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묘약, 새로운 나의 감정을 발견하다 [전시]

글 입력 2017.11.1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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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묘한 일이야 사랑은/
좋아서 그립고/ 그리워서 외로워져
이게 다 무슨 일일까/ 내 맘이 내 맘이 아닌걸/
이제와 어떡해
...
이렇게 너를 바라볼 때/
뭐랄까 나는/ 행복한 채로 두려워져

- 어쿠스틱콜라보, ‘묘해, 너와’ 中



"나는 너를 사랑한다."

전시장에 들어가자 보이는 까만 바탕의 흰 글씨.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귀였다. 그리고 문득, 어쿠스틱콜라보의 노래 ‘묘해, 너와’가 떠오른다.

좋지만 그립기도 하고, 외롭고, 행복하지만, 두려움도 있는. ‘사랑’이라는 말은 하나의 단어로 표현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너무도 다양한 감정들을 함축하고 있다. 나도 내 자신이 왜 이러는지 모를 정도로,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관람하게 된 ‘사랑의 묘약’ 전시는 이런 감정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한다. 그리고 그 다양한 감정들의 흐름을, 하나씩 짚어 가면서 표현하고 있다. 일상, 방황, 욕망, 공허, 집착, 신뢰, 고독, 용기, 희생, 기쁨을 주제로 각 작가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스토리를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그 스토리 하나하나는, 모두 각자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Taku Bannai, Promenade, 2017, 종이에 색연필, 콜라주.jpg
그림 1: 일상

Irma Gruenholz, Hug, 2015, digital print.jpg
 그림 2: 방황

안민정, 서로를 담다, 2014, 혼합매체.jpg
그림 3: 욕망


‘사랑의 묘약’의 두 주인공은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일상 속을 살아간다. 강아지를 산책시키고, 자전거를 타고, 별다를 게 없는 많은 이들의 일상과 같이 말이다. 그러다 어느 날 두 남자에게 고백을 받게 된 아디나는 혼란스럽다. 혼란스러운 아디나의 마음에 불안해진 네모리노는 어리석게도 약장수에게 속아,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한 ‘사랑의 묘약’을 산다. 어떻게 하면 그녀가 나를 사랑하게 만들 수 있을까. 치밀하게 계획하고 계산하는 이 그림(그림 3)과 같이 그는 고민한다.


정보영, Transparent  Shadow, 2015, oil on canvas.jpg
그림 4: 공허

Hsin Wang, De-Selfing NO.08, 2014, pigment inkjet print.jpg
그림 5: 집착


사랑의 묘약이 통한 것인가? 갑자기 자신감이 생긴 네모리노의 모습에 아디나는 불안하다. 구애가 사라진 그녀는 속이 텅 빈 것과 같이 공허하다. 영원하지 못하는 촛불, 속이 다 비쳐 보이는 투명한 구슬이 보여주듯이. 그 감정을 견디지 못한 아디나는, 네모리노가 아닌 다른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쩌면 그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하는, 집착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부분(그림 5)은 이번 전시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작품 중 하나였다. 두 인물은 아주 가까이 몸을 마주대고 있지만, 서로의 눈을 마주보지 않는다. 그리고 이 작품을 관람하는 관람객들은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다. 이 작품을 보며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상대 자체의 모습에만 집착하는, 어쩌면 너무나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사랑의 감정들을 보았다.


신단비이석예술, 만짐(TOUCH),타임스퀘어x서강대교, 2015, print on canvas.jpg
그림 6: 신뢰

이이언+홍은희, Bulletproof, 2012, 단채널비디오(4m 10s), 사운드.jpg
그림 7: 고독
 
Bob Carey, Fame. Wildwood. New Jersey, 2016, digital archival print.jpg
그림 8: 용기

김현수, Antler, 2011, mixed media.jpg
그림 9: 희생
 
홍지윤, Bohemian Edition-Bohemian in the Rainbow 2, 2008, C-print Mounted on Plexiglas.jpg
그림 10: 기쁨


아디나의 결혼 소식에 네모리노는 충격을 받고, 다시 그녀의 마음을 얻고자 사랑의 묘약을 구하러 간다. 작품(그림 6)에서 표현된 것처럼 둘은 같은 공간에 있지 않지만, 아디나 역시 내심 네모리노를 신뢰하고 기다린다. 하지만, 정작 네모리노는 사랑의 묘약을 살 돈이 없다. 비록 돈이 없지만, 네모리노는 용기를 낸다. 그녀를 위해서는 어떠한 행동도 할 수 있으니, 돈을 구하기 위해 군입대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의 결심을 본 아디나는 감동하고, 결국 서로는 자신들의 마음을 확인한다. 마침내,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는 주인공들처럼, 기쁨의 상태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사랑의 다양한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들을 표현하는 다양한 방식들과 어떻게 보면 한 걸을 떨어져서 대면하게 되었다. 이러한 감정들은 자주 느끼는 것들이지만, 사실 나는 내심 이 복잡다양한 감정을 회피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번 전시는, 사랑할 때의 감정은 그게 어떤 것이든 소중하고 새롭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내가 아닌 것 같아’서 피하기보다는 그 감정을 느끼는 나의 모습들을, 다시금 발견하는 것이다.


[김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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