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엇이 본질일까-인간의 선악, 살인자의 기억법 [영화]

누가 더 악한 이였나
글 입력 2017.11.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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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인간이 선한가 악한가에 대한 논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 사이에서 진행되었다. 어떤 이는 인간은 선하게 태어난다고 했고, 어떤 이는 원래 악하게 태어난 죄 많은 존재라고도 했다. 그에 반박해 선과 악 중 아무런 본질도 갖고 태어나지 않는다는 중립적인 입장도 있었다. 다른 이들도 이 논쟁거리에 대해 관심이 매우 많았고 이는 곧 선과 악에 관한 많은 문학 텍스트를 낳았다.

 
     
Synopsis.


이 '선과 악'이라는 주제에 대해 화제성이 컸을 뿐 아니라 다양한 생각거리를 주었던 것으로 최근 개봉했던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이 떠올랐다.
 
오랜 시간 아무도 모르게 살인을 일삼아오던 이가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의 딸이 다른 살인자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음을 본능적으로 알고 필사적으로 딸을 구하려한다. 결국 아버지가 다른 살인자를 죽여 딸을 지키는 것으로 극은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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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1. 차악과 최악


그렇다면 관객은 이 영화를 어떤 관점으로 판단하게 될까. 살인자 아버지의 부성애, 치매 질환에 대한 공포, 차악이 최악을 이긴 것일까. 다양한 관점으로 텍스트에 대한 판단이 이어지겠지만 필자의 경우는 세 번째 질문이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누구도 절대적으로 선하거나 악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과 적대자의 관계로 관객에게 보일 뿐, 두 인물 모두는 많은 사람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이었다. 자신에게 소중한 딸을 지키려 자신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녹음하며 다른 살인자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은 아버지의 행동은 살인자가 아니었다면 너무나 위태롭고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오래 전에 죽은 누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자신이 아내를 죽인 사실을 잊고, 딸을 죽이려는 살인자의 존재를 잊으면서도 그는 본능을 있는 힘을 다해 깨우며 딸을 지키려했다. 결국 그는 딸을 지켰지만 그 또한 살인을 통해서였다. 경찰인 ‘그 놈’이 살인자라는 것을 믿지 못해 경찰에 신고한 것만으로는 전혀 안전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본능을 이기지 못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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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2. 판단과 감정이입의 모순


범죄를 저지른 자들, 특히나 살인을 저지른 자들의 유형은 매우 다양해 이들은 때때로 이유 없는 살인을 당당히 고백하기도 한다. 그들의 고백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고 설령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살인이라는 행동은 범죄로 처벌받는다. 극 중 딸을 지키려는 철수는 자신의 모든 살인에는 이유가 있었다는 말을 하지만, 한 사람의 선악을 판단할 만큼 인간이 인간의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를 동정하고 치매에 걸린 노인이라며 마냥 이해하며 응원할 수 없었던 것이 바로 그의 이런 판단의 모순(선악을 판단하는 인간의 존재)때문이었던 것이다.
 
또한, 그의 머릿속을 스치는 딸을 지키려는 본능에 잠재한 살기는 때로 그의 딸을 향해 본인의 손으로 딸을 위험에 넣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관객들은 극에 몰입하며 아버지인 철수에게 감정을 이입하여 그가 딸을 잊기 전에 그 놈을 죽여야 한다는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되기도 한다. 그러나 곧, 살인하기를 바라며 살인자의 편에 서는 감정이입의 모순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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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ew point 3. 살인자의 기억법, 인간의 선과 악


살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조금 특이한 관점의 이 영화를 보고 나오며, 생각보다 영화에 대한 판단을 어려워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영화를 보며 누구를 응원하고 누가 누구를 죽이길 바랐던 것일까-에 이어, 절대적으로 선한 것과 악한 것 둘 다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선한 본질이 전부였다면 두 인물 모두를 부정했겠지만 나는 그런 관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차악과 최악을 따지려하지도 않았다. 그저 영화의 스토리가 전개되는 대로, 누구의 편도 들지 않은 채 결말을 기다렸다. 두 살인자를 두고 감정이입을 하지 못해 영화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며 아쉽기보다는, 마치 스포츠를 관람하듯 누가 이길지(어떤 살인자가 먼저 살인에 성공할지)를 지켜보았던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은 씁쓸해졌다.

결국 인간이 선한가, 악한가라는 논쟁 자체가 의미없는 것은 아니었는지-상황에 따라 감정이라는 본능에 충실한 인간만이 남을 뿐인데 말이다.


[차소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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