독무대와 들러리를 보고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가 보여준 열정은 더할 나위 없이 긍정적인 힘을 뿜어낸다. 제1 바이올린 연주자까지 그의 영향 때문인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연주에 심취한 모습을 보았을 땐, 그 긍정이 잘 전파된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분명 듣는 사람에 따라선 그의 독불장군식 협연 및 연주가 썩 내키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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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콜 곡까지 마치고 가브릴로프는 관객에게 팔을 흔들며 YES를 표현했다. 그의 표정엔 스스로 만족스러운 표정이 가득했고, 그의 몸짓 하나하나엔 자신감과 기쁨이 넘쳤다. 그 순간 나는 그렇다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가 보여줄 수 있는 자신의 방법을 다 쏟아내 성공적으로 선보였고, 나는 그것을 제대로 경험할 기회를 가졌던 것이다. 그의 방식에 가졌던 작은 의문점들은 그의 만족감을 고스란히 전해 받았을 때 사라졌다. 그저 전에 못 보던 새로운 에너지를 맛본 즐거움만이 남을 뿐이었다. 객석을 자신만의 에너지로 가득 채우며 연신 어깨를 들썩였던 그의 뒷모습을 나는 오랫동안 기억할 것 같다.




사진 출처: 구글


[염승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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