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역사를 일깨우는 그림, "한국의 진경 - 독도와 울릉도"

라 메르 에 릴의 4번째 동해·독도 전시회 (2017.11.29 - 12.17)
글 입력 2017.11.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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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의 나는 흥선대원군의 손녀의 손녀쯤은 되는 듯이 굴었다. 극단적 보수주의자였다는 소리다. 호기심 한창 왕성할 유치원생이 어찌나 폐쇄적인지, 매번 갖고 노는 인형만 갖고 놀고, 매일 노는 친구랑만 놀고, 늘 먹던 음식만 먹었다. 옹고집 같은 취향은 배움에도 예외가 없었다. 생애 첫 동요를 배우고 나자 다른 모든 동요는 거부했다. 동네 어르신들이 재롱 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노래를 시키면 고장 난 주크박스처럼 오직 한 가지 노래만 불렀다. 그렇게 이뻐해 주시던 분들조차 지겨워할 정도로 일 년 내내 그랬다. 유치원에서 다른 동요를 부를 때는 멍하니 있다가, 내가 익히 아는 그 노래만 목청 높여 부르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다시없을 집착을 불러일으킨 내 인생의 첫 동요가 그 유명한 '독도는 우리 땅'이다. 강원도, 경상도가 어딘지도 모르는 만 4세에게 독도의 위치와 특징, 아름다움까지 모두 아우러 알려주었던 나의 인생 노래. 그보다 몇 살쯤 더 먹고 난 후에도 희미한 역사의식을 잡아주는 기초는 바로 '독도는 우리 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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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리, 삶은 어딘가 다른 곳에
life is elsewhere, 130x162cm


그때만 해도 일제강점기의 비극에 공감하며 노래를 부르기 쉬운 시절이었다. (언론, 역사적으로 탄압을 했던 503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추억 얘기를 즐겨하시지만 유독 그 시절만큼은 입을 꾹 다무시는 외할머니가, 징병에 끌려갔다가 불구가 된 동네 할아버지가 살아계시던 시절이었다. 그 시대의 산증인들이 주변에 아직 머물러 있었기에 고통의 되새김이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흐른다. 그때의 비극을 또렷이 기억하던 분들이 영원히 살아계실 수는 없다. 가장 가까운 '나'의 역사에서 '우리'의 역사로, 언젠간 '한때'의 역사로 남아 분노는 모조리 희석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부르던 노래는 대를 잇고 이어 이 땅의 아이들에게 계속 불릴 것이다. 마냥 막연하지만은 않은 감정을 이어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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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원더풀 독도 Wonderful Dokdo
Acrylic on Canvas, 193.9X259.1cm, 2015


예술은 이처럼 일상 속에서 쉽게 망각하는 역사를 가장 친근한 방식으로 일깨운다. 라 메르 에 릴(La Mer et L’Île, 바다와 섬)은 음악, 미술, 시와 무용을 통해 독도와 동해를 표현하고 널리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올해로 4번째인 동해·독도 특별기획전 “한국의 진경 - 독도와 울릉도” 또한 그림을 통해 역사를 재각인시키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인 '진경' 시리즈는 조선시대 겸제 정선이 중국의 풍경화를 그대로 답습하지 않고 우리 강산을 직접 발로 다니며 눈으로 담아낸 풍경화에서 뜻을 가져왔다. 죽은 고전이 아닌 오늘을 살고 있는 현대 미술가들이 직접 독도를 마주 대하고 그려낸 살아있는 그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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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두,독도-작은리조트
145x112cm, 장지에분채, 2017


이 전시에는 이종상, 김선두, 김지원, 김근중, 황주리, 최낙정 작가 등 국내 정상급 작가 40명이 참여한다. 참여 작가들이 4년째 매년 독도를 직접 방문하여 긴 시간 독도에서 스케치를 하고, 독창적인 화풍으로 녹여내어 작품의 깊이와 다양성을 책임진다. 특히, 전시를 위해 사전답사를 갔던 작가들이 높은 파도로 인해 독도에서 이틀을 보내기도 했다는데, 드물게 밤의 독도까지 마주한 경험이 작품에도 녹아있지 않을까 싶다.

이 단체의 이함준 이사장은 “예술가들이 음악, 미술, 시와 무용 등을 통해 동해와 독도를 노래하고 표현한다면 동해와 독도가 우리 생활 속에 숨 쉬는 우리의 바다와 섬으로 승화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국내외에서 훌륭한 공연과 예술작품으로 동해와 독도를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의미 있는 발걸음을 계속하고 있는 라 메르 에 릴의 “한국의 진경 - 독도와 울릉도”전은 올 겨울을 녹여줄 따뜻한 울림이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지원_독도-화가의비행 oil on linen_57x103cm_2017.jpg
김지원, 독도-화가의비행
oil on linen, 57x103cm, 2017





전시 정보

Real Landscape Of Korea Dokdo & Ulleungdo
한국의 진경- 독도와 울릉도

2017.11.29(수) - 12.17(일)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 1,2,3관

오프닝 11.29(수) 오후 5시

관람시간 11:00~18:00


<참여작가>

강경구 강석문 고찬규 김경신 김경원
김근중 김덕기 김선두 김일용 김종원
김지원 박선진 박형진 서용 손문일
송동옥 양상철 오원배 이규형 이동환
이윤정 이이남 이인 이종상 이종송
이주연 이주원 임만혁 장현주 정일영
정정엽 제이미리 조혜경 최낙정 최돈상
최문선 최석운 하태임 홍범 황주리


[윤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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