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연극 < 파란 나라 >: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된 ‘이상’의 나라 [공연예술]

글 입력 2017.11.07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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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예술센터에서 ‘파란 나라’라는 연극이 시작됐다. 작년 이맘때쯤 초연을 거치고, 재연으로 다시 돌아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분명히 이 연극은 약 2주간의 공연 기간 동안, 많은 관객들에게 강렬하고 충격적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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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입에 담기 힘든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교실이 나온다. 하지만 내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과 비교해보고, 지금 동생을 통해서 가끔씩 접하는 고등학생들을 생각해보면 과장됐을지언정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실제 고등학교에서 연극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사용하는 언어들을 반영했다고 들었는데, 그랬기 때문에 남발하는 유행어와 비속어들이 어색하지 않게 현실감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웠다. 모든 학교가 저렇진 않겠지만, 적지 않은 학교가 저런 모습일 거라는 생각에 마냥 재미있다고 웃기도 어려웠다.

극 초반에 교실 내 여러 등장인물들을 소개하는 각각의 짧은 장면들이 있었는데, 특히 전학생 ‘승안’의 태도가 눈에 띄었다. 승안은 소위 말하는 ‘날라리’ 친구들의 성향을 굉장히 빠르게 파악했고, 그들에게 기죽지 않고 맞춰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후에 이러한 승안의 태도는 엔딩 장면에서 관객들에게 질문을 남기게 된다. 인상 깊은 캐릭터 중 하나였다. 또한 이 때 ‘광주’ 출신이라고 소개되는 ‘세인’과, ‘부산’ 출신의 교사도 극 내 상징성을 띄고 있다고 생각했다.

교권이 추락한 학교에서 일하는 기간제 교사 ‘종민’의 수업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다. 아이들을 이해하려 애쓰고 본인이 가르치고 싶은 걸 가르치려 노력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에게 처참히 무시당할 뿐이었다. 교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심지어 학생들에게도 무시당하는 처지가 안타까웠다. 그도 분명히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었을 것이고, 그가 정치적인 독재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에 대해 가르치고 싶었고, 학교에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이 기반이 되어서 ‘파란 나라 게임’이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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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News1)


게임 초반에는 선생님이 ‘잘 나가는’ 학생들에게 눌려 사는 소외된 학생들의 기를 세워주고 북돋아주기 위해 노력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감을 얻고 밝아지는 미나나 창현을 보면 이 게임은 꽤나 긍정적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가지고 있던 ‘인정받고’ 싶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싶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체제가 형성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불량 학생들 역시 교실 밖에서 괴롭힘당하는 친구들을 도와주는 등, 변화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점점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폭력적으로 변질되고, 단지 게임이 아닌 현실로 파고들게 된다.

극 후반부, 객석에 있던 시민 관객들이 무대로 뛰쳐나가 학생들과 동화되는 연출은 개인적으로 굉장히 소름끼치는 연출이었다. ‘파란 나라’에 속해있는 사람들과 함께 객석에 앉아있었다는 사실은 간단한 극 내용 외엔 별다른 정보 없이 간 필자에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파란 조명 아래에서 경직된 표정으로 동요 ‘파란 나라’를 부르는 장면은 웬만한 공포영화 귀신들의 모습만큼이나 무서웠다.

극 마지막에 앞서 말했듯 전학생이었던 ‘승안’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극이 마무리가 된다. 우리가 만약 저런 상황에 놓인다면, 과연 어떠한 선택을 했을 것인가. 집단이 주장하는 ‘이상(理想)’의 ‘파란 나라’에 동화될 것인가, 아니면 ‘파란 나라’를 ‘이상(異常) 한’ 나라라 여기며 꿋꿋하게 맞설 것인가. 생각으로는 후자일 수 있어도, 직접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박희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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