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성공적인 사랑을 위해 내가 버려야 하는 것들.

글 입력 2017.11.13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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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사랑의 묘약 –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
-성공적인 사랑을 위해 내가 버려야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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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sin Wang, De-Selfing NO.08, 2014, pigment inkjet print


"Eventually everyone will leave me.
I will leave everyone.
Everyone will leave everyone."


'사랑'이란걸 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참 많은 감정을 느낀다. 기뻤다가 슬펐다가, 외로웠다가 행복했다가, 질투를 하고 집착을 하고.. 내가 이런 사람이었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닮아가거나 혹은 사랑하는 사람이 원하는 모습으로 내 자신이 변하길 바라기도 한다.


흔히들 말한다.
사랑은 원래 그래.
그런게 사랑이야.
아주 고전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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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민정, 콩깍지에 관한 연구, 2014, digital print


여기 또 하나의 "고전 사랑 이야기"가 있다.
아무 조건 없이 한 여인을 사랑하는 남자가 여러 우여곡절 끝에 사랑을 얻게 된다는 전형적인 내용, <사랑의 묘약>이다.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해피엔딩이다. "마침내 아디나는 네모리노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고 둘은 행복한 결말을 맞이한다."로 끝나는 이야기. 사랑을 성공과 실패로 나눌 수 있다면, 즉 어떤 하나의 결말 끝에 사랑이 있는게 성공이고 이별하는게 실패라고 본다면, 아디나와 네모리노는 결국 성공적인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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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ma Gruenholz, Connections, 2015, digital print


전시 <사랑의 묘약>은 원작 오페라를 따라 1막과 2막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2개의 막에 걸친 10개의 섹션이 있다. 극 중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10개의 감정을 키워드로 설정하고, 이를 각자의 개성으로 표현한 작품이 있는 방으로 구성한 것이다. 

전시를 따라가다보면 두 남녀가 시간에 따라 어떤 감정의 변화를 갖게 되는지 느낄 수 있는데, 원작에 맞게 결말은 "성공"이다. "성공"적인 사랑을 위해 연인이 가져야 하는 역량(?)들이 2막에 등장한다. 신뢰, 용기 희생...


신단비이석예술, 만짐(TOUCH),타임스퀘어x서강대교, 2015, print on canvas.jpg
▲ 신단비이석예술, 만짐(TOUCH), 타임스퀘어x서강대교, 2015, print on canv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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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b Carey, Fame. Wildwood. New Jersey, 2016, digital archival print


예컨대, 실제 연인인 '신리아트'가 진행하는 (2015) 프로젝트에서는 "신뢰"를 느낄 수 있다. 각각 다른 공간에서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더욱 단단해지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혹은 유방암 판정을 받은 아내가 투병 중 우울증과 병세 악화로 힘들어 하자, 그녀에게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핑크 발레복을 입고 세계 여러 장소에서 촬영을 진행한 밥 캐리의 작품은 "용기"를 보여준다. 

신뢰와 용기와 희생.
성공적인 사랑을 위한, 키워드 라고나 할까.


Hsin Wang, De-Selfing NO.12, 2014, pigment inkjet print.jpg
▲ Hsin Wang, De-Selfing NO.12, 2014, pigment inkjet print


이 전시의 마지막 방 키워드는 과연 '기쁨'이다. 원작의 스토리를 아주 충실하게 따랐다.

하지만 전시를 다 보고 난 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바로 '신왕'의 작품이었다. 

키워드는 
"집착".

신왕의 작품이 등장하는 부분은 1막의 마지막, 즉 "자존심이 상한 아디나가 네모리노의 마음을 돌릴 방법을 고민하던 중, 벨코레와 결혼을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한다"는 그 순간이다. 극의 중반부, 갈등이 가장 깊어지는 시기를 표현하는 것으로 신왕의 작품이 등장했지만, 작가노트를 읽어보면 작가는 사랑 후에 버려야 하는 '집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작품이 만들어진, 작가 스스로의 배경은 생각보다 더 처절하다.

"몇 차례의 이별 후에 나는 내 스스로 더욱 호감 가는 여성이 되지 않는다면 내 인생에 더 이상의 행복은 없을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과거의 나라고 정의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 언어, 심지어 믿어왔던 것들까지 모두 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미래의 배우자를 위해 스스로 "de-self"를 선택했다."

작가 신왕은 이별 후, 미래의 "성공적인 사랑"을 위해 집착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실패한 사랑에서의 자신을 모두 지워가고 있는 것. 그녀는 이 작업을 시작하고 나서 자신감을 회복했고, 자신 내면의 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며 서서히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신왕이 하는 말은,
Everyone will leave everyone.


사랑하기 참 어렵다.
사랑 속에서 '나'를 찾는 건 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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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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