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비가 내린다, 다르게 들린다 : 연극 < 스테디레인 >

글 입력 2017.11.05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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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만나는 리얼 느와르
<스테디레인> By. Keith Huff

출연

김수현, 이명행, 한상훈, 홍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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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review >


  비 내리는 날을 좋아했던 이유를 생각해봤다. 기분 좋은 물비린내, 형형색색의 우산, 추적추적 떨어지는 빗소리. 그렇고 그런 모두가 느낄만한 이유들. 나도 대충은 그 비슷한 이유를 대며 내리는 비를 향해 ‘좋다’하는 식의 감성적인 소리를 내뱉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비가 반가웠던 적은 없다. 일기예보를 믿을까 말까 고민하며 우산 앞에서 고민하던 모습이나, 급작스러운 소나기로 인해 얼빠진 채로 서있었던 날. 햇빛 보기 어려운 장마 때마다 찾아오는 깊은 우울증은 어떻고, 밤비 속에서 무거운 적막감을 견디며 무너졌던 날들도 있었는데. 그런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은데. 
  
  그렇다. 사실 비는 모두에게 다르게 내린다. 각자 다른 비를 보고 있다. 빗물이 카페 창문을 타고 흐르는 것만 봐도 흡족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맞은편 테이블의 다른 사람은 집으로 돌아갈 타이밍을 놓쳐 어서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릴 수도 있다. 그 모든 것이 한 공간에서 일어난다.
  어릴 적, 먹구름에 관한 작은 기억이 하나 있다. 나는 비가 어떻게 내리는지 궁금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후두둑 떨어지는 빗물에 뺨만 호되게 맞았을 뿐 하늘 끝에서 비가 무슨 모습으로 떨어지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우르릉 울어대는 먹구름뿐이었다. 이렇듯 우리는 비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만 알 뿐, ‘내리는 무언가’를 각자 느낄 뿐, 어디 하늘가에서 어떤 순간에 몸을 던져 무슨 차원을 건너 지상의 물웅덩이와 우산 표면에 떨어지는지는 알 길이 없다. 길 위에 내던져지는 삶인 것 마냥.
  
  비에 관해 지지부진한 긴 얘기를 꺼냈는데, 사실 온갖 잡다한 기억까지 끄집어내게 된 것은 연극 <스테디레인> 때문이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끝나지 않는 비. 앞을 알 수 없는 비. 가을 에 어울릴만한 괜찮은 작품들을 찾아보다가 내 시선을 확 잡아끄는 제목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스테디레인>. 연극 포스터도 비다. 배우 하나 내세우지 않고 빗자국만 흐르는 그림을 보여준다. 어떤 이야기일지 전혀 예상은 가지 않지만 이미지만큼은 명확하지 않은가.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시놉시스를 살펴보면, ‘모든 것을 자기 방식대로 지켜야하는 대니’아무것도 지킬 게 없는 조이’ 두 남자의 인생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그래, 느와르! 폭주하는 원초성과 피비린내의 진동. 이런 전형성이 지겨워 불쾌감이 느껴지기도하지만 굴레처럼 반복되는 인간의 혈투. 그 위로 내리는 비.
  
  <스테디레인>. 결정적으로 내가 이 연극에 기대를 거는 부분은 따로 있다. ‘모든 것을 자기 방식대로 지켜야 하는’ 그리고 ‘아무것도 지킬 게 없는’. 그래, 이 만연한 수식에 대한 기대다! 비가 제멋대로 끝도 없이 내리고 사람 역시 그 비를 제멋대로 해석하며 각각의 우기(雨氣)를 겪어내는 것. 연극이 포착하고 있는 생에 대한 태도가 바로 저 수식에서 설명되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내리는 비, 끝나지 않는 비, 앞을 알 수 없는 비가 생각난다. 그리고 이어서 그것을 노려보는, 충혈된 눈동자가 떠오른다.



< Synopsis >

자칭 시카고 최고의 경찰이라 자부하며 언젠가 스타스키와 허치 같은 경찰이 될 것이라 믿는 ‘대니’와 ‘조이’는 성향은 전혀 다르지만 어렸을 때부터 늘 함께였다.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키는 것이 최고의 가치인 대니는 시카고 뒷골목 창녀들의 뒤를 봐주는 대가로 포주들에게 흉악하게 굴기로 유명하다. 반대로 조이는 여인숙과 다를 바 없는 독신자 아파트에서 혼자 술을 들이키며 시간을 보낸다.

대니는 매일 저녁 혼자 사는 조이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이고 어느 날 저녁 자신이 돌봐주는 창녀를 조이에게 소개한다. 그 저녁식사 시간은 엉망이 되고 화가 난 대니는 그녀를 바래다 주러 갔다가 엉겁결에 그녀와 관계를 갖게 된다. 그리고 돌아 나오는 길에 포주 중 한명인 월터 일행에게 위협을 당하고 한 쪽 다리에 큰 상처를 입는다.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 대니의 가족들과 조이가 여느 때처럼 대니의 집에서 한가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 때 총알 한 방이 창문을 뚫고 들어온다.

이 사건으로 아직 걷지도 못하는 대니의 어린 아들이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고 이 모든 일이 월터가 저지른 일이라고 믿는 대니는 경찰 업무는 아랑곳 않고 법의 수위를 무시하며 월터를 쫓는다.

그 즈음 시카고의 어느 뒷골목으로 출동한 대니와 조이는 약에 취해 벌거벗은 어린아이를 마주한다. 그들은 신분 확인도 하지 않고 아이의 보호자라고 주장하는 남자에게 아이를 돌려보내고 몇일 후 아이는 시체로 발견된다. 두 경찰이 어린 아이를 연쇄살인범에게 돌려보냈다는 사실에 세상은 발칵 뒤집어지고 두 사람의 경력도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다.

꼬리를 물고 쓰러지는 도미노처럼 계속해서 악화되기만 하는 상황 속에서 대니는 오로지 가족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월터 일행만을 뒤쫓고 조이는 무너지기 직전인 대니의 가족 주변을 맴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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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레인 
- A STEADY RAIN - 


일자 : 2017.10.27(금) ~ 12.03(일) 

시간 
평일 8시 
주말 3시, 6시 
월요일 공연없음 

장소 : 아트원씨어터 3관 

티켓가격 
전석 40,000원 

기획, 제작 
노네임씨어터컴퍼니 

관람연령 
만 13세이상 

공연시간 : 110분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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