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실존에 대하여 : 맨체스터 바이더 씨, 나 다니엘 블레이크

글 입력 2017.11.04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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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에 대하여 : 맨체스터 바이더 씨, 나 다니엘 블레이크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기도하고 드라마의 한 장면 같기도 한 영화들이 있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만 누구도 말로 꺼내지 못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는 영화들인데요. 삶은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하다는 말을 우스갯소리로 하지만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들에서는 그만의 무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인간의 실존을 담은 서로 다른, 그러나 닮은 이야기 두 편을 소개합니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Manchester by the sea,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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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살아가는 리(케이시 애플렉)는 갑작스러운 형(조, 카일 챈들러 역)의 부고 소식을 접한다. 혼자남겨진 조차 패트릭(루카스 헤지스)를 부양해야할 의무가 생겨버린 리. 그는 그 자신의 삶 조차도 버거워하고 있었다. 패트릭 역시 재혼한 어머니와 돌아가신 아버지, 자신을 부담스러워하는 삼촌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밴드, 여자친구들이 있지만 그의 마음은 흔들리는 파도와도 같다. 리와 패트릭은 바다에 나가 배를 몰며 조를 회상한다. 기둥과도 같던 그의 부재로 둘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리는 고향에 돌아와 잊었던 지난 삶의 상처들을 마주하기도 한다. 패트릭은 자신을 사랑하지만 부담스러워하는 리에게 서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를 이해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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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상실과 이별은 어쩔 수 없이 겪게 된다. 고통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인 인간의 삶은 저주받은 것이 아니며 그것을 안고 결국은 내일로 나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영화는 억지로 상처를 이겨내라고 말하지 않으며 동화적인 행복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천천히, 그것으로부터 나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불같은 감정의 폭발 없이도 그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의 마음을 울린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 (I, Daniel Blak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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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문제에 참견하며 해결해주지 못해 안달 난 오지랖 넓은 이런 아저씨는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람이다. 다니엘 블레이크(데이브 존스)가 눈에 밟혀 자꾸 호의를 베풀고 친구가 되는 케이티(헤일리 스콰이어)도 어딘가에 있을 법한 사람이다. 항상 밀려있는 공공기관도, 모두의 의견을 다 들어줄 수는 없는 공무집행자도, 다니엘에게 마음이 쓰이는 공무원도, 다니엘의 옆집 청년도 모두 우리의 이웃주민이다. 이 영화가 우리의 허를 찌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보고나서 이상하게 부끄러워지고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며 안타깝고 슬프면서 억울해지는 그런 영화다.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사회의 만연한 모습이 날 것으로 우리에게 화면을 통해 다가올 때 우리는 그러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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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도 케이티도 거창한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에서 개인이 고립되는 과정을 영화에서 접하는 것은 유쾌하지 않다. 그들은 이웃을 잃게 되고, 삶의 안정성을 잃고, 결국은 자신의 자존감까지 잃어버리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케이티가 마트에서 물건을 훔치고 자신의 몸을 팔게 되는 이유는, 인간 사회의 상식과 반대되는 일을 하게 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답게 살고 싶기 때문이었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모순으로 가득한 사회에 정면으로 부딪힌다. 공공기관에 가서는 부당함을 소리치고, 건물의 외벽에 문구를 새겨 경찰서에 잡혀가기도 한다. 불미스러운 곳에서 일하는 케이티에게 찾아가 설득하고,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래도’ 희망찬 결말을 바라게 되었다. 하지만 <나, 다니엘 블레이크>가 결말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한 이야기의 해피엔딩보다는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만 문제가 달라질 수 있음이 아니었을까.





모든 종류의 예술은 결국 삶을 향해 있습니다. 그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이루고자 하는 바도 제 각각 이겠지만 예술에 담긴 우리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있겠죠. 환상적인 이야기도, 화려한 저 너머의 세계를에 대한 상상도 아닌 우리의 어제와 오늘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들을 통해 우리의 삶을 돌아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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