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王이 사랑한 보물

글 입력 2017.10.30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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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사랑한 보물 전시회에 들어간 순간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들과 함께 17-18세기 유럽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보물의 주인은 작센의 선제후이자 폴란드의 왕이었던 ‘강건왕 아우구스투스(1670~1733). 동시기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 14세(1643~1715)를 그는 동경했다. 그는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작센의 수도로 불러들여 아름다운 보물들을 만들도록 한 것을 보면 작센을 18세기 바로크 예술의 문화적 중심지로 만들고자 한 것을 알 수 있다.

강건왕의 권력에 대한 의지는 그가 군주로서의 위엄과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보물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왕이 사랑한 보물 전시회는 아우구스투스에 대한 이야기와 당시 독일이 다닌 역사적 배경과 주변 국가와의 관계, 18세기 바로크 궁정 예술의 정수까지 모두 알 수 있는 그야 말로 밀도 높은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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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제 1부에서 태양 가면을 비롯해 그의 군복, 사냥 검은 강건왕이 추구한 절대군주로서의 이미지와 ‘강건왕’의 뜻과 그 안에 담긴 양면성을 보여줬다.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태양 가면이었다. 태양왕을 동경하여 만든 것이라 알려졌다. 강건왕은 1706년 스웨덴과의 전쟁에서 패하고 폴란드 왕위까지 뺏겼지만 1709년 설욕을 갚는 것에 성공한다. 이것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스스로 태양 가면을 썼다고 한다. 태양 가면 다음으로 보이는 강건왕의 군복은 스웨덴 병사들에 의해 훼손된 군복을 본 강건왕이 같은 모양으로 복구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황금으로 자수를 놓은 화려한 이 군복은 강건왕이 전쟁에서 패한 뒤 복위하는 과정이 담겨 있는 옷이다.

1702년 작센은 스웨덴과의 전투에서 폴란드 왕위를 강건왕에게 빼앗았다. 그 과정에서 이 군복은 스웨덴 군인들이 일부 잘라 나눠 가졌었는데 강건왕은 이 군복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새 군복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왕위 복귀에 큰 의미를 두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시장 가운데에는 작은 검이 있는데 무기로 쓰일 검이라기 보단 한눈에도 화려한 것이 장식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000여개의 보석이 박혀 있는 이 검은 왕으로서의 권위를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 옆에는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황금양모기사단 훈장’을 비롯해 많은 보석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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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에서는 ‘그린볼트’라는 공간이었다. 녹색으로 칠한 궁중 천장의 역사가 담긴 그린볼트는 강건왕이 자신의 보물들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가장 아름답게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온 공간이다. 이 공간에 들어오기만 해도 숨막히는 경건함과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의 큐레이팅 능력은 그의 예술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느끼기에 손색이 없었다. 동시에 역시 그의 위엄과 권위를 뽐내고자 하는 욕망이 대단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린볼트는 왕의 구상에 따라 청동ㆍ상아ㆍ은ㆍ도금 등 작품의 재료 별로 방을 만들었는데, 이 방은 유럽 왕실 중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제한적으로나마 공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 기억에 남는 것은 보석의 방에 있던 퍼레이드 장식함인데, 가장 화려한 방에 있던 물건이어서 그런지, 역시나 고고한 자태를 뽐내었다. 장식함의 무늬가 빛에 따라 초록색과 갈색이 번갈아 빛나는 것이 신비스러움을 더했다.

제 3부는 미완의 꿈이라는 제목의 도자기 궁전이었다. 강건왕 아우구스투스는 유럽 최초의 마이센 자기를 발명했다. 단단하고 아름다워 ‘하얀 금’이라 불릴 정도로 널리 알려진 도자기였지만 유럽에서는 제작법을 몰라 중국ㆍ일본에서 수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강건왕의 명령을 받은 요한 프리드리히 뵈트거가 유럽 최초로 도자기 자력 생산에 성공했다. 생산 지역의 이름을 따서 ‘마이센’이라 불린 자기는 유럽의 부러움을 독차지했다. 그리하여 강건왕은 유럽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군주들을 자신의 궁전에 초청하여 이 도자기들을 자랑하기를 꿈꾸었으나 이루지 못했다. 이번 전시는 강건왕의 이런 못다 이룬 꿈을 대신 재현해주고자 한 노력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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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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