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철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가, 그리고 왕은

글 입력 2017.10.30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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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에 대해 이렇게 알아볼 기회가 있었던가, 인간은 최초의 철을 발견한 이래로 철을 활용하여 생활하였고 그로 인해 권력을 취했다. 더불어 철은 예술 속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이번 <쇠·철·강, 철의 문화사> 전시를 통해 이러한 다양한 철의 변천사를 알아보고 그를 통해 인류의 흐름을 볼 수 있었다.


철, 인류와 만나다

인류가 사용한 최초의 철은 ‘운철’이다. 이는 우주에서 날아오는 유성인 운석 중 오직 철로만 이루어진 것을 뜻한다. 스스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항상 산소와 결합해 쉽게 녹이 스는 지구의 철과는 달리, 운철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원래 철이 가진 색을 유지한다고 한다.

전시회에는 실제 아르헨티나의 운철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과거 인류들이 이 큰 덩어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도 가지 않는다. 그들은 점점 철의 성질을 이해하여 도구로 사용하게 된다. 철의 강함에 익숙해지면서 강철을 선호하게 되고 이러한 강철의 시대는 더 강하게, 더 많이, 더 빨리 전개 되었다. 전시에는 철을 만드는 과정을 일종의 애니메이션처럼 꾸며놓아 이해하기 쉽고 재밌게 꾸며놓았다.

이때만 해도 인류는 그들이 그렇게 갈고 닦은 철기문화가 그들의 목을 베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시 2부에서는 그 철을 이용해 어떠한 결과가 발생했는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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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권력을 낳다

‘큰 문제는 연설이나 다수결이 아닌 ’철‘과 ’피‘를 통해서 결정된다.’ 독일의 정치가, 비스마르크의 말이다. 전시 2부에서는 이 말에 근거가 되는 것들이 등장한다. 한반도에 철기가 등장하면서 생산력이 증가하고 군사력이 강해졌다. 따라서 이러한 철을 소유하려는 지배자의 욕망 또한 커질 수밖에 없었다. 칼과 갑옷 등의 전쟁도구들이 철을 사용해 더욱 견고해지고 강해졌다. 전시에는 철심 있는 청동검, 사인검, 쇠갑옷 등이 자리하고 있다. 철을 처음 접한 인류는 철을 사용해 생산력 증가를 통한 일종의 ‘성장’을 했다면, 그 이후 인류는 철 사용에 욕망이 더해져 ‘파괴’의 길을 걸었다. 또한 전시의 한 부분에서 ‘전쟁의 모순’을 드러내고 있었다. 전쟁은 외적으로는 파괴의 상징이지만, 내적으로는 통합을 이끌어낸다. 무기도 그러하다. 강한 창을 막기 위해 더 강한 방패를 만들고, 그것을 뚫기 위해 더더욱 강한 창을 만들게 된다. 이렇게 철의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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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삶 속으로 들어오다. 철과 예술


철을 처음 접하고 철을 통해 권력을 취한 다음에 철은 어디에 쓰이게 될까, 이 물음에 전시 3부는 ‘실생활, 예술과 종교’라고 답한다. 전쟁터에서 돌아온 철은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음식 조리법에 큰 변화를 가져온 쇠솥은 부엌의 혁명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철은 건축물에도 사용이 되어 더욱 견고한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되었다. 철제 가위나 다리미 등 철은 실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이 밖에도 예술을 표현하는 곳이나 종교 활동, 특히 불교에도 철이 사용되었다. 이제 철은 더 이상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철은 인류의 거울이다. 전시를 보면서 나는 철의 변천사를 살펴봤지만 사실은 인류의 발달사를 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철은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철이라는 것을 지구에 던져주고 이로 인해 인간이 발달하는 모습, 자신들이 발달시킨 철로 인해 멸망하는 모습, 다시 실생활에 사용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우리의 모순과 어떤 어리석음을 우리로 하여금 보게 하는 건 아닐까. 어찌 되었든 <쇠·철·강, 철의 문화사> 전시는 우리에게 ‘양면의 철’에 대해 알려주며 이를 통해 생각할 거리를 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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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시실에서는 <왕이 사랑한 보물> 전시가 진행되었다. 여기서는 18세기 유럽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의 보물들이 전시되어있었다. 그는 궁정문화의 웅장함과 화려함이야말로 자신의 권세를 나타내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보물은 현재 드레스덴박물관연합에 젼해져 독일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보여 지고 있다. 특히 그는 프랑스 루이 14세가 보여준 절대 왕정의 권위를 동경하였으며 드레스덴에서 이를 구현하고자 하였다. 태양왕 루이 14세는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기 위해 베르사유 궁전을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번 전시를 보면 알겠지만, 아우구스투스는 루이 14세를 완벽하게 구현하였다. ‘그린볼트’라고 하여 아우구스투스가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한 공간을 보여주면서 상아, 청동, 금, 은, 다이아몬드 등 각종 보물들을 보여준다. 다음 섹션에서는 도자기를 보여준다. 아우구스투스가 실현하지 못한 도자기 궁전을 도자기박물관의 대표 소장품을 보여주면서 왕의 구상을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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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면 참 예쁘고 화려한 것들로 눈요기하기에 참 좋다. 그러나 강건왕에 대한 어떤 연민이 들었다. 아우구스투스는 이렇게 가장 빛나는 것들 사이에 있었지만, 누구보다 공허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사냥대회, 가면무도회 등 사교활동을 즐겼지만 진정 그를 위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심리학에 자기방어기제 중 환치라는 것이 있다. 어떠한 갈등을 풀기 위해 관심이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충동이나 목적은 같고 대상만 바뀌는 것인데, 그는 사람들의 사랑을 못 얻어 화려한 보물들에 그 마음을 푸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나 지금이나 보물이라면 싫어할 사람이 있겠냐마는 이렇게 집착하다시피 수집에 몰두한 아우구스투스가 어쩐지 짠해지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이정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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