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당신에게 과거로 되돌아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

영화 "어바웃 타임"
글 입력 2017.11.07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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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간 여행을 소재로 삼은 작품은 많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같은 애니메이션부터 “엑스맨:데이즈 오브 퓨처패스트”같은 히어로물까지, ‘타임 워프(Time Warp)’는 그 자체로 새 장르를 생성할 수 있을 만큼 여러 매체에서 활용되어 온 소재입니다. ”어바웃 타임(About Time)” 역시 주인공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스펙타클한 전개가 펼쳐지는 여타 타임 워프물과는 다르게, “어바웃 타임”은 한 남자의 인생의 소소하지만 빛나는 순간들을 잔잔하게 묘사합니다.

 “어바웃 타임”의 주인공 팀 레이크는 21살이 되던 새해 첫 날, 아버지로부터 자기 가문의 남자들이 시간 여행 능력을 타고난다는 비밀을 듣게 됩니다. 다만 이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데, 바로 자신이 실제로 있었고, 기억하는 인생의 과거로만 돌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많은 관객은 “만약 내가 저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하는 생각을 한 번쯤 떠올렸을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마 엄청난 부자가 되거나 사회적 성공을 거두는 데 능력을 쓰는 것을 가장 먼저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주인공 역시 처음에는 부자가 되는 데에 능력을 사용하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아버지는 그에게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라고 충고합니다. 팀이 아버지에게 능력을 주로 어디에 사용했냐고 물어보자, 아버지는 좋아하는 책을 반복해서 읽는 데 능력을 썼다고 답합니다. 이 대목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일상적 순간의 중요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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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팀은 자신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가치인 사랑(혹은 연애)을 위해 능력을 사용하기로 합니다. 그가 이 가치를 위해 능력을 사용한 첫 번째 사람은 그의 첫사랑, 샬롯입니다. 그는 그녀가 그의 집에 머무른 두 달의 여름 동안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녀가 떠나기 전 마지막 날 그녀에게 마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돌아온 말은 마지막 날 밤이기에 고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대답. 그는 그 말을 듣자마자 한 달 뒤로 시간을 돌려 다시 고백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때 팀은 중요한 사실을 깨닫죠. 바로 아무리 시간 여행을 한다 해도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하게 만들 수는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얻을 수 없는 사랑이 있었던 것처럼, 아무리 과거를 번복했음에도 인연이 된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훗날 그와 결혼하게 되는 메리입니다. 팀은 그녀와 세 번째 ‘첫 만남’ 끝에 자신이 운명처럼 한 눈에 반한 그녀와 연인이 됩니다. 오직 팀만이 기억하고 있을 그녀와의 첫 번째 만남은 『Dans Le Noir?』라는 캄캄한 식당에서 이뤄졌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그곳에서 처음 만난 둘은 몇 시간에 걸쳐 대화를 나누며 서로 잘 통한다는 것을 깨닫죠. 밖으로 나와 번호를 교환한 둘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팀이 극작가 룸메이트를 도와 주기 위해 시간을 둘의 만남 이전으로 되돌리면서, 그녀와의 첫 만남은 없던 일이 되어버립니다.

 두 번째 첫 만남은 케이트 모스 사진전에서 이뤄집니다. 메리가 케이트 모스의 팬이라는 단서 하나만을 가지고 팀은 무작정 그녀를 기다립니다. 결국 며칠을 기다린 끝에 팀과 메리는 다시 만나게 되지만, 당연하게도 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또 그 사이에 그녀 옆에는 다른 남자친구까지 생겼죠. 그는 황급히 메리와 그녀의 남자친구가 만나기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립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세 번 만에 ‘처음’ 만나게 된 팀과 메리는 서로 사랑에 빠집니다.

 시간이 흘러 팀과 메리는 결혼을 하고 둘의 아이도 태어납니다. 팀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삶의 양상에 적응하느라 바빠지지만, 안정된 가정 안에서 매일 일상적인 행복을 느낍니다. 팀은 예전만큼 시간 여행을 많이 하지 않게 되죠. 그는 어느 순간 시간 여행이 불필요하게 느껴졌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시간 여행을 하지 않아도 하루 하루 흘러가는 삶 속에서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에게도 불행이 찾아옵니다. 바로 팀의 아버지가 암에 걸렸다는 소식이죠. 살아오는 동안 수없이 많이 시간을 되돌렸던 그에게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아버지는 죽음을 담담히 준비하며 아들 팀에게 그동안 시간 여행을 통해 얻은 행복의 공식을 알려줍니다. 첫 번째, 우선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하루를 보냅니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두 번째로는 시간을 하루 전으로 되돌립니다. 어제였던 오늘에는 미처 알 수 없었던 여유와 지나쳐버린 즐거움을 다시 느끼면서 말입니다.

 여기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우리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지금도 흘러가고 있는 우리의 모든 순간들은 다시는 손댈 수 없는 과거가 되어버리죠. 팀의 두 번째 하루가 그렇게 즐거웠던 것은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염려에 얽매이기 보다는, 순간으로 흘러가는 현재를 최대한으로 누리고 음미하며 보낼 수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는 인생에 있어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는 때를 기다리며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것은 대단한 모험, 모두에게 인정받는 업적의 달성 혹은 오래 간직한 꿈을 이룬 순간 같은 것이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인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 정점의 순간이 아닌 그것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우리가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작은 순간들이 모여 기억이 되고, 추억이 되고, 결국 인생이 되듯이, 영화 “어바웃 타임”은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치는 사소한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한번 지나가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당신의 소중한 일상을 오늘은 어떻게 보내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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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영화 "어바웃 타임" 캡처]


[한지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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