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Les miserables: 역사와 함께보는 영화 [영화]

역사적 고증을 위주로 알아본 레미제라블
글 입력 2017.10.26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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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제작배경]

1862년 발행된 프랑스 소설인 레미제라블은 1980년 프랑스에서 뮤지컬로 초연됐으나 3개월 만에 막을 내리는 등 인기를 얻지 못했다. 1983년 영국인 프로듀서 캐머론 맥킨토시가 영어 버전 제작을 제안 받아 1985년 웨스트엔드에서 공연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이번 영화 역시 영국의 대표적인 영화 제작사인 워킹 타이틀이 캐머론 맥킨토시와 공동 제작을 했다. 원작 뮤지컬의 프로듀서이자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캐머론 매킨토시는 90년대 초반부터 이 뮤지컬을 영화로 만들고 싶어 했다고 한다.


[역사적 배경]

항간에서는 레미제라블은 프랑스 대혁명을 다룬 작품이 아니라고 한다. '혁명'이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이전의 그릇된 관제나 정치적 사상을 뒤엎는 데 성공해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걸 혁명이라 부른다. 그런데 우리가 '프랑스 대혁명'이라 부르는 1789년부터 1794년까지 일어난 시민 혁명은 '혁명'이란 단어에 어울리지 않는다. 실패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해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가 처형되었으니 성공임이 틀림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를 기준으로 하자면 일시적 성공에 불과했다. 혁명 종결 후 나폴레옹 시대를 거쳐 왕정이 복구되었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정복 군주다. 그는 황제에 즉위했고, 과감한 유럽 정벌로 프랑스 대혁명의 정신을 널리 퍼트리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그의 정복 전쟁은 워털루 전투로 끝나고 프랑스는 다시 국제적, 정치적 격동의 시기를 맞이하게 된다. 게다가 프랑스 대혁명 과정에서 지배층에게 가해진 위협은 그대로 국민에게 돌아오는데, <레미제라블>장발장이 빵을 훔치고 수감된 것이 프랑스 대혁명 직후라는 사실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즉 프랑스 대혁명은 1794년에 완결된 것이 아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하나의 시대라고 불러야 정확하며, 짧게는 50년 길게는 1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루어진 민주주의 체제 다지기로 봐야한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와 자유주의는 이와같이 혁명의 시대를 살았던 프랑스가 엄청난 피와 수차례의 정치적 격동을 통해 창조해낸 것이나 다름없다. 공화정부터 민주주의, 나중엔 공산주의에도 영향을 끼치는 프랑스 혁명 역사는 단순한 폭동으로 정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레미제라블>은 그 프랑스 혁명 역사의 중심에서 살아간 어느 가련한 사람들을 다루었으며 원작 소설보다 더 혁명의식을 강화해 만든 영화이다.



역사적 고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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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HMS 빅토리 함>


전체적으로 영국 영화답게 매우 훌륭한 고증을 자랑하고 있으나, 초반부 죄수들이 끄는 전열함은 프랑스 해군 것이 아니다. 당연히 프랑스 죄수들이니 프랑스 전열함을 끌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열함은 프랑스의 전열함이 아닌 나폴레옹 전쟁 당시 프랑스군과 싸웠던 영국 해군의 HMS 빅토리이다. 물론 실제로 HMS 빅토리 호가 정박된 포츠머스 해군 기지에서 해당 장면이 촬영되기는 했지만, 영화에 등장한 전열함은 컴퓨터 그래픽 모델이다. 영화 초반에 팡틴이 몸 팔던 부두와 배 역시 HMS 빅토리에서 찍었다.

앞서 말한 것을 제외하고는 제작진들이 역사적 고증에 심혈을 기울 인 만큼 레미제라블은 고증이 잘된 영화라 할 수 있다. 먼저, 레미제라블에 나오는 수많은 노래들 중 하이라이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One Day More' 부분에서 나온 이 장면부터 보자. 보면 앙졸라가 다른 청년과 함께 무장 봉기를 준비할 때, 테이블 위에 놓인 그릇에 뭔가 담배꽁초 비슷한 것이 잔뜩 꽂혀 있는 것이 있는데, 저게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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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탄피를 만드는 장면이다. 당시 총은 머스켓(musket)이라고 하는 종류가 대세였다. 머스켓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는 총강 내에 강선 (rifle)이 새겨져 있지 않은, 즉 smooth bore 총신에, 탄약을 총신 뒤쪽에서 약실을 개방하고 넣는 것이 아니라, 총구에서 화약과 총알을 따로 집어넣게 되어 있는, 즉 muzzle-loading 방식의 총을 뜻한다. 이 머스켓 소총의 특징은 낮은 명중률과 짧은 사정거리뿐만 아니라, 높은 불발율과 긴 재장전 시간이라는 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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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전 전에는 총신 아래에 끼워져 있는 장전 봉 (ramrod)을 꺼내어, 총구에 끼워진 빈 탄약 포 껍질과 머스켓 볼을 총신 저 속 끝의 약실까지 힘차게 밀어 넣는다. 이때 이미 발포한 뒤라면 총강 내부가 타다 남은 탄약 포 껍질이나 화약 찌꺼기에 의해 지저분해진 상태이므로, 이렇게 <총강 내를 미리 청소하는 장면> 장전 봉으로 총알을 밀어 넣는 작업은 꽤 힘든 작업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당시에는 요즘보다 더 총강 내부를 청소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때 빈 탄약 포 껍질과 머스켓 볼을 꾹꾹 눌러두지 않으면 화약이 폭발할 때의 가스가 머스켓 볼에 충분히 힘을 실어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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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시대에는 납으로도 컵을 만들었다고 한다. 녹이 슬지 않기 때문이다. 덕택에 사람들이 납 중독으로 많이들 죽었다는 설도 있다. 실은 아직도 납 중독이라는 개념이 당시 프랑스 사람들에게 알려지지는 않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다행히 당시 서민들의 컵은 납이 아니라 주로 주석으로 만들어졌다. 원래 장발장이 미리엘 주교로부터 은 접시를 훔쳐간 다음날, 은 접시가 없어서 이제 무엇으로 음식을 먹느냐고 식모가 투덜거리자 미리엘 주교가 주석 접시로 먹자고 하자, 식모인 마글루아르 부인이 '주석 접시에서는 냄새가 난다'고 투덜거렸다. 그래서 귀족들은 은으로 식기류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주석으로도 총알을 만들 수 있을까? 그렇다, 만들기도 하였다. 사실 주석의 녹는점은 231.93 °C로서, 납의 327.46 °C보다 더 낮다. 그리고 납에 주석을 조금 넣어서 합금을 만들면 훨씬 더 단단한 총알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도 당시 머스켓 볼은 순수 납이 아닌, 납과 주석, 그리고 안티몬 등을 섞은 합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본인도 당시 총알을 순수 납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납과 주석의 합금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저 장면을 보고 찾아본 후 처음 알게 되었다.



민주주의 사회의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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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이미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사회를 겪어가면서 우리는 많은 현실과 타협을 하고 살아간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이 꺾여가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 혁명이나 혁신을 부르짖던 사람들의 변절을 목격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수많은 실패를 겪어왔지만, 딱 그 실패와 패배의 에너지만큼 발전해온 것도 사실이다. 늘 자신의 신념을 간직하고,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늘 되돌아보며 하루하루를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시민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그저 주어진 것이 아니며, 법을 포함한 우리의 사회는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자까지 보호해주려 하지 않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지금의 평화와 번영이 있기까지 희생한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정의롭고 건강한 사회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란 걸 마음 속 깊이 새겨 넣었다.


[김수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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