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괜찮아요 미스터브래드 [영화]
우리는 살아있다.
글 입력 2017.11.0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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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두시 십사 분, 브래드는 동창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는 매체 속의 화려한 동창들의 모습과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본인을 비교하며 인생이 정체기라 생각한다.사회적으로 연결되는 온라인 공간 안에서 대부분 사람들은 현재 본인의 삶 중 최상의 순간을 보여주고 있고, 당연스레 화면 밖의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다양한 생각과 감정들이 오간다. SNS친구와의 무의식적인 비교로, 내가 커지기도 작아지기도 하는 혼자만의 파도타기가 너무나도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위험한 파도타기는 하필 새벽에, 그것도 혼자 있는 순간에, 더 짜릿하게 느껴지고 그 결과 열등감이라는 파도에 압도당해버리기 십상이다.
브래드 동창들과의 끊임없는 비교로 마치 풍선처럼 쉽게 부풀었다가도 금세 바람이 빠져버린다. 아들의 천재적인 음악적 재능이 본인의 만족스럽지 못한 현재를 만회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 허황됨에 기대어 자랑스러움을 극대화하다가도, 이내 그것은 본인의 성공이 아닌 아들의 것임을 깨닫고 더 큰 패배의식에 사로잡혀버리는 것이다.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며, 인권운동가를 꿈꾸는 학생에게 “돈부터 많이 벌고 비영리활동을 하라” 조언하는 모순적인 삶의 태도를 갖는 브래드에게 행복보다는 불평과 불만이 삶을 가득 채운다.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하고 자문한다면 나는 불가능하다고 답할 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가, 자신의 삶에 대해 항상 생각하는 우리가,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비교대상에 따라 우월감 또는 열등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브래드가 결국에 깨달은 것은 ‘난 나를 추켜세우거나 비하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써버렸다’ 는 것이다. 내가 만약 나보다 더 가지지 못한 자와 비교하여 순간의 삶이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한들, 그것은 언젠가는 나보다 더 가진 자에 의해 무너질 일시적이고 진정성없는 허세와 같다."우리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고, 매일 넓은 세상과 마주친다. 나에게만 주어지는 매일의 일분 일초를 소중히 하다보면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으로 만족스러운 삶과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류승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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