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을 하면 느낄 수 있는 10가지 감정들 - 사랑의 묘약 @석파정 서울미술관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
글 입력 2017.11.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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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느낄 수 있는 10가지 감정들"


사랑의 묘약
-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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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암동에 위치한 '석파정 서울미술관'은 첫 번째 발걸음이었다. 낯선 곳으로의 첫 행보. 근처에 지하철 역도 없고 주변이 발전되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아드는 곳이더라. 생각보다 너무 새 건물이어서 찾아보니 2012년에 연 미술관으로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다. 미술관 건물 뒷편으로는 흥선대원군의 별서인 석파정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 앞에 '석파정'이 붙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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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을 받았다. 예쁜 티켓이다. 티켓 부스에서는 엽서도 판매했다. 따로 아트 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기억한다. 도슨트도 진행한다. 도슨트 시간을 맞춰 가도록 하자. <사랑의 묘약>은 12:00와 15:00에 진행된다. 음식물과 백팩은 입장이 불가능 하지만 보관함이 있으니 걱정 말자. 이 곳은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마치 대림 미술관처럼. 아니, 이제는 거의 모든 전시관이 사진 촬영을 허용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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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알아 볼 수 있어야 했던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곳은 사진 촬영이 '가능'한 곳이다. 이 찬란한 조명 앞에서 어느 누가 그냥 지나갈 수 있겠는가! 이 곳은 많은 사람들이 무려 '줄'을 서가며 사진을 찍곤 한 핫플레이스 중 한 곳이다.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이 전시장을 매우 추천한다. 연인과 함께 인생샷을 찍어주기 좋은(?) 장소라고 소문이 퍼졌는지 서로 너도 나도 찍어주기 바쁜 커플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사진에는 그닥 관심이 없고 전시를 보러 온 입장에 있어서는 달갑지 않았으나, 이것이 요즘 트레드인 것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관람객의 발절음이 줄어든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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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를 사랑한다" 묵직한 한 문장이 전시장에 입장하는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그리고 포스터로도 사용되는 대표 이미지라고 볼 수 있는 '신왕'작가의 사진을 거대하게 만난다. 이번 전시 <사랑의 묘약> 사실 오페라에서 기본적인 이야기 구조를 빌려온 전시이다. '가에타노 도니체티 Gaetano Donizetti'가 창작한 희극 오페라의 이름으로 왠지 우리에게 익숙하다고 느껴졌을 것이다. 도니체티의 '사랑의 묘약'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 하는 순박한 시골 청년의 순애보다.

우리는 사랑을 하는 다양한 순간마다 다양한 감정을 경험한다. 어떤 감정은 순식간에 사라져서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버리기도 하고, 어떤 감정은 매우 강렬해서 감정에 휩싸인 채 수일간 그 감정을 지니고 있기도 한다. 그 감정을 이번 전시가 잘 담았아 보여준다는 점이 매력 포인트가 아닐까.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은 5개로 구성된 남자의 방과 4개로 구성된 여자의 방 그리고 두 사람의 마음이 하나를 이루는 마지막 세 번재 방을 통해 남자와 여자의 사랑 이야기를 보여 준다. 전시장 속 방을 거닐며 통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이해하고 알아보며 사랑을 하면서 느끼는 10가지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일상, 방황, 욕망, 공허, 집착, 신뢰, 고독, 용기, 희생 그리고 기쁨을 작가 별로 나누어 소개해주는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이 '사랑'이라는 소재가 시대를 초월하며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모두 알고 싶다는 욕망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특히 부정적인 감정은 에너지가 매우 강렬해서 조치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폭발해버리기도 하고, 혼란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욕망은 때로는 '집착'으로, 때로는 '슬픔'의 모습으로 우리의 삶을 어지럽히고 파장을 일으킨다. 그리고 '사랑의 묘약'과 같이 조금은 허무맹랑해 보이기까지 하는 결과물로 투영되곤 한다. 가장 고전적인 소재인 '사랑'에 대해 그 당시의 사람들과 현대 사람들의 마음이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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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작품은 일러스트레이터 '타쿠 반나이'의 작품 중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이다. 이 작가는 '일상'을 표현하였다. 혼자 에코백을 메고 전시장에서 관람을 하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다. 이 사람에게서 나 자신을 투영시키곤 하며 감상한 필자. 이 분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일상을 그것도 소소하고 조용한 일본의 도시 모습, 자연, 사람들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따뜻한 파스텔 톤의 심플한 색감과 색종이로 붙여서 만든 2차원적인 작품은 넓은 여백으로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는 그런 작품이다.

오른쪽에는 붉은 끈이 얼기설기 마치 실뜨기를 하듯,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볼 수 있다. 더불어 그 옆의 사진들에도 붉은색 실은 계속해서 등장한다. 한국에서도 붉은 끈은 '인연'을 의미하지 않던가. 3D 일러스트레이터 '이르마 그루넨홀츠' 의 작품으로 남자와 여자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을 실로써 표현을 한다. '방황'을 나타내는 작품이다. 거미줄처럼 엉킨 공간 속에서 서로를 만나고자 발버둥 치는 두 남녀. 답답한 듯 가슴을 움켜지고 있는 남자의 마음에도 실이 있다. 사진 속 조각들의 표정과 행동, 그리고 그들의 주변에 맴도는 실의 표현을 보며 사랑을 하면 느낄 수 있는 복잡함에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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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이 작품을 이 전시에서 뺄 수 없을 것이다. 사랑에서 빠질 수 없는 '집착'. 대만의 사진작가이자 이 사진의 여성인 '신왕' 작가의 사진이다. 워낙 유명해서 티켓이나 포스터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으니. 신왕 작가는 인간의 육체를 적나라하게 표현하며 사람과 사람, 남녀 사이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품을 많이 남겼다. 사랑을 로맨틱하게, 사랑스럽게, 따뜻하게 표현할 수 있다면 이 작가의 사진은 보시다시피 매우 자극적이다. 깨지는 달걀, 꼭 안은 채 랩에 쌓여있는 남녀, 떨어진 아이스크림, 시든 꽃을 들고 있는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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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을 에는 듯한 추위도,
나를 비웃는 사람들의 손가락질도
두려울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의 사랑, 나의 아내 린다를
웃게 할 수만 있다면.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나요? 분홍색 투투(tutu)를 입은 한 중년 남자가 잔디밭에서 양팔을 번쩍 들고 점프하고, 인산인해를 이루는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도 점프를 하는 그는 사진작가 '밥 캐리'이다.세상에는 많은 용기가 존재한다. 누군가로부터 자유로워질 용기, 평범해질 용기, 행복해질 용기, 그리고 미움받을 용기. 그 중 핑크색 발레복인 투투는 두 사람의 사랑에 있어서의 용기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유방암 판정을 받은 자신의 아내의 웃음을 되찾아 주고자 시작하게 된 '투투 프로젝트 The Tutu Project'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직접 핑크색 발레복을 입고 세계 여러 장소에서 사진을 촬영한다는 가슴 뭉클한 이야기가 마음에 잔잔하게 남는다.

더불어 핑크리본 캠페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알 수 있다. "유방암 기관들은 유방함 인식 증진과 모금 활동을 위해 분홍색 리본을 상징적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한국유방암학회는 급증하는 유방암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정기 점진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매년 10월은 '유방암 예방의 달'로 정하여 이 기간 동안 핑크리본 캠페인을 진행한다."


     
eAeon, 이이언 - Bulletproof


이외에도 '공허', '방황', '신뢰' 그리고 '기쁨' 등 다양한 감정에 해당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품 하나 하나에 담긴 그 의미와 감정을 매칭시켜 보자. 두근거리는 가슴 떨림과 설렘으로 가득 찬 달콤한 첫 만남의 로맨스부터 시간이 흐를수록 식어가는 감정으로 인해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고민하는 우리의 달콤 씁쓸한 사랑이 깊이 베여 있는 전시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들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사랑에 빠지게 되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사람이 된다. 우리는 서로의 진부한 감정들을 비웃고 무시하곤 한다.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가까이 다가서는 걸 두려워 한다. 그러면 우리가 정말로 진부한 사람들이 될 것만 같아서.. <사랑의 묘약>은 너무 흔해 잊기 쉽지만 실은 섣불리 꺼내어놓았다가는 예민하다고 핀잔 받을까봐 저어되는, 나의 감정의 모습을 솔직하게 다가가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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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전시를 다 보고 나오면 'Opera in Movie'로 영화 속 오페라 장면을 편집하여 상영하는 음악 감상실이 있다. 10개의 영화가 등장하는데, 하나 하나가 무척 주옥같으니 꼭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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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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