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현대미술, 대중과의 소통의 문을 열다 : 올해의 작가상 2017 [시각예술]

글 입력 2017.11.1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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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연말마다 기다리는 것이 있다. TV 앞에 가족들과 옹기종기 앉아 함께 보는 여러 시상식은 연말 이벤트로 자리 잡았을 만큼 한 해를 떠나보내는데 나름 중요한 연례행사 중 하나이다. 최근 연말 시상식만큼 내 마음속에 자리 잡은 하나의 수상제도를 발견하여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올해의 작가상 Korea Artist Prize’는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수상제도로, 올해 6회째를 맞이한다. 현재 선정된 4명의 작가 써니 킴(1969~), 박경근(1978~), 백현진(1972~), 송상희(1970~)는 포트폴리오 심사 및 작가 스튜디오 현장 인터뷰를 통해 잠재성과 발전 가능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SBS문화재단 후원 작가’로 선발된 이들은 각각 4천만 원의 전시 지원금을 받고 각자의 역량을 펼쳐낼 수 있는 ‘올해의 작가상’ 전시로 관객들과 만난다. '올해의 작가상'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전시되고 있으며 2017년 9월 13일부터 2018년 2월 18일까지 관람 가능하다. 또한, 오는 12월, 심사 위원단의 2차 심사를 통해 ‘올해의 작가상 2017’의 최종 수상자 1인이 결정될 예정이다.

 올해는 어떤 작가들이 한국 미술계에 미래를 제시하고 있는가? 새롭고 실험적인 작품으로 국내외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네 명의 작가들을 지금부터 만나보자.



써니 킴, <어둠에 뛰어들기>

 이번 전시는 <어둠에 뛰어들기>라는 주제로 회화와 설치작업을 통해 공간을 연출한 써니 킴의 작품으로 시작한다. 내재된 기억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심리적 영역을 실제 공간으로 불러내는 그녀의 작품은 회화와 다양한 도구의 연결을 통해 하나의 ‘완벽한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사실 완벽한 것이란 없다. 하지만 그 완벽한 것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그림이기 때문에 작가는 소녀를 그림에 투영하여 ‘완벽함’을 실현하고자 한다. 풍경화로 시작하는 써니 킴의 전시는 낯설지만 기억 속에 희미하게 있는 풍경인 것 같은, ‘길을 잃었을 때의 풍경’이다. 하나같이 뿌연 그녀의 그림은 몽환적이지만 어딘가 쓸쓸한 느낌을 준다. 풍경을 넘어선 다음 공간은 3차원과 2차원의 공존을 통해 각각의 소재와 그림이 재배치되며 관계 맺음을 보여준다. 소녀들의 초상으로 상상이지만 현실, 어쩌면 이상인 성스러운 도상을 마주하며 전시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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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 <실질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

 백현진 작가는 여러 예술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재다능한 예술가이다. 그는 <실직폐업이혼부채자살 휴게실>이라는 작품을 통해 도피처이자 휴게실, 명상의 장소이자 복합문화공간을 재현한다. 실직, 폐업, 이혼, 부채, 자살. 이 모든 부정적 단어는 한국 사회에 만연한 고통이다. 그는 이에 대한 휴게실을 제공하는 것을 통해 현대 사회의 살아가는 한국 사람들을 위로한다. 관객은 그 공간 속에서 작가가 직접 쓴 ‘어느 남성의 삶에 관한 시’를 감상하며 작품을 함께 완성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작가가 직접 전시에 들러 다양한 퍼포먼스를 한다고 한다. 운이 좋으면 작가와 함께 작품을 채워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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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근, <거울 내장>

 박경근 작가의 작품을 보기 위해 제2전시실로 이동하면 K2 소총을 들고 있는 32대의 로봇들을 마주할 수 있다. 시스템 안에서 집단화되고 소외되는 인간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박경은 작가의 전시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세분화된다. 군대에 처음 갔을 때 훈련소에서 경례만 네 시간을 했던 작가의 경험에 비추어 탄생한 이 작품은 “받들어 총, 세워 총, 사격”과 같은 제식을 동시에 하는 로봇들을 통해 현재 한국 남성의 원형이 자라난 ‘터’를 보여준다. 또한, 움직이는 조각과 소리에 의해 반응하는 빛과 색채들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경례해야 하는 압박감과 시선의 억압을 당하는 군대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하나의 무대를 형상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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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상희, <다시 살아나거라 아가야>

 송상희 작가는 우리나라 고전 설화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아기장수 설화를 통해 종말과 생성의 관계들을 영상과 사진, 드로잉으로 표현한다. 아기장수 설화는 내용이 꽤 비극적이다. 작가는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솟아나는, 언뜻 돌연변이와 같아 보이는 아기장수 ‘우투리’를 국가나 집단의 안정을 위해 희생된 아기들로 빗대어 표현한다. 어머니와 아기의 대화로 이루어지는 어쩌면 섬뜩하기까지 한 이 영상은 개인의 희생, 대기근과 지자체 파산,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등과 같은 절망적 상황을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그럼에도 피어오르는 ‘재생’을 영상, 드로잉, 텍스트를 통해 반전시켜 절망 속에서 생겨나는 삶의 익숙함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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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처럼 현장 중심적이며 실질적인 미술후원 제도를 지향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 미술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는 하나의 대표적인 시상식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한국 현대미술이 동시대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문을 열어주었다. 이제 우리는 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된다. ‘올해의 작가상’이 더 많은 문화애호가의 중요한 ‘연말 시상식’이 되길 바라며 필자는 늦가을을 떠나보내고 겨울을 맞이해보고자 한다.


[조수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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