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알고 보면 더 재밌는 미장센의 세계 [영화]

미장센을 알기 전까진 몰랐던 영화이야기
글 입력 2017.11.16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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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스토리를 한 편의 영화로 만들기 위해 감독들은 다양한 수단을 활용한다. 어떤 수단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내용은 달라질 수 있다. 즉, 같은 각본이라도 찍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관객들은 그 스토리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그 수단을 ‘미장센’이라고 말한다.


미장센(mise-en-scène)

미장센(mise-en-scène)이란 ‘무대에 배치하다(placing on stage)’라는 뜻의 연극 용어다. 이것은 연극 연출가가 희곡을 무대 위에 올릴 때 인물이나 사물 등의 재료를 어떻게 배치하는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 미학적 표현이다. 이렇게 연극 재료의 배열을 지시하는 미장센의 개념이 현재는 무대와 영상의 예술적 표현을 위한 활동을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특히 영화의 미장센은 시나리오를 영상화하기 위한 방법의 조직 전체를 포괄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 인물과 사물, 의상과 소품, 배경과 세트, 조명과 색채뿐 아니라 인물의 동선과 카메라의 움직임, 숏의 크기와 앵글 등 감독의 영화 연출 전반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이는 결국 영화의 스타일과 디자인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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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즐링 주식회사>, <문라이즈 킹덤>의 웨스 앤더슨 감독은 미장센을 아주 잘 활용하는 감독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그가 지금까지 쌓아온 노하우들을 폭발시킨 작품이 바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미장센이 뛰어난 영화리스트에서 빠지는 적이  없을 정도로 앤더슨 감독 특유의 센스들이 장면 곳곳에 묻어있다. 그래서 본 작품을 더 재밌게 즐기기 위해서는 단순 스토리에 대한 이해보다는 미장센에 대한 이해가 더 필수적 이다.



[ 색채감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미장센을 이야기하면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토픽이 ‘컬러’이다. 강렬한 원색부터 파스텔 톤의 동화같은 색채, 무채색까지 한 편의 영화가 마치 하나의 팔레트가 된 듯 하나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다채로운 컬러들을 아낌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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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의 유니폼과 새빨간 배경의 엘리베이터. 강렬한 원색들의 조화가 단연 돋보이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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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텔 톤의 분홍색과 하늘색이 눈에 띄는 이 장면은 강렬한 원색과는 또 다른 매력의 색감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파스텔 톤의 색채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어른들의 동화라고 칭해지는데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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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내부의 사람들은 다채로운 색을 입고 있는 반면 호텔외부 사람들은 무채색의 의상을 입음으로써 그 대비를 더 잘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특유의 다양하면서도 조화로운 색감의 향연들은 ‘동화 같다’, ‘아름답다’는 평을 받으며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했고, 후에 아트북과 같은 수많은 굿즈들을 생성해냈다.
 


[ 화면 비율 ]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3개의 액자식 구조로 이루어져있으며 1930년대, 1960년대, 1980년대 총 세 시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감독은 각 시대를 관객들이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의상, 소품뿐만 아니라 화면 비까지 신경 썼다. 1930년대에는 1.37:1, 1960년대에는 2.35:1, 1980년대에는 1.85:1의 각 시대마다 주로 쓰이던 화면 비를 그대로 차용해 영사하였다. 감독은 이 같은 화면 비에 익숙치 않은 관객들이 어색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을 고려해 90도로 빠르게 패닝하는 장면을 많이 넣어 공간이동의 답답함을 줄이고자 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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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도 ]


웨스 앤더슨 감독은 그의 작품에 수직/수평 구도, 좌우대칭 구도를 주로 활용하는 편인데 이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피해갈 수 없었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들이 이런 구도를 보여주다 보니 안정감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강박에 가까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런 느낌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평소 접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새로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감독의 섬세함 덕분이겠다. 변화하는 화면 비에도 배경과 소품, 인물을 어긋남 없이 마치 스크린에 꼭 맞는 구도로 찍기 위해 감독이 얼마나 노력했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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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칭2.jpg
 




카메라 앞의 모든 것은 연기이다. 1부터 100까지 모든 것이 감독의 의도에 따라서 만들어진 어떤 의미를 지닌 물건(혹은 행위)이라는 것이다. 이런 감독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 씬 하나하나를 뜯어볼 줄 아는 능동적인 관객이 되었을때 우리는 비로소 영화라는 장르를 더 깊이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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