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독창 혹은 독선' -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 공연

글 입력 2017.11.1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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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
&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리뷰.jpg
 


독창 혹은 독선


 사람은 살아온 환경이나 배경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각자의 생각과 각자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그 어떤 물체를 보고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심지어는 같은 사람일지라도 그 당시의 상황적 변수들에 따라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흔한 예시로 물이 반쯤 채워진 물컵을 보고 누군가는 많이 채워져있다고, 누군가는 적게 채워져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물며 이같이 물컵을 보고도 생각이 달라지는데 아티스트의 의도나 행위, 그리고 관객과의 관계를 통해 생겨나는 예술의 해석에 있어서는 그 범위가 더욱 다양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다른 음악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다른 영화의 장르를 선호한다. 그렇듯 하나의 문화 예술을 접하더라도 각기 수많은 해석들이 쏟아지게 된다.

 특히나 그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을수록 그 해석은 양극단을 향해 달려가는 경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를 했던 만큼 긍정적인 의견에는 감동이 더해져 찬사가 계속되고 부정적인 의견에는 실망감이 더해져 비난이 이어진다.

 이번 공연도 마찬가지이다. 가브릴로프라는 피아노의 거장이 내한공연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모인 관객들의 관심은 엄청났으며, 또 그의 명성만큼이나 어떤 연주가 나오고 그것을 어떻게 향유할 수 있을지 모두가 기대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 공연의 해석은 양극으로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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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9일 가브릴로프의 내한공연을 위해 찾은 롯데콘서트홀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8일과 9일 이틀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8일 연주가 취소되고 9일 연주만이 진행되었다고 한다. 일찍이 도착하여 앉은 2층 중앙에서는 오케스트라의 모습과 중앙에 놓인 피아노가 정면으로 보였다. 피아노는 가브릴로프가 객석에 등을 지고 오케스트라를 바라보고 연주를 하도록 배치되었는데, 이날의 공연은 지휘와 연주를 동시에 하기 때문이다.
 
 공연이 시작되고, 가브릴로프의 등장과 인사에서부터 나타난 큰 보폭과 몸짓 덕분 그의 성향을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곧이어 시작한 차이콥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에서 그만큼이나 큰 몸짓으로 지휘를 시작했다. 사실 그 힘찬 지휘는 오케스트라로 하여금 확실하게 다가오기는 하였는지 모르겠으나 박자를 잘 짚어서 전달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통합된 연주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지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곧 지휘를 멈추고 자리에 앉은 가브릴로프의 연주 역시나 과감했다. 곡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하여 실제 퍼포먼스로 표현하려는 듯 연주 도중 팔을 크게 휘젓기도 하였고, 건반을 대체적으로 강하게 두드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하고 빨랐던 가브릴로프의 연주는 가히 폭발적이라고 표현할 만 했다. 그러한 퍼포먼스가 물론 화려해 보이기도 했고,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집중도를 높였던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가 곡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려 하는지를 엿볼 수 있기도 했다. 이날 배부된 프로그램북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철저히 곡에 대한 자신의 해석에 의거하여 연주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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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열정이 전해지는 듯한 느낌까지 받았지만 이내 다른 부분이 보이기도 했다. 사실 피아노와 지휘를 함께하는 가브릴로프를 따라가며 오케스트라에게는 큰 도전이자 역경을 맞이한 것처럼 보였다.

 즉, 피아노와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어 연주하느냐가 이날 공연의 가장 큰 관심사였는데 당연히 가브릴로프가 연주를 할 때는 지휘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그의 연주를 통해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야 한다. 하지만, 그 연주가 조화를 이루었다기보다는 오케스트라가 버겁게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날 연주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곡으로 유명하다.

 공연이 끝난 후, 나에게 들린 관객들의 목소리는 이날의 연주를 모두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누군가는 가브릴로프가 퇴장하기까지 기립박수를 쳤으며 누군가는 묵묵히 앉아서 생각에 잠긴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건 기립박수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너무나 새롭고 훌륭한 해석의 연주야."

"이게 뭐야, 제멋대로인 혼란스러운 연주 때문에
몸이 너무 힘들다."


독창 혹은 독선

독창
다른 것을 모방함이 없이 새로운 것을
처음으로 만들어 내거나 생각해 냄.

독선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믿고 행동하는 일.

[네이버 지식 백과]


 흔히들 이해하고 있는 원곡의 모습과는 너무도 달랐던 연주. 그만의 해석과 몸짓들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해석으로 다가와 신선한 매력을 선사한 독창이었다면 누군가에겐 너무나 불편하고 오케스트라와의 기본적 앙상블조차 고려하지 않고 달려나가는 독선이었던 것이다.

 이쯤에서 서론에서 살펴보았던 내용을 다시 언급하고 싶다. 누군가는 물컵에 반쯤 담긴 물을 보고 물이 반이나 남았다. 누군가는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고 말한다. 단지 긍정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를 언급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소한 물컵을 보고도 그렇듯이, 우리는 하나의 연주를 보고도 극단적으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어느 것이 정답인지는 존재하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자체가 바로 감상이며 향유라는 것이다. 가브릴로프의 공연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다양한 음악적 경험과 새로움이었는지, 훌륭하고 완성도 높은 연주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이 공연을 통해서도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었고 나와는 다른 해석을 통해 더욱 다양한 의견을 인식할 수 있었다. 무조건적인 비판이나 찬사보다도 각자의 감상이 중요한 이유이며, 가브릴로프의 공연은 그런 맥락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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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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