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해석의 장(text)으로 뛰어드는 수밖에 : 연극 < 비평가 > [연극]

글 입력 2017.11.0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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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권위 : 작품(Work)

 
이야기에 있어 저자의 권위는 상당하다. 한국 정규 교과과정에서 문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특히나 더 그렇게 느낄 것이다. ‘다음 중 작가의 의도로 알맞은 것을 고르시오.’, ‘작가의 생애와 관련하여 이 시를 이해할 때 옳지 못한 것을 고르시오.’ 어떠한 이야기를 만날 때, 우리는 저자에게 얼마나 깊은 충성도를 보내는가. 이야기를 맞닥뜨린 그 순간, 우리는 그 이야기를 쓴 누군가에게 선험적 지위를 부여한다. 작가의 의도, 작가의 생각, 작가의 주제의식…. 우리의 읽기, 듣기, 보기는 그 이야기를 만든 사람의 의도에 상당부분 의존한다. 이렇게 얘기한다면, 고개를 갸웃거릴지도. 그리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왜냐니? 이 이야기를 쓴 사람이니까. 저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가 중요한 거 아니야? 그런 여타의 인식 속에서 이야기는 오롯한 저자의 것으로, 작품(work)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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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권위 : 텍스트(Text)

 
어떤 이야기에 있어 저자가 가장 우위에 있다는 사람들에게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모든 저자는 선행하는 텍스트의 ‘필사자’에 지나지 않는다.” “저자는 텍스트의 기원도 종결도 아니고 그저 손님으로서 텍스트를 방문할 수 있을 뿐이다.” 이야기를 작품(work)이 아닌 텍스트(text), 씨실과 날실이 만나 만들어진 하나의 직조물로 생각할 때, 저자의 선험적 지위는 그저 ‘필사자’, ‘손님’으로서 남을 뿐이다. 이때, 텍스트에 있어 독자의 위치는 더욱 적극적이다. 이야기가 작가에게서 독자로 향하는 일방향적이고 닫힌 것이 아니고, 다양한 해석이 오가는 항상 열려있는 곳이라면, 독자가 생각한, 독자가 느낀, 독자가 판단한 것이 그 이야기의 해석이 되고 가치가 된다. 쓴 사람의 의도가 어땠건, 읽는 사람의 느낌과 생각, 분석이 그 이야기의 존재 이유와 가치를 밝혀내는 것. 비평가의 존재 이유도 이 ‘텍스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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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방금 성공적으로 첫 공연을 마친
희곡작가 스카르파가 볼로디아의 집을 방문한다.

볼로디아는 10년 전,
스카르파의 첫 작품에 혹평을 가한 비평가.

오늘 공연의 작품평 쓰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스카르파 앞에서
볼로디아는 짧은 비평문을 쓰지만
스카르파는 그의 평이 맘에 들지 않는다.

작품에 관한 이견으로 논쟁은 시작되고,
그 논쟁은 작품 속 여성인물의 현실성을 놓고 정점에 이른다.
비평가는 그 인물을 ‘가짜’라 단언하고
작가는 그 인물이야말로 현실 속 인물임을 역설한다.

둘의 논쟁이 계속되면서 작품 속 여성의 모델이 밝혀지는데....



 
   
저자로서의 한 작가와 독자로서의 한 비평가가 만난다. 냉정한 평가를 유지하려는 비평가와 그런 비평가에게 인정받으려 하는 작가. 그리고 두 사람의 충돌은 연극의 진실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담화로까지 나아간다. 저자의 권위와 독자의 권위가 맞부딪치면서, 그 스파크는 연극의 진실을 말해준다니. 2인극이 보여줄 수 있는 쫀쫀한 감정선과 치밀한 전개는 우리에게 work와 text 사이 ‘연극’의 의미, 어쩌면 ‘이야기’ 그 자체의 의미까지 전달해주지 않을까.

더 나아가 연극 <비평가>는 특정한 이야기로, 독자인 우리에게, 관객인 우리에게, 새로운 해석의 장을 마련해줄 것이다. 텍스트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것이 독자의 몫이라면, 그렇다면, 또 그 해석의 장으로 뛰어드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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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롤랑 바르트, 김희영 역, 『텍스트의 즐거움』, 동문선, 2002.


[김나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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