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랑의 묘약 –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
사랑의 원형과 마주하는 시간
글 입력 2017.11.09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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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 열 개의 방, 세 개의 마음
기간: 2017. 9. 26(화) - 2018. 3. 4(일)*매주 월요일 휴관장소: 서울미술관 제 1 전시실시간: 하절기 11:00~19:00동절기 10:30~18:30*매표시간은 관람종료 1시간 전요금: 성인 9,000원대학생 7,000원 / 학생 5,000원어린이(3-7세) 3,000원 / 우대 7,000원주최 및 주관: 서울미술관문의: 02-395-0100좋은 가을 날이었다.낮의 광화문은 적당한 소란스러움을 가지고 있었고,완연한 가을 날씨에 좋은 경치를 찾아 나선 사람들로버스는 활기를 띄고 있었다.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좋아중간에 내려서 걸어갈까 했는데,미술관 근처가 되자 길이 평탄하지 않아섣불리 하차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했다.좋은 날씨, 좋은 풍경과 함께 도착한 서울 미술관.사실 '사랑'이란 주제가 너무 흔하고 너무 익숙해서큰 기대를 품지 않고 전시장으로 향했다.입장과 동시에"나는 너를 사랑한다."는 문구가관람객을 반긴다.검은 바탕의 하얀 글씨는어찌보면 강렬했고 어찌보면 단순했다.시선을 돌리면 바로 보이는 신왕의 사진이크게 인화된 곳을 포토존으로 설정한 것 같았는데,그 옆으로 전시된 '묘약'이란 타이틀에서 따온 듯한색색의 물약들과 조명이 달린 거울,그리고 입장을 알리는 장막이 있어그 공간 자체가 하나의 포토존 같았다.#네모리노의 방1막을 지나면 하얀 벽에 정갈하게 전시된타쿠 반나이의 작품이 보인다.간결하고 일상적인 타쿠 반나이의 그림은나에게 '아침 산책' 같은 이미지로 다가와'전시의 시작'같은 이미지를 주었다.전시회 굿즈인 엽서로 제작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고,실제로 반나이 작품의 엽서가 판매되고 있었지만마음에 들었던 작품이 포함되지 않아 아쉬웠다.#아디나의 방1인연을 의미라도 하는 듯 '붉은 실' 장식 뒤로실을 이용한 일러스트를 선보이는이르마 그루넨홀츠의 작품이 있었다.얽힌다는 속성에서 사람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듯 하였는데,일부 작품에서는 실을 타고 고통이흘러내리거나 흘러 나오는 것 같았다.#네모리노의 방2앞서 두 작가의 작품은 둘러보며감상을 느낄 수 있었던 데 반해,안민정 작가의 커다란 작품은 하나하나 뜯어보며시간을 보내야 하는 타입이었다.'서로를 담다'라는 제목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어작품과 설명을 모두 꼼꼼히 살펴야그 의미가 제대로 다가오는 듯 했다.'든든함과 안정감이라는 무게','보이지 않는 책임감', '열 번째 스탬프 잉크','계획과 설렘이 담긴 레스토랑 쿠폰' 등의 설명이자세하다고 생각했는데,열 개의 스탬프가 찍힌 쿠폰의 경우,기다리며 혼자 핫초코를 마신 날,함께 홍시 쥬스를 마신 날,함께 핫초코와 우유를 마신 날,다음 번에 무료로 음료를 마실 수 있는 만족(0.00435g) 등으로,책은 미래에 대한 부담(부담 0.004g)으로 호두파이는 남동생과 먹을 만족(0.4s)로 나타나설명과 그림을 하나하나 맞추다보니 설명은 간결한 축이었다.#아디나의 방2'빛'을 이용한 정보영 작가의 작품은'사랑'이라는 좁은 주제보다'인연'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와 더 어울려보였다.유리와 빛이 잘 조합된 작품은 허허로웠지만마냥 서늘하지는 않았는데, 빛이 가진 따스함 때문 같았다.작가 소개의 '사회병리'와 '인연'이란 말이어떤 의미인지 대략 느껴지는 듯 했다.#아디나의 방3이전 아디나의 방이 은근했다면신왕의 작품은 작가 설명대로 자극적으로 다가왔다.작품을 살피기도 전에훅 들어오는 작품의 강렬함에'이 사람은 무얼 말하려는 거지?'하는 의문이 들었다.작가의 De-Selfing 이미지가 나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않았지만,자극적이고 강렬한 이미지에 비해 적게 사용된낮은 색과 정적인 이미지는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아디나의 방4신단비이석예술의 작품은SNS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사랑받고 있다고 했는데,내가 연애(혹은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지 않은 탓인지나에게는 완전히 낯선 작품들이었다.그들의 작품은 재고 생각할 거 없이 질설적으로 다가왔는데,그 직설적임에 그들의 사진이 연애의한 가운데를 자른 단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사진을 완성하는 두 존재가 결국은 하나를 향해 간다.사진을 지나 '하나'라는 동영상이 소개 되는데둘이었다가 하나로 완성되는 그 순간이연애 그 자체처럼 보였다.#네모리노의 방3못도 이이언도 좋아하는 터라전시장에 흐르는 'bulletproof'에 기분이 좋아졌다.나는 뮤직비디오가아티스트가 전하는 음악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에감상을 방해할 수 있어잘 찾아보지 않으며, 때로는 피하기도 한다.그래서 전시장에서 처음으로bulletproof의 뮤직비디오와 마주했다.그의 음악에서 묻어나는 섬세한 우울함이모자이크의 스탑모션 같은 영상의 날카로움과 잘 어울렸지만,내가 가진 이미지와 달랐기 때문에,내 안에서 이미 bulletproof가많이 소비된 다음에 봐서 다행이었다.#네모리노의 방4양쪽 벽면이 온통 핑크색인데서'밥 캐리'의 작품이 나를 기다릴 것이 느껴졌다.전시장 한 쪽에는 핑크튜튜가 걸린포토존도 마련되어 있었다.국내 언론에서 소개된 밥 캐리의 동영상이 흐르고 있었고,양쪽 벽면에는 밥이 아내 린다를 미소짓게 하기 위해 찍은수 많은 튜튜 프로젝트 사진이 걸려있었다.신단비이석의 작품이 연애의 원형 같았다면,밥의 작품은 사랑의 원형 같았다.상대를 위하는 마음, 웃게 해주고 싶은 마음은많은 것들을 이기게 했고우스꽝스런 그의 모습은 뭉클함을 자아내기까지 했다.밥의 작품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사랑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네모리노의 방5김현수 작가의 작품은 그냥 봐도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서 작가 소개를 두 번 읽었다.'뿔은 성인으로의 성장을 상징','성인이 되는 것은 본성을 억압하고 순사함을 상실하는 것','뿔을 꺾는 행위를 통해 (…) 영원히 소년으로 남고자 하는 욕망'.작은 뿔을 잘라내는 소년(추정)과크고 무거운 뿔을 가진 성년(추정)이 대비되었다.자아가 형성되는 10대 때는어른이 된다는 게 그저 낯선 상상이었는데,어림을 지나 젊음을 관통하고 있노라면나이듦은 세상 자연스럽고 세상과의 타협은 생각보다 쉬워진다.머리에 뿔을 단다는 건,뿔이 무거워진다는 건,어쩌면 뿔에 걸리적 거리지 않게삶의 방식이 변한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들의 방1지극히 동양적인 동시에 이색적이었다.아마 다채롭고 실험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홍지윤 작가의 작품은 동양적이었지만흔히 생각하는 '동양적인 것'의 틀 안에 있지 않았다.동양적인데 보헤미안이었다.보헤미안 같은데 동양적인 시화였다.낯선 것이 아님에도 전시장에서 제일 낯설게 다가왔다.전시는 사랑을 말하며 시작하고영원을 맹세하며 끝난다.영원을 맹세하는 게사랑의 시작인지, 중간인지, 끝인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그 뒤로는 남자와 여자의 방,사랑의 묘약이 적힌 벽 등이 있는 포토존이 나오고,오페라에서 타이틀을 따온 만큼,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도 있는데전시가 다채로웠기 때문에오페라를 온전히 감상할 여유가나에게는 다소 부족한 상태라 꼼꼼하게 보지 못했다.티켓에 3층 석파정의 입장권이 같이 있어오페라 코너에서 비축해둔 힘으로석파정을 한참 둘러봤는데시간과 상황이 된다면 석파정의 경치를 감상하는 걸 꼭 추천한다.[장미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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