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시원한 페미니즘 전시, 사이다展 [시각예술]

글 입력 2017.11.1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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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운동은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운동이 아니라
여성의 관점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일이다.

-여성 민우회 팟캐스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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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다 제작소’라는 단체가 있다. 성평등을 지향하며 언어와 미디어를 비트는 여성주의 창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곳이다. 단체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들은 목이 매이거나 가슴이 답답할 때 마치 사이다를 마신 것처럼 성 고정관념에 대해 통쾌한 비판을 날린다. 오프라인에서 캠페인과 집회 참여, 전시 개최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올해 성평등사회조성사업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현재 한국 여성재단의 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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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다 제작소의 주최로 지난 11월 10일부터 12일까지 3일간 신도림 예술공간 고리에서 ‘사이다展’이라는 이름으로 전시가 열렸다. 사이다 제작소의 취지에 맞는, 성차별적 일상 속 언어들과 문구를 페미니즘적 시각으로 고친 결과물들이 전시되었다. 현재 방영중인 예능프로에 쓰인 자막, 유명한 광고의 연출과 카피, 방송인의 발언 등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매체에서 발췌해온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전시물 중에는 역사적 인물과 철학자들이 남긴 말들도 몇 가지 보였다. 위인전이나 교과서에서는 존경받는 사람으로 묘사되고 그들의 태도와 사상을 본받아야 한다고 배우게 되는 인물들 조차 성차별적 발언을 한 사례가 있었다. 성차별적 사고방식이란 꼭 한 개인을 완전히 대표하는 특성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특정인의 어느 한 부분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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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사이다展에서 전시된 작품 중 하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볼펜과 포스트잇을 받아 각 작품 아래에 코멘트를 남길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 포스트잇 형태의 코멘트를 읽어보는 것도 전시를 관람하는 과정의 일원이었다. 여러 가지 코멘트들 중 눈에 띄었던 것은 ‘남성 역시 방송이나 사회 속에서 당하는 차별이 많은데 너무 남성에게만 공격적인 것 아니냐, 불편하다.’는 의견이었다. 이 포스트잇을 읽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어떤 언어로 이 의견에 답변할 수 있을까?였다. 종종 페미니즘을 여성 우월주의로 해석하고 성별 간의 대결 구도로써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왕왕 보게 된다. 하지만 이미 젠더 권력 상 더 하위에 놓인 것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출되는 위험과 차별이 훨씬 더 빈번한 것이 사실이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성평등으로 가려는 움직임이다. 말투, 옷차림, 행동 규범 하나하나의 앞에 성별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사회에 가하는 비판이기도 하다.

 본 전시는 신도림 역 출구 근처, 대형 마트로 연결되는 통로 공간에서 열려서 인지 사람들의 발길이 꽤나 많았다. 전시를 관람하러 갔을 당시 몇몇 남성 어르신들이 궁금해하며 들어오셔서 전시에 대한 코멘트를 남기는 모습도 보였다. 저 분들은 전시를 보며 어떤 것을 느꼈 을지, 어떤 이야기를 함께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한국 여성재단 소식지에 실린 사이다 제작소의 인터뷰에서는 다음과 같은 말이 실려 있다. ‘사이다전은 갈등을 키우거나 갈등을 조장하기 보다는 평소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에 스며들어 있던 차별과 편견을 한번 비틀어 드러내고 여기에 유머를 더해 즐거움을 주는 성평등 콘텐츠 제작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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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2017 사이다展의 굿즈인 스티커와 뱃지


 이 날 단순히 전시를 관람한 것 뿐이지만 진정한 성평등으로 가기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페미니즘에 대해 더 많은 고민과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하루였다. 사이다 제작소의 인터뷰에 나와있듯이 일상화 되어 사람들의 말과 행동에 자연스럽게 박혀버려서 무의식으로 나타나는 표현들이 결국 그보다 더 큰 가치관과 문제들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런 불편함을 제기하고 비트는 시각이 필요하고, 그게 사이다전과 같은 전시의 형태가 될 수도, 어떤 콘텐츠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이러한 행사의 기획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사진출처 : '사이다 제작소' 페이스북 페이지


[최은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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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 양지의그녀
    • 날짜가 지나버려 가볼 수 없지만 재미있네요! 덕분에 사이다 제작소를 알게되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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